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의현장28] 국회 지하예배당에 500번째 기도소리 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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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의현장28] 국회 지하예배당에 500번째 기도소리 울리다
  • 최창민 기자
  • 승인 2010.06.16 14: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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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기획 // 기도만이 살 길이다 - 한국교회 기도의 현장을 찾아서

▲ 백발이 성한 두 할머니가 국회 지하에 마련된 예배당에서 나란히 앉아 두손을 모으고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28) 강명순 목사, 18대 국회 내내 매일 새벽재단 쌓아

국회에 목사가 부임했다. 본청 지하 1층 후미진 곳에 마련된 작은 예배당. 먼지가 훌훌 날리던 그곳에 기도의 씨앗이 뿌려진 지도 500일이 지났다. 새벽 햇살을 맞으며 국회에 발을 들이민 사람들은 강명순 목사와 이런저런 사연으로 엮인 이들이다. 국회골방기도회에 참석하기 위해 삼삼오오 모인 이들의 면면을 보면, 백발 어르신부터 갓 돌 지난 아이들까지 다양했다. 여느 교회 주일예배 풍경과 다름없었다. 그동안 이곳을 한번이라도 다녀간 사람은 660명. 매회 기도회에 참석한 사람 수를 더했더니 4천432명이나 됐다. 도대체 이 사람들은 왜 새벽같이 국회를 찾아 기도하게 된 것일까. 지난 10일 500일을 맞은 국회골방기도회 현장을 찾았다.                    
                                                                                         <편집자 주>

천안함, 지방선거 등 현안 놓고 시국기도
“한번 심어지면 제거할 수 없는 기도회로”

국회 골방기도회를 시작한 것은 지난 2008년 18대 총선에서 강명순 목사가 한나라당 국회의원으로 국회에 들어온 후 부터다. 두려움과 떨리는 마음으로 혼자서 조용히 시작한 국회골방기도가 수많은 간증과 열매를 맺으며 500번째를 맞았다. 이날도 50석 남짓한 규모의 예배당이 사람들로 북적였다. 사람들은 익숙한 모습으로 강명순 목사의 인도를 따라 목청껏 찬양을 불렀다.

“주 하나님 이 나라를 지켜주시고 이 땅위에 주의 나라 세워주소서 이 민족을 은혜로써 주의 백성 되게 하사 우리 모두 구원받아 살게 하소서”

성도들은 찬송가 581장 ‘주 하나님 이 나라를 지켜주시고’를 찬양하면서 은혜의 바다에 빠져들어 갔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이곳에 모였고, 누가 보지 않아도 손 모아 기도하고 찬양했다.
이날 기도회에는 한나라당 정의화 국회 부의장도 참석했다. 정 부의장은 “오늘로 500일을 맞은 골방기도회를 통해 18대 국회를 위해 기도해 오신 하나님의 종들에게 감사 드린다”며 “세계 곳곳에서 나라를 위해 기도하는 기도의 용사들을 축복해 달라”고 기도했다.

이어 지난 2일 실시된 지방선거에 대한 기도도 부탁했다. 그는 “민심의 무서움을 경험할 수 있었다”며 “국회의원들이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더욱 노력할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고 말했다.

정 부의장의 기도에 이어 국회 사무처 직원들로 구성된 국회조찬기도회 성가대가 나와 ‘엘로힘의 하나님’을 찬양했다. 또 500회 기도회를 축하하기 위해 정성희 권사(흑석동제일감리교회)는 찬양 ‘감사해’를 팬플룻으로 구성지게 연주했다. 작은 예배당에 하나님의 은총이 내리는 듯 고요하고 평화로운 시간이었다.

이후 박종천 교수(감리교신학대학교)가 ‘주께서 쓰시겠다 하라’는 제목으로 설교를 맡았다. 마가복음 11장 1절에서 10절까지의 본문으로 말씀을 전한 박 교수는 “예수께서 타고 가실 당나귀를 선택하시는 장면”이라며 “세상에 하고많은 나귀 중에 하필이면 그 나귀를 선택하신 예수님이 ‘주께서 쓰시겠다 하라’고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고 소개했다.

이어 “내 인생은 내가 쓰는 것 같지만 결코 아니다. 우리의 인생은 주께서 쓰시는 인생”이라며 “예수님을 등에 업고 가는, 예수님이 쓰시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하나님은 어떤 상황에서도 부르신 것을 후회하심이 없다”며 “때로는 코너에 몰리는 것 같고 하는 일도 잘 안되는 것 같지만 하나님이 쓰시겠다고 하셨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이어 “강명순 목사님이 인도하시는 골방기도회를 통해서 이 나라가 변화될 줄로 믿는다”며 “겨자씨와 같이 한번 심어지면 제거할 수 없는 기도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500일 골방기도 동안 태어난 아기와 엄마들이 함께 찬양을 했다. 또 양봉식 목사의 인도를 따라 나라와 민족을 위한 기도, 아이들이 행복한 나라를 위한 기도, 강명순 목사의 의정활동과 국회를 위해 통성으로 기도했다. 참석자들은 국회에서 통과되는 법을 통해서 하나님의 공의와 정의가 이 나라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한 마음으로 기도했다. 이후 윤영지 목사(행복한우리교회)의 축도로 예배를 마쳤다.

기도회는 평일 아침이면 매일 이렇게 드려진다. 시국의 주요한 사건이 터지면 그와 관련된 설교를 하고, 함께 기도한다. 최근 온 나라를 혼란에 빠뜨렸던 천안함 사건. 이 사건이 터진 후 골방기도회의 기도는 더욱 간절해졌다. 나라가 위기에 있을 때, 사회가 혼란할 때, 국회가 정쟁으로 만신창이가 될 때마다 이곳에 모인 성도들은 이념, 사상을 떠나 오직 하나님의 나라와 공의를 위해 기도했다.

2년 넘게 기도회를 하는 동안 간증과 열매도 많다. 국회 사무처 직원과 비서관 세 명이 아이를 갖게 됐다. 그 중에는 무려 7년 동안 아이를 갖지 못해 힘들어 했던 사람도 있다. 그녀는 강 목사와 함께 국회 골방기도회를 참석했다. 이후 그녀를 안고 세 번째 기도했을 때 기적이 일어났다. 아이가 생긴 것이다.

기적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강 목사를 이곳으로 데려오기 위해 매일 새벽 3시에 일어나 차로 국회까지 인도했던 김윤성 비서관. 그는 신앙이 없었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강 목사와 함께 새벽마다 골방기도회를 찾은 덕분에 신앙을 갖게 됐고 구원의 감격을 맛봤다.

충남대 국어교육과 정원수 교수도 강 목사와의 인연으로 3개월째 기도회에 참석하고 있었다. 세계 언어를 한글로 표기하는 '온누리 한글 표기법'을 개발한 정 교수는 강명순 목사를 천사목사라고 부른다. 강 목사를 만나 함께 기도하면서 번역 사역을 돕는 손길들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문자가 없는 소수민족 언어를 한글 표기법으로 성경을 제작하는 일을 시작한 그는 글자가 없는 나라에 글자와 함께 생명을 전하는 사역을 하고 있다. 지난 3개월 동안 강명순 목사와 기도하면서 골방의 비밀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기도회에 참석하던 성도 2명은 지난 500일 동안 전도사가 되고 목사가 됐다.

그 뿐만이 아니다. 그는 국회 안에도 상처받은 사람들이 많다. 이들도 강 목사를 피해갈 수 없었다. 국회의원은 물론이고, 사무처 직원, 다른 당 사무관, 방호원부터 청소부까지. 높고 낮음이나 빈부와 귀천, 권력도 강 목사 앞에서는 마음의 담을 허물고 다가온다. 국회 전체가 하나의 목회지가 된 것이다.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시작했던 국회 골방기도회. 500번째 기도회를 마치면서 강 목사는 “영국을 모델로 해서 마련된 아동빈곤법 통과를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며 “이 나라에 더 이상 빈곤으로 인해서 삶을 포기하거나 죽는 아이들이 더 이상 없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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