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30년, 석별 앞둔 고애신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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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30년, 석별 앞둔 고애신 선교사
  • 최창민
  • 승인 2009.12.11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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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출국..."남은 삶도 한국과 마음으로 통하고 싶다"

▲ 기장 해외선교부 고애신 선교사.
“한국의 인권상황이 최근 역행하고 있어 걱정입니다.”

은회색 단발머리에 파란 눈을 가진 고애신(Mary Collins) 선교사(65)는 오는 18일 케나다로 귀국을 앞두고도 한국에 대한 마음을 놓지 못한다. 미디어법, 용산참사, 쌍용차 사태, 전교조 시국선언 탄압, 공무원 노조 불허 등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이슈들을 열거하는 그녀의 깊이 패인 목주름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반평생을 한국에서 인권과 민주화를 위해 싸웠던 삶의 열정이 단호한 어조와 손짓을 통해 그대로 전해졌다.

1980년대 초반 한국은 민주화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전두환 정권 하에 인권과 민주화를 외쳤던 많은 사람들이 체포, 구금됐다.

“일본에 숨어 있던 ‘TK’라는 익명의 저자에 의해 쓰인 ‘한국으로부터의 통신’을 통해 한국의 인권 상황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그 전까지는 당시 한국이 심각한 독재 정부인줄 몰랐습니다.” 고 선교사는 아주 적은 정보로 한국행을 선택했다. 한 권의 책을 통해 한국의 인권 상황을 접했고 굳은 각오로 낯선 나라에 온 것이다.

1979년 봄 고애신 선교사는 캐나다연합교회와 한국기독교장로회를 통해 한국에 왔다. 그녀는 한국 교회와 협력 관계에 있는 해외 교회에 편지, 보고서 등을 통해 한국의 인권 상황을 알렸다. 이 보고서는 캐나다와 미국, 독일 등 서방 교회를 움직였고, 정부와 세계 각국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독일 교회는 재정을 지원했고, 민주화 운동에 큰 힘이 됐다.

그러나 고 선교사의 이런 활동은 당시 정권의 눈엣가시. “당시 노동운동, 공단 여공들 이야기 등 인권, 정치적 이슈와 민주화 운동 상황을 알렸던 PROK(기장) 뉴스레터는 출간, 배포 금지를 당했습니다.” 각종 시위 현장, 목요기도회, 영등포산업선교회 등 민주화 운동을 하다 투옥된 사람들을 수차례 만났다. 이해동 목사, 허병석 목사, 박형규 목사 등 교계 인권 운동가들과도 깊은 관계를 맺었다.

그러던 중 그녀의 활동이 줬던 파장을 말해주는 사건 일어났다. “1983년 귀국 보고를 위해 케나다로 돌아갔지만, 정부가 비자 발급을 차단해 한국에 들어오지 못했습니다.” 이후에도 일본, 캐나다를 오가며 한국과 기장의 상황을 알리는 활동에 주력했고 1998년 8월 한국기독교장로회의 요청으로 15년 만에 다시 한국에 들어왔다.

▲ "북한 땅을 처음 밟았던 때의 감격을 잊지 못합니다."
 
“북한 땅을 처음 밟았던 때가 가장 감동적이었습니다. 그 감격은 말로 다 할 수 없어요.” 고 선교사는 지난 2000년 6월 북한 금강산에서 기도했던 때를 잊지 못한다. 또 매향리, 노근리, 백두산 등 남북 분단의 아픔이 남아 있는 곳에서 진행된 기도순례를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한국인만큼이나 통일을 원했던 모양이다. 그 외에도 미군기지촌 여성들을 상대로 한 ‘두레방’ 사역, 가출 청소년 학교인 ‘들꽃피는마을’, 저소득층 아이들과 서민들을 위한 ‘희년의집’ 등 이웃을 섬기는 프로그램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한국 교회에 대해 그녀는 “교인들이 교회 안에서 성가대, 식당 봉사, 교회학교 등 너무 열심히 일한다”고 칭찬했다. 그러나 “너무 위계질서가 강하고 남녀 차별이 심한 것은 단점”이라고 지적했다. 또 “한국 교회 목회자들은 자기 돌봄의 시간, 휴식의 시간이 없는 것 같다.”며 “스스로 재충전을 해야 지치지 않고 사역을 계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30년 전 처음 한국에 왔을 당시에 대해 고 선교사는 “그때는 이것을 꼭 해야겠다고 생각하지 않아도 민주화, 인권 운동이 괴리되지 않을 만큼 삶 자체였다”며 “1998년 이후 한국은 인권과 민주화에 큰 진보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녀는 최근까지도 한국의 인권 상황을 묵묵히 전 세계에 알렸다. 출국을 앞두고 있는 지금도 한국의 인권 상황에 대한 걱정이 앞서는지 인권 후퇴 사례를 언급하며 목에 힘을 잔뜩 줬다.

고애신 선교사는 18일 오전 11시 기장에서 준비한 송별예배를 마치고 21일 출국한다. 이후 캐나다에서 1년간 전국을 돌며 귀국보고를 할 예정이다. 고 선교사는 다가오는 성탄절에 대한 기대가 크다. "올해는 굉장히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 보내는 크리스마스가 될 것 같습니다. 캐나다에서의 새로운 삶의 시작이 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캐나다에서 이웃을 섬기는 자원봉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남은 인생도 한국과 마음과 마음으로 통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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