한국교회어디로가나(4)-목회자들의 끝없는 명예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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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어디로가나(4)-목회자들의 끝없는 명예욕
  • 승인 2001.03.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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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패·직함 수십여개씩 ‘과시욕’ 극치
Y대 신대원 수료를 졸업으로 둔갑…지도자에게 요구되는 것은 ‘도덕적 인격’

최근 모 교회에서 열린 부흥사 단체의 회장 취임식에는 축하패와 화환이 무려 수십개에 달했다. 문제는 보내는 사람들의 자발적인 축하보다는 ‘과시욕’이 깃든 주고받는 식의 어거지식 축하여서 축하패나 화환 자체에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어느정도의 교세를 가지고 있는 교회의 당회장실에는 적게는 10여개에서 많게는 수십개에 이르는 ‘상패’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취임패, 축하패, 공로패 등 지역연합회를 비롯한 기관과 총회, 노회, 등 각종 단체에서 나름대로의 의미를 부여하면서 주어진 것이다. 이같은 상패가 교회내에 머물고 있다면 자신의 신분을 외부로 나타낼 수 있는 수단중 하나로는 목사들의 명함을 들 수 있다.

비교적 크지 않은 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어느 목사의 경우, 21세기부흥협의회 부흥단 부단장, 총회 부흥사회 협동총무, 00협의회 실무회장, 서울지방검찰청 범죄예방위원, 00교도소 종교위원 등의 직함이 명함의 한면을 가득 메우고 있다. 또한 한국교회의 대표적인 부흥사로 알려진 S·P목사의 경우엔 단체 총재직만 5~6개가 넘으며 직함을 다 넣지 못하는 예도 적지않게 있다.

목사들의 자기 피알은 교회내에서는 극치를 이룬다. 요즘 대부분의 교회 주보에는 담임목사의 사진은 물론 약력과 경력, 직함, 집회일정 등이 공공연하게 게재된다. 주로 전도용이나 교회홍보용으로 사용되고 있는 주보가 담임목사 광고용으로 사용되는 순간이다.

최근 목사들이 약력에 있어서 가장 우선 순위에 집어넣는 것은 ‘Y대학교 신학대학원’이다. 6개월 과정 또는 1년 과정으로 돼있는 이곳은 목회최고지도자 과정이라고 하는 수료과정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명문대인 Y대학교 대학원을 졸업이라도 한 것처럼 소개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문제는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학력을 소유한 사람들도 있지만 입학에 큰 제한을 두고있지 않기 때문에 일명 무인가신학교를 졸업한 군소교단 목회자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는데 있다.

이곳을 졸업한 사람들을 동문으로 여기는 Y대의 방침은 경영난 해소(1인당 1년 4,5백만원)를 위한 자구책이라고는 하지만 학벌을 중요하게 여기는 목회자들이 계속되고 있는데다가 경력상 최고 위치를 차지하는 점을 볼 때 당분간은 인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한국교회 내에는 부흥사 단체만도 1백여개가 넘는다. 그렇다보니까 목사 한사람이 최소 몇개 단체에 중복돼 활동하고 있으며, 단체들은 목사들에게 일정한 임원 자리를 맡기기 위해 공동회장, 실무회장, 부회장, 협동총무, 실행위원 등을 수십명씩에 부여한다. 대부분 대표회장이 단체를 대표하는 이유로 다른 직함에 만족하지 못하는 목사들이 유사 협회를 만들면서 가뜩이나 많은 단체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즉, 목회자 명예욕의 실상을 보여주는 모습이다.

이와관련 기윤실 공동대표를 맡고있는 서울대 손봉호교수는 “한국교회의 지도자들로 하여금 성도들의 모범이 되는 삶을 살지 못하도록 하는 중요한 유혹은 돈, 색, 명예 혹은 권력욕인데 많은 교회지도자들이 이 유혹들을 이기지 못하여 진정한 지도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와함께 손교수는 교회의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것은 무엇보다 도덕적 인격임을 강조했다.

장로교 헌법에 목사의 직무로 명시된 1)교인을 위하여 기도하는 일 2)하나님의 말씀을 봉독하고 설교하는 일 3)찬송을 지도하는 일 4)성례를 거행하는 일 5)하나님의 사자로서 축복하는 일 6)교인을 교육하는 일 7)교인을 심방하는 일 8)장로와 협력하여 치리권을 행사하는 일 등은 명예를 중히 여기는 한국교회 목회자들이 다시한번 되새겨볼 시점으로 여겨진다.

이석훈(shlee@uc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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