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병원 세운 파란 눈의 선교사 ‘에비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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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병원 세운 파란 눈의 선교사 ‘에비슨’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0.04.14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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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브란스병원 설립의 주역 에비슨 선교사를 아세요?

▲ 에비슨 선교사와 백정의 아들로 최초의 한국인 의사 중 하나였던 박서양이 함께 수술을 집도하고 있다. 사진 우측이 에비슨, 가운데가 박서양.

제중원 역사 조명 활발

 

서양 의술을 처음 전하며 병원의 기초를 놓은 선교사를 기억할 때 우리는 알렌을 떠올린다. 알렌과 스크랜튼 등 복음과 의술을 함께 전했던 파란눈의 선교사들 뒤에 우리나라 현대 의학과 병원 설립의 기틀을 마련한 ‘에비슨’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125주년 역사를 맞이한 연세의료원이 제중원 125주년과 함께 에비슨 탄생 150주년 기념 전시회를 열고 있다. 제중원의 출발이 알렌으로부터 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에비슨을 주목하는 이유는 의학교육을 처음으로 실시하며 한국인이 직접 한국인을 치료하고 스스로 자립하는 병원을 세운 인물이기 때문이다. 에비슨을 말할 때 ‘한국 의학과 고등 교육의 개척자’라는 호칭이 붙는 것도 이 때문이다.

1893년 미국 북장로회 의료 선교사로 내한해 1935년 12월 미국으로 돌아갈 때까지 한말과 일제시기에 40년 동안 한국에 머물렀던 에비슨 선교사(사진).

에비슨은 1860년 영국에서 태어나 1887년 캐나다로 이주, 토론토 의과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대학교수와 토론토대학 주치의로 활동했다. 그러나 에비슨은 안락한 생활을 버리고 한국 선교사를 지원했다. 그가 한국을 선택하는데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은 언더우드였다.

연세대 박형우 교수는 “안식년으로 미국에 체류하던 언더우드가 토론토대학 선교 모임을 이끌던 에비슨의 초청을 받았고 이곳에서 한국의 선교 경험을 들려준 것이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감리교회 소속이었던 에비슨은 “하나님의 일을 하는데 교파는 상관이 없다”며 미국 북장로회 파송으로 한국에 들어왔다. 1893년 7월의 일이다.

그가 한국에 들어왔을 당시 제중원의 상황은 어떠했을까. 사실 제중원은 존폐의 기로에 놓여 있었다. 알렌이 본국으로 돌아가고, 후임이었던 헤론이 이질로 사망하면서 병원의 운영에 문제가 생겼다. 헤론의 후임이었던 빈튼은 조선정부와 갈등을 빚었고 2년간 병원은 힘겹게 유지되어 왔다.

한국에 들어온 에비슨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제중원의 운영을 두고 조선 정부와 6개월에 걸친 협상을 벌인 것. 결국 에비슨은 제중원을 미국 선교부로 이관했다. 왕립병원이었던 제중원이 진정한 선교병원으로 거듭나는 순간이었다.

▲ 박서양이 처음 일했던 구리개 제중원.
오늘날 세브란스병원의 초석은 110년 전 에비슨이 놓은 것이나 다름없다. 1900년 4월 뉴욕에서 개최된 해외선교회의에서 ‘의료선교에 있어서의 우의’라는 제목으로 강연한 에비슨은 “한국에서 활동중인 의사들이 모여 함께 일할 수 있는 병원을 만든다면 훨씬 효율적인 의료선교 사업이 이뤄질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 강연을 들은 당시 미국의 부호 세브란스는 1만 달러를 선뜻 기부했다. 그 기금을 바탕으로 남대문 밖에 한국 최초의 현대식 종합병원을 세우고 이름을 세브란스병원이라 명명한 것이다.
전 국사편찬위원장 이만열 박사는 “에비슨의 노력은 병원을 건립한 것을 넘어 기독교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전도의 문을 여는 선교적 결실을 맺었다”고 평가했다.

에비슨이 한국 선교사로 들어온 이후 선교병원을 세우고 정식 의학교육을 시작해 제1호 의사를 배출하고 전염병 예방사업을 펼친 것들을 모두 인정받았다. 제자들에게 기독교의 진리와 정의를 강조해 그에게서 배운 제자들은 강한 민족의식을 가질 수 있었다고 한다. 또 에비슨은 복음을 통해 신분 철폐를 주장하며 사람을 사람답게 살아가도록 하는데 힘쓴 것으로 유명하다.

에비슨의 헌신으로 오늘의 병원을 세운 연세의료원은 ‘사람을 구제하는 집’이라는 뜻을 가졌던 초기 제중원의 설립 목적과 귀천을 떠나 하나님의 사랑으로 인술을 베푼 에비슨의 선교 정신을 이어받아 이제 받는 선교에서 ‘주는 선교’로 세계를 향해 도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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