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권선거 어떻게 하나-선거풍토 개선, 제도만으로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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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권선거 어떻게 하나-선거풍토 개선, 제도만으로 안된다.
  • 승인 2001.03.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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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권선거 방지 위해 합동측 올 가을 제비뽑기 시행…문제는 후보·총대 들의 ‘도덕 불감증’

예장 합동측은 지난 가을 총회에서 전 임원의 선거방식을 제비뽑기로 전환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에따라 합동은 올 가을 총회부터 제비뽑기에 의해 부총회장 등 임원을 선출하게 된다.

제비뽑기가 성경적이냐 아니냐를 두고 논란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합동측이 이 선거방식을 도입한 것은 교단내 팽배한 부정·금권선거를 막아보자는 것. 교단의 뿌리를 흔들만큼 심각한 금권선거에 대한 경고성 조치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제비뽑기가 더 큰 거래를 유도할 것”이라는 우려를 보이기도 한다. 이것은 ‘돈’이 없이는 아무것도 되지않는 총회 선거판을 극명하게 드러낸 증거이다.

예장 통합측은 몇년전 부총회장 선거부정 파문으로 몸살을 앓았다. 투표용지가 다르게 계수되었다는 고발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둘러싼 싸움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명예를 중시하는 교단장은 상처를 입었고 선거를 담당하는 교단 지도자들의 양심에 의혹의 눈초리가 이어졌다. 그러나 통합측의 이같은 부정은 지난해 총회에서도 재현됐다. 투표지 부정의혹은 아니었다. 그러나 한 총대가 내보인 수표로 공공연히 떠돌던 ‘돈봉투’의 문제가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통합측은 선거전에 바른목회자협의회를 중심으로 ‘바른선거 정착을 위한 실천연대’를 구성하며 선거감시에 나섰지만 물증을 잡지 못한 채 가슴앓이를 해야만 했다. 단지 구두로 “후보들이 뿌린 액수가 얼마이고 누가 더 많은 돈을 썼다더라”는 후문뿐이었다.

과연 한국교회의 선거문화를 개혁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대한기독교서회 사장 김상근목사는 지난 98년 한국교회 개혁을 위한 대토론회에서 한국교회 선거풍토가 잘못되어 있음을 지적하며 명예를 갖는 교단장과 실무를 담당하는 총회의장의 양두체제를 제안한 바 있다.

김목사는 총회장은 철저히 명예직이어야 한다는 입장을 바탕에 두고 있다. 또 선거제도 역시 어른을 추대하기 위해 무후보, 비밀, 직접선거로 엄격하게 진행되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제는 공명한 선거를 위해 갖가지 제도를 도입한다고 해서 부정선거를 막을 수 있느냐는데 있다.

각 교단은 선거관리위원회를 운영하면서 금품살포를 감시하고 선거비용에 대해서도 제한을 가하고 있지만 이것은 대체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도덕성이 무뎌진 총대들은 돈을 받고도 신고는 커녕 다른 후보와 비교하며 저울질 하기 일쑤이고 돈과 비례해 한 표를 행사하기 때문이다.

도덕불감증은 총대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교단의 ‘어른’이길 자청하는 후보들에게서도 찾을 수 있다.
한 사례로 지난 가을 총회에서 교단장에 선출된 K목사는 기자들이 교단내 금권선거 문제를 지적하자 “인사차원에서 식사를 대접하고 또 먼 걸음 하신 총대들을 위해 교통비 얼마를 주는 것이 잘못됐다고 볼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한 바 있다. 선거법에 금지된 식사 등 향응제공과 금품전달은 그저 관례일 뿐이지 위법행위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꽤 의식있다고 소문난 교단에서 이같은 말이 터져나왔다면 다른 교단의 경우도 크게 다를 바 없다고 보여진다. 올 가을 합동측의 선거는 선거제도의 변화가 그릇된 선거풍토 전체를 바꿀 수 있을지를 가름하는 하나의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선거풍토의 개선을 후보와 총대의 변화가 아닌, 투명성조차 입증되지 않은 새로운 제도의 도입에 막연한 희망을 걸어야 한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현주(lhj@uc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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