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빵 먹던 아이들이 있는 곳에 왜…”
상태바
“진흙빵 먹던 아이들이 있는 곳에 왜…”
  • 최창민
  • 승인 2010.01.22 1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이티 긴급구호 마치고 귀국한 조현삼 목사 인터뷰
▲ 아이티의 눈물 (한국교회연합봉사단 제공)

아이티 참사 직후 국내에서 가장 먼저 현지로 찾아가 봉사활동을 벌였던 한국교회연합봉사단 단장 조현삼 목사가 8박9일(아이티 현지 3박4일)간의 긴급구호활동을 마치고 21일 새벽 귀국했다.

현지시간으로 지난 12일 새벽. 사상 최악의 자연재해로 꼽히는 아이티 지진이 발생했고 사상자가 수십만 명에 이를 것이라는 충격적인 소식이 언론보도를 통해 전해졌다. 많은 사람들이 반신반의하며 충격에 휩싸여 있을때 조현삼 목사는 “어서 달려가 힘닿는 데로 도와야한다”는 생각으로 당일 저녁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사실 조 목사에게 아이티는 인연이 깊은 나라다. 지난 2008년에도 아이티 아이들이 허기진 배를 진흙과 밀가루를 섞어 만든 빵으로 연명한다는 안타까운 보도를 접한 후 긴급하게 4천만원을 모금해 현지로 달려갔다.

그런 까닭에 그는 이번 지진 소식을 듣고 “진흙빵을 먹는 것으로 우리 마음을 아프게 했던 곳”이라며 “안타까운 마음으로 현장을 주목하며 주님의 뜻을 구하고 있다”고 동역자들에게 기도를 부탁했다.

아이티는 공황이 관제탑이 무너져 폐쇄됐고 미국을 거쳐 도미니카공화국으로 이동해야 아이티에 들어갈 수 있었다. 오고가는 데만 4박5일이 소요되는 지구 반대편까지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달려간 것이다.

▲ 한국교회연합봉사단 단장 조현삼 목사.
조 목사 일행은 먼 길을 돌고 돌아 16일 저녁 아이티에 들어갔다. 트럭 네 대 분량의 각종 의약품과 쌀, 물 등 긴급구호품을 실고 서울을 출발한지 사흘 만에 국경을 넘었다. 버스를 타고 다섯 시간을 달렸다.

국경을 넘는 와중에 성난 아이티 사람들에 의해 경찰이 죽었다거나 UN 창고도 털렸다는 소식도 들었지만 잠도 두세 시간 쪽잠으로 지세고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면서 아이티를 향한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국경에서 1시간쯤 달려 아이티 수도 포르토 프랭스에 도착했다. 조 목사는 “지진 피해를 입은 불쌍한 사람들로 보여야 하는데 언제 달려들지 모르는 위험한 사람들로 보였다”며 “긍휼한 마음보다 두려운 마음이 위에 올라와 있었던 것 같다”고 당시 상황을 고백했다. 조 목사 일행은 자유무역지대인 소피나공단의 한 교민이 운영하는 공장에 도착해 캠프를 설치했다.

다음날 아침 6시부터 참사 현장을 돌아봤다. “이른 시간인데도 거리에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대부분 굉한 얼굴을 하고 있었습니다.” 조 목사는 “지진 피해를 당한 아이티 사람들 대부분은 지금도 마당이나 길에서 잔다”며 “집이 무너지지 않은 사람도 집에 들어가기를 두려워한다. 지금도 여진이 있다”고 말했다.

조 목사는 또 “거리에는 시신이 대부분 쓰레기처럼 버려져 있었다. 시신이 부패하면서 나는 악취 때문에 손과 마스크로 코를 막고 지나갈 수밖에 없었다”며 “사람의 시신이 쓰레기 처럼 중장비로 처리되는 기가 막힌 일이 눈앞에서 펼쳐졌다. 시내에 있는 공동묘지 화장장에는 하루 종일 검은 연기가 끊이지 않고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10년 넘게 세계의 크고 작은 재난현장을 찾아가 구호를 했지만 구호품을 나눠주는 과정에서 신변의 위험을 느낀 적은 처음이었다”고 말하고 “대지진 가운데 어렵게 살아남은 이들이 구호품을 받지 못해 목숨을 잃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목사는 21일 귀국 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한국교회희망봉사단을 비롯한 교계 및 여러 단체들이 지금도 현장에서 헌신적으로 구호에 동참하며 섬기는 모습을 보면서 큰 감동을 받았다”며 한국 교회의 지속적인 구호를 당부했다.

“아이티는 일어나야 합니다. 유난히 아픔과 상처가 많은 나라, 아이티가 울고 있습니다. 아이티의 눈물을 닦아 주고 싶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살려주셨듯이 그 땅의 사람들도 살려주시기를 기도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