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주는 교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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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 주는 교회로
  • 승인 2002.04.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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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지금 물질지상주의에 빠져 그 늪에서 헤어나오지를 못한 채 한창 허우적거리고 있다. 지난 한해동안 내내 각종 게이트로 온 국민을 신물나게 만들었는데 이 문제가 매끄럽게 매듭짓지 못한 채 한해를 넘기면서 아직도 이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우리 사회에는 무슨 게이트가 그리도 많은지 터졌다 하면 뽑힌 줄기에 매달려 나오는 고구마처럼 줄줄이 각종 게이트에 연루된 정치인 공무원 할 것 없이 걸려 나오더니 이제는 대통령 측근 친척할 것 없이 안걸린 곳이 없다.

생각할수록 미숙하고 투명하지 못할 뿐 아니라 지극히 아마추어적인 사람들이 운영하는 나라가 이 나라다. 돈만 된다면 무슨 일이든 벌이고 개입하고 국가기관까지 동원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이 나라가 참으로 한심스럽다.
그런데 며칠 전에는 50억 원 복권이 터져나와 또 한번 세상을 놀라게 했다. 지나가다가 복권 석 장을 샀는데 그것이 모조리 1,2,3등으로 당첨되어 졸지에 50억 원이라는 돈벼락을 맞은 사람이 나타났으니 모두 눈이 튀어나올 일이다. 억세게 재수좋은 장본인인 자신도 놀랐겠지만 그 사건으로 나도 돈벼락을 맞을 수 있다는 기대에 들떠있는 사람들이 너도 나도 복권 가게 앞에 장사진을 치고 서 있는 저 사람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지금 모두가 제정신이 아니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년초부터 “부자되세요"라는 광고가 나오더니 온 나라 전체가 이 말이 인사말이 되고 사람을 만나면 먼저 부자되세요 라는 말로 화제가 시작되기에 이르렀다니 지금 사람들의 초미의 관심사는 모두 부자되는 것에 몰려있다. 년초에 그 광고가 나올 때 무슨 저런 광고를 다하는가, 과연 저 광고가 뜰까 하는 의구심이 앞섰는데 그 광고가 세상 사람들에게 그렇게 피부에 와 닿도록 어필되고 폭발적인 선풍을 일으켰다니 세상을 몰라도 너무도 모르는 자신의 무딘 감각을 한참이나 탓해보았다.
지금 우리 사회는 물질문화에 빠져도 너무 깊숙히 빠져있다. 모든 것이 물질로 말하고 평가되고 기준이 되어지고 있다. 물질이 주어진다면 마다할 것이 없고 주저할 것이 없다. 우리 사회가 이 물질문명의 급물살을 타는 동안 가장 크게 타격을 받는 곳이 우리들의 가정이다. 이제는 세 가정당 한 가정이 이혼하여 가정이 파괴되고 있다니 급기야 물질문명은 가정을 더 건강하고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고 파괴로 분열로 분산으로 나홀로의 삶으로 자꾸만 내몰고 있다.

우리 사회가 이렇게 되기까지 우리 교회들이 일조하고 부채질한 것은 없는지 자문해 본다. 그동안 한국교회는 복의 개념을 물질의 번영으로 인식해 왔고 복받는 삶에 액센트를 강하게 두어온 것이 사실이다.
우리 사회의 성장흐름에 한국교회도 아주 자연스럽게 물타기를 해 왔고 그 와중에서 교회도 성장하면서 메시지가 기복적으로 상당히 편향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는 동안 이 풍조가 우리사회에 거침없이 확산되었고 그리스도인들까지 나서서 일조의 수준을 넘어 오히려 앞장서서 이끌고 가는 풍상을 연출하여 왔다. 이제 와서 식자들로부터 지탄받고 많은 사회인들로부터 외면받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자업자득일 지도 모른다.

금년 고난주간을 거치고 예수 부활절을 거치면서 우리는 이제라도 고난받고 부활의 길로 나아가시는 주님의 발자취를 되새기면서 우리 교회들은 진정 건강한 교회로 거듭났으면 한다. 복을 받는 메시지에서 나아가 고난을 설교해야 하고 부활을 강하게 설교해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없는 교회는 세상에 존재해 있어야 할 이유가 없다. 그리고 그 교회는 결코 건강한 교회가 될 수도 없다.
이제 교회는 더 이상 쌓아놓지 말고 나누어야 한다. 침묵하지 말고 외치고 평안보다는 고난을 말하고 복의 개념은 풍부와 안녕과 안일이 아니고 주와 함께 고난받고 때로 절제하며 주님의 뜻을 잘 이루려 힘쓰는 삶에 있다는 것을 강조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 자신도 삶을 되돌아보고 수정하고 진정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고난주간을 거 치고 부활주일을 보낸 우리 한국교회가 이 사회에 감동을 줄 수 있는 삶이라고 생각한다.

이정익목사(신촌성결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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