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어린이 없는 교회’ 현실로 다가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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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어린이 없는 교회’ 현실로 다가오나
  • 공종은 기자
  • 승인 2011.04.26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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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약 없는 다음 세대, 교회학교 어린이 교육

지난 10년 간 장년 32.8% 증가했지만 아동들 3.4% 감소
‘어린이교회’로의 전환 … 담임목사 ‘패러다임 수정’ 시급

5월 1일 ‘어린이 주일’. 하지만 이 주일, 어린이들이 주인공일 수 있을까. ‘그렇다’는 대답을 한다면 다행이지만 상당수 교회들의 대답은 ‘표면적’인 경우가 많다. 이런 교회들의 경우 ‘그렇다’는 대답을 했다 해도 주일학교 내부를 들여다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그렇지 않은 교회라 해도 대답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한국 교회에서 어린이들은 주인공일 수 없는 것이 현실. 사람들의 ‘숫자’에서 아이들과 여자들이 제외됐던 과거 이스라엘의 풍습이 그대로 살아있는 곳이 바로 한국 교회이기 때문이다. 목회자들의 의식에서 주일학교 아이들은 배제된다. ‘출석 성도 1천 명’. 여기서 아이들의 존재는 언급되지 않는다. 장년 성도, 즉 성인들만 고려된 숫자다. 사소한 문제이지만 어린이 주일의 현실은 이렇다.

이런 상황에서 ‘다음 세대’로 불리는 주일학교 어린이들의 교육, 과연 기약할 수 있을까. 지속적으로 출석 학생들이 줄어들고, 여기에 ‘출산율 감소’라는 악재까지 겹치면 이 질문에 대해 100%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기는 힘들다. 여기에 더해 교회마다 ‘교육 관련 예산’은 증액보다는 ‘감액’을 선택한다는 것. “가장 쉽게, 먼저 줄이는 것이 바로 교육부서 관련 예산”이라고 말하는 한 교역자의 말에서도 이런 분위기는 감지할 수 있다.

# ‘출산율 저하’ 악재로 작용

현재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세계 최하위권. 186개 나라 중 184위에 머무르고 있다. 유엔인구기금이 지난 2010년 발간한 ‘세계인구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의 출산율은 1.24명으로, 홍콩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에 이어 세계 최저 수준. 전 세계 평균 2.52명, 선진국 1.65명에 비하면 많이 낮은 수치다.

이런 수치는 개 교회 주일학교 상황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양금희 교수(장로회신학대학교 기독교교육과)가 통계청 자료를 토대로 제시한 자료에 의하면, 1985년 전체 기독교인 대비 교회학교 아동들의 수는 13.7%. 하지만 1995년에는 10.7%, 2005년에는 10.2%까지 줄어들어 10년 만에 3.4%가 줄어들었다. 지난 10년 동안 전체 교인들의 수가 32.8% 늘어난 반면 교회학교 아동들의 숫자는 3.4% 줄어들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양 교수는 “전체 개신교 인구수의 감소라는 요인을 감안하다 하더라도, 교회학교 아동 수의 감소는 더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전체 아동 인구의 감소와 비교할 때 개신교 아동 수는 훨씬 가파른 감소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 ‘주일학교 공동화’ 우려 확산

선교 초기 미국 선교사에 의해 시작된 ‘주일학교’. 1922년 ‘조선주일학교연합회’가 조직되면서 성장기를 거친 주일학교였지만 꾸준한 성장세를 지속한 것만은 아니었다. 과거에도 위축된 적이 있었다. “1920년대 성장기를 거쳐, 1930년부터 1945년까지 일제 말기로 오면서 주일학교도 위축기를 맞았다”는 것이 양금희 교수의 주장. 신사참배와 황국시민 교육 강요, ‘조선기독교단’으로의 강제 통합, 1938년의 조선주일학교연합회 강제 해체, 공과 출판 금지 등이 잇따르면서 주일학교 운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이런 현상이 지금 다시 반복되고 있다. 1995년을 기점으로 한국 교회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교회 성장 둔화’가 바로 그것. 교회가 마이너스 성장을 하면서 교회학교 또한 수적으로 감소되는 현상이 동반됐다. 교회마다 비상이 걸렸다. 기독교 기관들 또한 마찬가지.

교회교육 전문가들은 ‘어린이 없는 교회’라는 단어로 다음 세대에 대한 우려와 심각성을 표현하기도 한다. 이런 우려는 “한국 교회 100년의 역사 뒤에는 강렬한 신앙교육운동이 뒷받침돼 왔는데, 교회가 제도화되면서 신앙교육운동은 소멸돼 가는 이 수수께끼의 ‘추’를 다시 되돌려 놓아야 하는 긴급한 사정에 이르렀다”는 은준관 총장(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의 지적에도 잘 나타난다.

주일학교 교육의 공동화(空洞化)를 우려한 전문가들이 지난 해 대책 마련을 위한 심포지엄을 열었다. ‘2020 어린이 없는 교회: 차세대, 하나님 나라 그루터기’를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에서는 난감한 상황에 처한 교회학교 어린이 교육의 문제의 심각성이 지적됐다. ‘어린이들이 없는 교회가 앞으로 닥칠 가능성이 있으며, 그 때는 바로 2020년 경이며, 차세대 교육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핵심이었다.

은준관 총장은 “‘2020, 어린이 없는 교회’가 아니라, ‘2020, 어린이가 주인이 되는 교회’로의 전환은 그 누구보다 더 담임목사의 교육목회적 전환과 교육목사의 전문적인 팀 사역이 엮어가야 할 창조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에서 시작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목회자들의 ‘패러다임 전환’ 시급

‘교회학교 침체의 원인’을 물은 결과 ‘목사, 전도사 등 교역자의 문제’라는 대답이 2위를 차지했다. 교역자들과 기독교 교육학자, 전문가들의 대답이었다. ‘교회학교 교사들의 문제’와 ‘신앙적 열정 저하’라는 대답도 중요한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또한 △주일학교 교육에 대한 장기적인 비전 부족 △성인 중심의 목회 △예배나 전도에 비해 교육을 부차적인 것으로 인식하는 분위기 형성 △중직자 및 의사 결정권자의 교회학교 경시 풍조 △교회학교에 대한 재정 및 인력 지원 소홀 등이 주일학교 교육의 총체적 부실을 불러오는 악순환의 고리라는 것이 함께 확인됐다.

그렇다면 ‘다음 세대, 교회학교 어린이들이 주인이 되는 교육’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와 소명 앞에 한국 교회는 어떤 대답을 해야 할까. 은준관 총장은 “현재 한국 교회의 시스템으로는 불가능하고, 교육시설을 탓하기에는 한국 교회가 너무 비대해졌다는 데 위기가 있다”고 지적, “목사들로부터 시작하는 아주 소박한 패러다임의 전환에 성패가 달려있다”며 목회자들의 인식 전환을 강하게 압박했다.

교육적 비전을 다시 세우고,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거기에 신앙의 생기를 다시 불어넣어야 한다는 것인데, 그 전략적 대안으로 교회학교를 ‘어린이교회’라는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힐 것을 제안했다. 그리고 ‘교회 안의 작은 교회’로의 과감한 전환은 동시에 진행돼야 할 과제 로 제시됐다. 바로 여기서 새로운 주일학교 교육이 시작된다는 이유에서다.

은준관 총장은 말한다. “5만을 헤아리는 한국 교회 하나하나가 어린이 하나하나를 ‘하나님의 백성’으로 받아들이는 바로 그 순간부터 어린이는 교사의 교육 대상으로부터 자유하고, 스스로 하나님 앞에 응답하는 신앙과 배움 그리고 섬김의 주체로 변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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