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일방적 정부 편향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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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일방적 정부 편향 우려
  • 최창민
  • 승인 2010.01.22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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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사회문제에 대한 중재 역할 논의 필요

중요 사안마다 진보와 보수의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종교계가 중재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지난해 말 정부당국과 용산 참사 유가족 간의 최종 협상 타결에서 보여준 한국 교회를 비롯한 종교계의 중재는 사회 통합이라는 시대적 사명에 대한 종교계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특히 용산참사 사건의 경우 진보와 보수가 첨예하게 대립했던 사안이어서 더욱 빛났다.

그러나 최근 한국 사회의 최대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세종시 수정안 논의와 관련해서 한국 교회, 특히 보수권을 중심으로 정부 편향의 일방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4일 교계 원로 21명이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 “애국 시민들의 기본 생각은 정부 부처가 나뉘거나 수도가 분할됨으로서 그에 따른 행정적 비효율과 막대한 유무형의 국가적 손실을 염려하는 것”이라며 “이는 여러 전문기관의 연구와 선진국 사례 등을 통해 이미 드러난 바 있다”고 말해 사실상 정부가 내놓은 수정안에 대한 찬성 입장을 밝혔다. 이어 세종시 원안 고수 입장을 밝히고 있는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를 향해 “대국적으로 결단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도 “여당은 집권당으로서 분열의 모습을 자제하고, 국론통합을 위해 책임 있는 자세로 여론설득과 토론에 앞장서라”고 요구하고 “한국교회는 현 시국 최대현안인 세종시 문제 해결을 통한 국민통합과 경제회복, 그리고 국가발전을 위해 하나님 앞에 합심하여 기도할 것”이라며 교회의 중재역할을 자임했다.

그런가하면 보수 성향의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엄신형 목사)는 닷새 뒤인 19일 긴급 임원회를 갖고 “세종시 문제는 애초에 수도를 이전하려던 이전 정부의 계획을 헌법재판소가 위헌판결 함으로써 이미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던 문제”라고 주장하고 “사실상의 수도분할에 해당되며, 이에 따른 막대한 비효율과 국가적 손실은 너무도 명확하게 예상된다”며 정부의 수정안 지지 입장을 밝혔다.

또 “국민들은 정치권의 선동이나 지역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세종시 수정안이 지역 균형 발전과 국가 발전에 부합하는지 헤아려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와 관련 희년토지정의실천운동 고영근 사무처장은 “용산참사 중재를 이끌었던 과정에서 교회가 정부의 편을 들었다면 중재가 됐겠느냐”고 반문하고 “이미 찬성 입장을 정해 밝히고 중재하겠다는 것은 교회가 편가르기에 앞장서고 갈등을 조장하는 것이다. 중재가 아니고 사실상 정부 안을 홍보하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상임의장 정진우 목사는 “보수 교계의 이런 모습은 모순된 행동”이라며 “한국 교회가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하려고 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교회가 앞장서 정부안을 찬성하면 선교에 방해가 된다”며 “권력의 비판자적인 자리에 서야할 교회로 하여금 공신력을 손상시키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용산참사 협상 타결을 계기로 한국 교회의 사회 통합과 중재 역할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지만 여전히 미숙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교회의 올바른 사회적 중재 역할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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