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 WCC 대책모임 결성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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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동, WCC 대책모임 결성 속내는?
  • 이현주
  • 승인 2010.02.01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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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아직 시간 많이 남았다 판단, 신학연구부터 시작

새해부터 보수 신앙 사수에 나선 예장 합동이 지난 25일 보수 교단들을 불러 모아 WCC 대책 준비모임을 결성했다. 지난 9월 총회 이후 합동 교단 안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추진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WCC 대책 활동. 합동 WCC 대책위원회 조직에 이어 타 보수교단에서도 대책위원회를 결성해 2011년부터는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할 태세다.

 
25일 WCC 대책 간담회에 참석 의사를 밝힌 교단은 총 20개로, 장로교단이 대부분이다. 여기에 기성과 예성, 침례교와 예감이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간담회 석상에 기성과 침례교, 웨신 관계자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합동은 이 간담회를 앞두고 보수 성향의 교단 대다수에 콜을 보냈다. 한기총 총무단 산하 WCC연구위원회 임원 교단인 합동, 고신, 합신, 고려측 4개 교단이 주축이 됐다. 이날 구성된 준비위원회 역시 이 4개 교단을 중심으로 인물 배치를 마무리지었다. 오는 9월 총회까지 한시적인 조직이지만 교단이 WCC 대책위원회 구성과 연합을 공식적으로 결의하도록 만든다는 분명한 목적을 부여했다.


# WCC 대책활동 어떤 방향으로 가나


WCC 총회 개최까지는 아직 3년의 시간이 남아 있다. 총회 유치가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된 것 이외에 WCC 회원 교단들도 이제 막 준비위 사전 조직인 연구위원회를 구성한 정도다. 총회 개최를 위한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되지 않았으니 보수 교단들 역시 아직 시간을 벌어 놓고 있다.

 
일단 예장 합동과 교단 연합 준비위원회는 WCC에 대해 명확히 아는 것부터 대책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합동의 경우 교단 산하 4개 신학교 신학자들에게 WCC에 대한 연구를 의뢰했고 여기에 대항하는 보수 신학의 정체성과 정통성 확보를 주문한 바 있다.
 

준비위원회도 교단 증경총회장과 현직 임원들을 설득해 체계적인 대책활동을 시작하겠다고 밝혔고 이 시점을 오는 9월로 보고 있다. 교단 총회의 결의가 없이 활동할 경우 공신력과 책임감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보수 교단들이 WCC 연구에 먼저 중점을 둔 것은 이미 유치된 총회를 반대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판단과 함께 한국 교회 안에 확산될 인본주의 신학과 세속주의 종교다원주의를 경계하고 보수 신앙을 확산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의견 때문이다.
 

이날 결의문 역시 한국 교회 보수 교단들이 힘을 합해 한국 교회의 정체성을 사수하고 보호한다는 내용을 먼저 담고 있다.

 
결의문을 통해 유추할 수 있는 또 하나의 활동은 총회 준비가 본격화될 경우 연합과 지원 등을 거부하는 것이다. 결의문에는 WCC가 종교다원주의와 혼합주의, 인본주의 신앙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를 용납하는 어떠한 기관과의 연합도 단호히 거부한다고 밝히고 있다. WCC 총회에 대한 지원은 물론 교회협 및 WCC 회원 교단인 예장 통합, 감리교, 기장, 성공회 등과의 교류도 문제 삼겠다는 의지로도 해석된다.


# WCC 왜 극렬 반대하나


합동을 위시한 보수 교단들이 WCC에 강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것은 한국 교회 분열사와도 맥을 같이한다. 한국전쟁 등 이념의 상처를 안고 있는 보수교단은 전후 사회적으로 팽배했던 이념갈등의 피해자라는 생각이 가득하다.

 
고신 부총회장 윤현주 목사는 “한국 교회는 WCC 2차 총회 때 회원 가입을 신청한 것으로 안다”며 “당시 WCC는 세계 모든 악을 퇴치시키기 위한 사회주의 건설이 목표라는 선언을 냈던 단체”라고 지적했다. 윤 목사는 이후 보수 교단들은 크게 반발했고 교단 분열의 원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WCC가 다원주의와 혼합주의를 띠고 있다는 지적은 보수권에서 단골로 거론되는 부분이다. 이 중에서도 호주 캔버라에서 열린 7차 총회 당시 한국의 정현경 교수가 영혼을 불러내는 ‘초혼제’의식을 치룬 것에 대한 거부감이 깊게 깔려 있다.
 

대외적으로는 WCC가 주는 위험성을 차단하고 한국 교회의 건강성을 지키자는 목적이 분명하지만 교단 내적으로도 WCC 문제는 하나의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합동의 경우 최근 두각을 보이는 개혁 세력들에 대한 견제를 위해 WCC 대책활동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합동 내 신진 개혁 세력들은 타 교단과의 교류와 연합, 연대 등을 강조하면서 WCC 총회를 반대할 것이 아니라 한국 교회 연합 차원에서 함께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 바 있다. 이들은 교단 내 묵은 갈등에 대한 개혁과 갱신을 요구하면서 최근 교단 정치권에서 상당한 두각을 나타냈다. 이에 대한 위기감을 느낀 교단 정치 세력들은 교단 신학과 정체성을 강조하며 ‘섣부른 개혁’에 쐐기를 박고 있다.
 

한국 교회 최대 보수 교단이라는 정통성을 확인시킴과 동시에 교단 보수권력을 사수하기 위한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린 것이다.


# 에큐메니칼권의 대응


보수 교단의 연합을 지켜본 에큐메니칼권은 일단 담담한 반응이다. 합동과 고신 등 보수 교단은 항상 에큐메니칼운동의 반대 선상에 있었고 이번에 준비위원회에 참여한 교단들의 총회 공식 결의를 얻은 것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총회 개최지가 부산이라는 점과 한국 교회의 연합을 세계에 알린다는 총회 유치 당시의 목표에 미루어 볼 때 보수 교단을 설득하고 지원을 요청하는 것은 거를 수 없는 중요한 과제로 꼽히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참석한 그리스도인들에게 부산 교회의 냉담함을 경험하게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 지역교회의 협력이 없이는 대규모 행사를 치러내기 어렵다는 점도 보수 교단을 설득해야 할 중요한 과제로 꼽히고 있다.
 

한 에큐권 인사는 “보수 교단들을 설득하는 일이 쉽지 않겠지만 WCC에 대한 오해들은 풀어나가야 할 것”이라며 “WCC는 결코 다원주의가 아니며 종교 혼합주의로 볼 수 없는 순전한 기독 교회의 협의체”라고 강조했다.

 
또 “보수 교단이 주장하는 WCC 용공 논란을 이미 사라진 지 오래며 WCC 안에는 한국의 합동이나 고신보다 훨씬 보수적이고 복음적인 교회들이 건강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을 새롭게 인식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직 서로를 탐색중인 보수권과 에큐권의 WCC 논쟁은 가을 총회 이후 본격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합의점을 찾기 힘든 민감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올 한 해 각 단체 안에서 또 교단 간 연합사업 속에서 보이지 않는 충돌이 시작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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