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60년] 이데올로기 벗고 평화와 통일의 선구자로 나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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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60년] 이데올로기 벗고 평화와 통일의 선구자로 나서자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0.06.09 14: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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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25한국전쟁 60년, 한국 교회의 반성과 희망

▲ 한국전쟁은 6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한국 사회에 이데올로기 분열을 일으키고 있다. 이데올로기의 중심에서 대립을 같이 하는 교회가 이제는 ‘용서와 화해’를 말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같은 민족이 서로 총부리를 겨눴던 6.25 한국전쟁이 60년을 맞았다. 잊을 수 없는 역사적 상처로 우리 민족에게 남아 있는 6.25. 용서는 하되 잊지는 말아야 한다는 전쟁의 교훈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직까지 ‘용서’에 다가서지 못하고 있다. 전쟁을 전후로 갈라진 이념의 대립은 아직도 한국 사회를 좀먹는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고 심지어 교회조차도 이같은 이념의 대립에 매몰돼 갈등의 중심에서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잊지말아야할 전쟁. 그 속엔 교회가 있었다. 6.25 한국전쟁 60주년을 맞아 당시 교회가 개입한 전쟁에 대한 태도와 지금까지 이어지는 이념갈등에 대한 반성과 더불어 교회가 전후복구에 기여한 긍정적인 역할들을 통해 오늘의 교회가 해야 할 ‘치유의 사역’들을 되짚어 본다.                                        <편집자 주>

이분법적 기독교 세계관은 교회가 이념갈등의 선두에 서게 만들어
사회갈등 치유와 통일 과제 교회의 몫, ‘평화의 주체’로 우뚝 서야

지난 3월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일어난 천안함 침몰 사건 이후 보수 기독교계는 즉각 ‘천안함 재건조 국민운동’을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낸 성명에는 천안함 재건조에 국민 모두 동참토록 하며 이를 통해 애국 안보의식을 높이자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이 소식이 전해진 후 여론은 “교회가 왜 무기 건조에 나서느냐”는 비난이었다. 교회와 무기 건조는 과연 연관이 없을까?

# 교회, 이데올로기에 빠지다
6.25 전쟁이 일어날 당시 교회도 극심한 이데올로기의 갈등을 겪고 있었다. 공산주의를 지지하며 전쟁을 도왔던 북한교회와 휴전반대운동에 앞장서며 전쟁에서 끝까지 싸워 이겨야 한다는 남한교회가 있었다. 북한교회는 조선기독교도연맹을 중심으로 무기 구입 헌납운동을 전개했다. 전쟁 승리를 위해 각 지역 교회들과 교인들에게 무기 구입 헌금을 요구하며 전쟁을 지원했다.

사회 전체가 이데올로기로 갈라져 있던 상황이었지만 교회의 이념대립은 다른 이들에 비해 훨씬 두드러졌다. 그리고 그 갈등은 지금까지 교회의 역사를 따라 흘러오고 있다. 평화 통일의 최전선에 교회가 나서기도 하지만 최근 천안함 사태후 ‘전쟁불사’의 각오로 북한타도를 외치는 보수 교회가 존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원대 종교학과 김성건 교수는 교회가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이데올로기의 지지자를 자처하는 것은 천국과 지옥, 선과 악, 적과 나 등 이분법적 세계관에 함몰돼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펼친 바 있다.

김 교수는 “종교사회학 이론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적과 아군으로 나뉘어 생명을 걸고 장기간 대대적 싸움을 벌이는 전쟁과 같은 극한 상황은 그 전쟁 이후에 해당 전쟁을 경험한 사람들로 하여금 ‘종교성’을 증가시키는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여기에 기독교인들은 선과 악으로 나뉘는 이분법적 세계관에 익숙해 있기 때문에 이데올로기의 갈등이나 선악의 논리로 전개되는 전쟁의 후유증은 기독교인들에게 더 잘 적용된다는 것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최근 일부 교회나 단체들의 모습은 ‘이념’이 ‘성경’을 앞서고 있다는 점이다. 같은 그리스도인 공동체 안에서도 이념으로 적군과 아군을 나누고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이원적 사고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 전후 복구처럼 사회갈등 치유하자
전쟁이 사라져야 하는 이유는 그 결과가 참혹하기 때문이다. 전쟁의 피해는 고스란히 백성들에게 돌아간다. 이념적 사회갈등도 마찬가지다. 갈등은 대립을 낳고 싸움으로 이어진다. 싸움은 서로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그 후유증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6.25 전쟁은 엄청난 후유증을 남겼다. 1951년 정부 집계에 따르면 삶의 터전을 잃은 피난민은 380만명, 가옥과 재산을 잃은 전재민은 약 402만명이었다. 남한 전체 인구를 2,100만으로 추산할 때 절반에 이르는 주민들이 굶주림과 집 없는 설움에 시달린 것이다. 한국 교회가 이데올로기의 아픔을 겪는 사이 외국 교회들은 한국 사회의 전쟁 상처 치유를 위해 걸음을 바삐 했다. 전쟁 직후 40여개에 달하는 구호단체들이 한국을 찾았고 이들은 고아원 사역과 전쟁 미망인 원조, 질병예방 사업들을 전개했다.

미 장로교 해외선교부는 한국 교회를 위해 1950년부터 1954년까지 180만 달러를 모금했고 미국 감리교회는 1950년부터 매년 10만 달러 이상을 한국으로 보내주었다. 기독교세계봉사회와 구세군에서는 피난민을 위해 무료급식소를 개설했고 기독교아동복지회는 고아를 돌보며 해외 입양사업을 전개하는 등 전후 한국 사회 치유를 위해 정성을 다했다.

물론 이 당시 미군의 참전으로 우호적인 시각을 가졌던 교회들은 원조와 사회복지 지원 등을 받으면서 친미적 성향이 깊어지게 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전후 해외 교회들의 사회보호 지원이 없었다면 한국 사회의 회복은 상당히 더디게 진행됐을 것이라고 역사학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념을 떠나 교회가 보여준 모습은 치유를 위한 노력이었다. 전쟁의 상처를 싸매기 위해 해외교회들과 함께 노력한 한국 교회는 이제 원조 수혜국에서 해외 원조 지원국으로 역할이 바뀌는데 기여한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하나된 ‘섬김’이 사회치유의 큰 힘이 된 것은 오늘날 교회가 되새겨야할 부분이다. 교회 안에서조차 이념의 대립을 보이는 안타까운 시기에 ‘말씀’으로 돌아가 한 분의 그리스도 아래에서 서로 섬기며 화합하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교회가 갈라진 사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힘을 얻기 때문이다.

# 평화 통일, 물꼬를 트자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쟁 분위기가 잠시 고조된 듯 했지만 지금은 다소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일부 교회가 보수적 목소리를 높이면서 마치 교회 전체가 반공 이데올로기 속에서 전쟁지지에 나서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한국 교회는 한반도 평화통일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

88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민간단체로는 처음으로 한반도 평화통일 의지를 담은 선언문을 발표하면서 막힌 사회에 ‘충격’을 주었고 이후 북한과 민간교류에 나서고 인도주의적 대북지원에 앞장서면서 통일의 파수꾼 역할을 감당해왔다.

물론 한국 교회의 이같은 노력은 이데올로기적 잣대에 의해 평가절하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 기독교통일학회 주도홍 교수는 10년 넘게 진행된 대북지원을 좌우 이념의 잣대로 보는 것을 경계해야 하며 좁더라도 예수님의 사랑을 전하기 위해 한국교회는 성경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한국전쟁 60년. 이제 아픔을 씻고 용서와 화해의 길을 걸어야 한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한국 사회의 평화를 위해 한반도의 통일을 위해 가장 먼저 교회가 나서주길 바라고 있다. 갈등의 주체가 아닌 평화의 주체로 교회가 원형을 회복하는 것이 전쟁 60주년이라는 아픈 시간을 보내는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과제라는 것이다.

교회는 이제 이념을 버리고 ‘성경’으로 하나되어 ‘사랑의 치유자’로 나서야 한다.
한국복음주의협의회 김명혁 목사는 “천안함 침몰 사건으로 인해 일부 교회가 북한에 대한 증오와 분노를 품고 그것을 행동으로 나타내려 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칼을 쓰는 자는 칼로 망한다는 그리스도의 말씀을 기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용서와 양보, 화해가 증오보다 앞서야 한다는 점을 김 목사는 강조하고 있다. 그리스도인이라면 이념을 앞세워선 안 되고 그리스도의 사랑을 최고의 가치로 여겨야 한다. 이러한 믿음이 바탕이 된다면 기독교는 자연스레 ‘화해와 평화’로 발길이 옮겨질 것이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권오성 목사는 “한반도에서 냉전질서가 종식되고 평화협정 체결을 통한 평화와 통일의 새 시대가 열리길 희망한다”며 “그리스도인들이 먼저 평화와 생명을 이루는 일에 전진해야 하며 이 땅, 그리고 세계의 분쟁을 종식 시키는 일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독교인들이 평화 수호자로 바뀔 때, 교회가 통일에 마음을 모을 때 새로운 전환점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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