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한사람’ 제자훈련에서 길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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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한사람’ 제자훈련에서 길을 묻다
  • 최창민 기자
  • 승인 2010.11.22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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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교회 강연으로 중국 이중사명 해법 모색

중국 기독교가 직면한 토착화와 세계화 과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최근 한국을 방문해 중국 교회에 대해 강연한 왕쇼초우 교수(청화대학 철학과)는 ‘한중 관계의 미래와 기독교의 역할’이라는 제목의 발제에서 “중국 교회는 지금 토착화와 세계화라는 이중 사명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중국 교회가 변하고 있으며, 이웃인 한국 교회에서 배우게 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한국 교회의 중국선교에 대해서도 그 신앙적 근거와 당위성을 인정하고 “현재로서는 한국 교회가 어떻게 중국선교와 중국 현지법과의 모순을 해결하는가의 문제가 남아있으며 종교학자들의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의 학계가 한국 교회와 선교에 대해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 사회와 교회의 변화의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었다.

▲ 오정현 목사는 17일 중국 북경 삼자교회 지도자들에게 사랑의교회 개척과 성장, 부흥의 근간이 됐던 제자훈련에 대해 강연했다.
# 중국 교회, 변화를 모색하다
중국 교회의 변화는 이번 중국 북경에서 진행된 사랑의교회 제자훈련 세미나 강연을 통해 더욱 분명해졌다. 이날 강연에는 북경시내 전체 27개 삼자교회 모두에서 한두 명씩 참석했다. 중국 교회 지도자들은 문화혁명과 개혁개방을 거치면서 세대교체가 됐다.

중국은 1980년대 이후 2000년까지 약 20여 년 간 목회자가 배출되지 못했다. 이날 세미나 참석자들도 80년대 이후 출생자가 대다수였다. 이제 신학을 갓 마친 30대 초반의 목회자들이 중국 교회의 미래를 이끌어가고 있다. 이들이 한국의 목양 프로그램인 사랑의교회의 제자훈련에 귀를 기울였다는 점에서 놀라운 변화가 아닐 수 없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삼자교회 지도자들이 세미나 후 토론을 통해 보여준 복음적인 신앙관과 교회 부흥에 대한 열정, 성도들을 올바른 목회를 통해 바른 기독교인으로 세우겠다는 의지였다. 3~4천 명이라는 결코 작지 않은 규모의 교회를 지도하는 이들에게 한국 교회에서 성공적으로 대형교회 성도들을 이끌었던 제자훈련은 관심을 끌기에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이날 강연에서 오정현 목사는 삼자교회 목사들을 목회자대 목회자로 대하며 자신의 신앙 여정과 제자훈련을 통한 교회 개척, 사랑의교회 담임목사가 되기까지의 고민과 어려움을 진솔하게 털어놓았다.

오 목사는 1975년 대학 1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35년간의 제자훈련 사역을 언급하며 “제자훈련을 통해 한 사람을 그리스도 안에서 신실한 제자로 만드는 그 사역을 통해 평신도를 깨우는 소명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1988년부터 미국에서 제자훈련을 통해 교회를 개척하고 성장시킨 열매를 소개하고 “16년간 어른 4천명, 아이들 6천명이 출석하는 교회가 됐다”며 “그러나 그보다 소중한 것은 나와 사역을 함께 했던 300명의 평신도 지도자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 옥한흠 원로목사의 사역을 소개하며 “옥 목사님은 32년간 수천 명의 평신도 제자를 배출하시고, 제자훈련에 진액을 쏟으시며 전력투구하셨다”고 말했다. 이어 “너무 애를 쓰셔서 몸이 아프셨다”며 눈시울을 붉히고 “지난 9월 2일 72세의 나이로 소천하셨다”고 말했다.

# 제자훈련, 토착화 세계화의 해답
오정현 목사는 제자훈련의 국제화를 위한 사랑의교회의 노력을 소개했다. 그는 “지난 120여 년간 한국 교회가 받은 영성의 축복을 세계화 하겠다”며 “특히 동북아 기독교가 잘 네트워크 돼 하나님 나라확장에 쓰임 받았으면 좋겠다”고 참석자들을 도전했다.

제자훈련과 목회의 관계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오 목사는 “제자훈련은 단순히 목회 프로그램이 아닌 목회의 본질”이라며 “제자훈련은 교회의 영광을 회복하는 지름길이자 교회를 건강하게 성장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또 골로새서 1장 28절과 29절을 언급하며 “그리스도 안에서 한사람을 완전한 자로 세우는 것이 제자훈련의 목표”라며 “한사람을 소중히 여기면서 그리스도의 제자로 키우면 목회의 놀라운 보람을 허락해주실 것”이라고 조언했다.

제자훈련을 위한 소그룹 목회의 중요성에 대해 그는 “설교와 가르침은 한계가 있다. 한 사람을 그리스도 안에서 완전하게 세우기 위해 소그룹을 통한 삶의 나눔과 실천이 필요하다”며 “8명, 10명씩 모여서 삶을 나누고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아가면서 변화의 능력이 나타나게 된다”고 말했다.

자신의 목회 경험을 바탕으로 오 목사는 “언젠가는 사역이 너무 힘들어서 절벽에서 떨어져 죽는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한다. 또 내 사역이 끝나겠구나 하는 위기감을 느낄 때도 많이 있었다”고 고백하고 “그러나 적은 숫자라도 한사람을 그리스도의 신실한 제자로 키우기 위해 목숨을 걸 때, 더 이상 좌절도 실망도 낙심도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 교회와 중국 교회가 긴밀한 관계를 가져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오 목사는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사명을 가진 사람을 이기지는 못한다”며 “중국 교회가 사명 받은 교회가 돼 한국 교회와 손을 잡고 세계 복음화의 동역자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수년간 중국 종교성, 삼자교회 지도자들과 이 문제를 많이 나눴다”며 “목회적 콘텐츠를 나누고 신학적 교류와 출판을 함께 해 하나님 나라와 복음의 역사가 확장되길 기도한다”고 덧붙였다.

▲ 중국 북경 삼자교회 지도자들은 오 목사의 제자훈련 강연에 높은 관심을 보이며 '한사람'을 신실한 그리스도인으로 세우기 위한 방법과 사역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 중국교회 고민 '한사람' 양육으로 풀자
강연 후 중국 교회 지도자들은 다양한 질문을 통해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먼저 기독교가 토착화 과정에서 한국 전통문화와 충돌이 없었는지에 대해 물었다.

이에 대해 오 목사는 “한국 교회는 처음부터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별했다”며 “유교문화 중 조상 숭배 가운데 귀신을 초청하고 귀신에게 절하는 것은 한국 교회가 용납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반면 문화적 전통, 음악, 시, 예술 한국적 민족적 전통에 대해서는 존중했다”고 말했다. 

또 “한국 교회는 술, 담배 문제에 있어서 엄격했다”고 밝히고 “그러나 21세기 들어와서 한국 교회는 술 담배를 하지 않는 것이 자칫 율법적으로 변할 수 있어, 복음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전통과 잘 조화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제자훈련 자체에 대한 관심도 많았다. 그 방법과 구체적인 실천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오 목사는 고 옥한흠 목사의 저서 ‘평신도를 깨운다’와 제자훈련 양육에 필요한 교제들이 중국어로 변역돼 있다고 소개하고 “평신도 지도자들이 직접 소그룹을 인도하는 실습의 장이 있어야 한다”며 “중국 교회도 이 같은 준비가 되면 현지에서 지속적인 제자훈련 세미나를 통해 목양 프로그램을 전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 교회의 구조적 문제와 현실적인 고민도 털어놓았다. 삼자교회 한 목회자는 “장로님들의 급여는 어느 정도 되느냐”고 물었다. 현재 적지 않은 수의 삼자교회가 젊은 목회자들과 오랫동안 삼자교회를 이끌어온 장로들이 교회 운영을 놓고 갈등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장로들의 급여와 지도력 문제 때문에 고민이 큰 상황이다.

이에 대해 오 목사는 “교회에 급여를 받는 목회자와 직원이 300여 명 정도”라며 “50여 명의 장로님들이 계시지만, 교회로부터 대우를 받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수고하고 봉사하시는 귀한 동역자”라고 말했다.

이어 “수만 명이 다니는 교회에서 장로가 몇 백 명이 있어야 하지만 교회 덩치가 커도 역동적이고 젊은 교회를 위해 30명의 사역 장로가 교회를 이끌어 간다. 이 시스템도 제자훈련 철학 때문에 나온 것”고 밝히고 “목회자들은 말씀 사역에 전력투구하고 장로님들은 직업을 가지고 물질로 헌신하고 평신도 지도자가 돼 소그룹 리더가 되신다. 존경하지 않으면 안 될 분들”이라고 말했다.

또 삼자교회 한 목회자의 질문에 교회의 연령별 구성도 공개했다. 오 목사는 “사랑의교회는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등록 교인이 8만8천여 명이고 청년 대학생이 1만5천 명”이라며 “이중 30대가 제일 많고 그 다음은 40대와 20대, 50대와 10대, 60대 순이다. 상당히 바람직한 구조”라고 밝혔다.

오 목사는 또 독서와 기도, 음악 감상, 박물관 관람, 조깅 등 자신의 영성관리 비법과 사역의 균형을 잃지 않기 위한 노력을 소개하며 “사역자가 균형을 잃으면 고집을 부리게 되고 융통성이 없는 사람이 된다. 또 남자들의 경우 성적인 유혹에 빠질 수도 있다”고 경건 훈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오정현 목사의 제자훈련 강연에 대해 왕아이핀 목사(주시구교회)는 "강연을 듣고 큰 감동을 받았다. 교회가 원하는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이 원하는 사람으로 양육해야겠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사랑의교회와 국제제자훈련원은 이번 강연을 시작으로 제자훈련의 중국 진출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중국 강연에 함께 참여한 김희원 장로(세계선교국)는 “오늘은 작은 강연에서 시작했지만 중국을 통해 복음이 전 세계로 확산돼, 이날 강연이 역사적이고 기념비적인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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