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송가 음원 저작권 '선교적 기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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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송가 음원 저작권 '선교적 기준' 없다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1.04.04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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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송가공회 저작권 양도 파문 확산... 시효 끝난 곡에 대해서도 편집 저작권 주장

재단법인 찬송가공회(공동 이사장:이광선, 서정배 목사)가 음원 및 콘텐츠 저작권을 일반 관리업체에 양도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본지가 단독 보도한 저작권 관리 실태 기사가 나간 후 “선교 목적으로 발행된 찬송가가 법적 제재를 받아 보급이 어렵고, 방송 송출에도 장애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는 반응이 높아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저작권을 위탁하기 전에 찬송가공회가 ‘선교적 가이드라인’을 만들었어야 하지만 전혀 이와 같은 기준이 세워져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법적으로 치밀하고 체계적이기로 소문난 소프트웨어 저작권 단속업체들도 처벌보다 ‘계몽’에 주안점을 두는데 반해 (주)SPC는 1차 방문 후 2차 통보, 3차 가처분 소송으로 즉각 법적 제재를 가하고 있어 찬송가 관련 업체들이 곤혹을 치루고 있다. 찬송가공회 역시 사전 공지 없이 저작권에 대한 법률적 단속권한까지 위임한 상황이어서 찬송가관련 업체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이미 영세한 업체들은 “더 이상 찬송가 관련 사업을 할 수 없다”며 사업의 전환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악화될 경우 찬송가 반주기나 찬송가 음반, 찬송가관련 어플리케이션을 접하기 어려울 수도 있어 ‘선교’를 위해 더 널리 보급되어야할 찬송가가 ‘저작권료’에 발목을 잡히는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심지어 교회 홈페이지를 열면 골라 들을 수 있는 찬송가의 ‘스트리밍’이 금지되고 이미 CBS 등 기독교방송사에 송신권과 2차 저작물작성권에 대한 침해를 검토하는 통지서가 발송된 상황이어서 방송사의 찬송가 송출도 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주)SPC와 저작권 가처분 소송을 벌이고 있는 히스미디어 박세두 사장은 “곧장 가처분으로 압박을 가하는 업체에도 문제가 있지만 일반 회사에 찬송가 저작권을 위임하고 사전 통보도 하지 않은 찬송가공회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찬송가공회는 2008-2009년 사이 음원 저작권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당시 저작권 계약을 원했던 업체들은 “기다려 달라”는 대답만을 들었기 때문이다.

찬송가공회의 저작권 관리가 공백상태에 있었던 것은 총무들이 바뀌면서 일어난 상황으로 전임자들이 찬송가 음원을 개인에게 위탁한 후 방치해왔고, 후임 총무들은 계약자의 신원에 대해 전혀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저작권을 (주)SPC에 위탁, 양도하면서 공회는 소급권한까지 부여했다. 결국 저작권 관리업체는 2009년 10월부터 사용 단속을 소급적용하면서 정확한 실태 파악을 위해 2009년 1월부터 사용한 자료를 모두 공개하라는 무리한 요구도 하고 있다. 여기에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21세기찬송가의 편집 저작권을 주장하는 한편, 저작권 시효가 끝난 곡에 대해서 새로 편곡, 개사한 부분까지 저작권을 주장하고 있어 적용 범위가 너무 광범위하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SPC 관계자는 “신작 찬송가 100여 곡 이외에 퍼블릭 도메인(이미 저작권 시효가 끝난 곡)에 대한 수정작업이 이뤄진 481곡 등 총 600여 곡에 대한 저작권이 찬송가공회에 있다고 판단된다”고 밝힌 바 있다. 편곡 및 개사에 대한 권한이 있다는 법적 해석이 끝났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작권 관련 업체들은 “문맥상의 가사 수정과 악보 수정이 새로운 저작권으로써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퍼블릭 도메인에 대한 저작권 재 행사는 전례가 없다”는 설명이다.

이와 같은 저작권 범위에 대해서는 히스미디어와 주식회사 CBSi, 올에이미디어 등 현재 가처분 소송이 진행 중인 찬송가 관련 업체들도 변론자료를 통해 이의를 제기하고 있어 정확한 법적 판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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