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을 상실한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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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을 상실한 시대
  • 승인 2002.03.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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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직업도 참 다양하다. 세상이 변하니까 직업도 다양해지고 있다. 그런데 내가 무슨 직업을 가지느냐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직업을 운영하는 정신이 더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사람은 무슨 일을 하던지 정신과 철학이 있어야 한다. 사업하는 분들은 분명한 철학이 있어야 한다. 그것은 “이 사업을 통해서 이 나라에 공헌한다”는 철학이다. 사업하는 사람이 그런 철학이 없으면 돈은 좀 벌겠지만 대신 추해진다. 또 음식장사하는 사람도 철학이 있어야 한다. “나는 내 음식솜씨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겠다”는 철학말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돈벌겠다는 마음이 앞서다 보니까 속이게 되고 부정한 재료를 쓰게 되고 유해한 첨가물을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또 공무원에게도 철학이 있어야 한다. “나는 국가를 위해서 살아가는 청지기다”라는 의식이다. 공무원에게 그런 철학이 없으면 젯밥에 관심이 생기게 된다. 그래서 공무원이 뇌물을 받고 편법을 인정해 주게 되는 것이다. 사람이 일을 하는데는 정신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루터는 모든 직업은 하나님이 주신 것이기 때문에 성직 수행하듯 하라고 했다. 그말은 무슨 일을 하든지 철학과 뜻을 가지고 하라는 말이다.
작금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참으로 어이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어서 안타깝다. 하나는 미국의 꼴볼견이다. 미국은 지금까지 세계의 경찰국가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누가 인정해 준 것이 아니고 자신들 스스로가 자인하면서 살아왔다. 그래서 세계 여러나라에 대해서 참견했고 인권을 말했고 자유를 말해 왔다. 그랬으면 대국답게 생각하고 처신해야 한다.
우리는 독일을 대국이라 말하고 일본은 대국이라 말하지 않는다. 독일은 대국답게 처신한다. 나찌독일에 의해서 고통당한 나라들에게 깊은 사죄는 물론이고 배상도 오래전에 끝냈다. 그랬으면서도 오늘도 독일의 수상이 나찌때 고난당한 나라들을 방문하게 되면 제일 먼저 머리숙여 사죄부터 한다. 그런데 일본은 결코 대국일 수가 없다. 일본은 자신들이 저지른 잘못을 끝까지 책임지지 않고 배상은커녕 인정도 하려하지 않는다. 그들은 역사교과서 까지 왜곡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지금 미국도 대국노릇을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달에 끝난 동계 올림픽에서 보여준 오늘 미국의 태도는 대국은 커녕 소아병적으로 자국이익에 집착하는 소국 모습을 보여주었다. 미국이 미국일 수 있는 것은 약소국들에게 유쾌하게 져줄 수 있는 태도를 보일 때라는 것을 그들은 생각도 못했다. 이제 미국도 어쩔수 없이 역사속의 제국들이 걸어갔던 쇠퇴의 길로 접어들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그것이 미국만의 일이겠는가. 수도방위를 맡고 있는 군인이 그것도 경계근무중이던 군인이 민간인에게 총을 뺏기는 이 어설픈 군인이야기를 우리는 어떤 심정으로 바라보아야 하는가. 젊은 기업인 한사람의 로비에 의해서 육·해·공군은 물론 국회, 국정원, 정당, 청와대까지 움직이고 그것도 모자라 대통령 측근에서 친인척까지 총동원되는 이 나라를 또 우리는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그것도 일개 사업가의 말만 믿고 있지도 않은 보물선 때문에 온 나라 전체기관이 총동원되는 이런 나라속에서 우리는 지금 숨을 쉬고 살아가고 있다. 이같은 수준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보면서 철학 운운하는 것은 시기상조일런지 모르나 이제 우리는 제발 각자 서 있는 자리에서 자기몫을 다해야 한다. 공무원은 공무원의 자리에서, 군인은 군인의 자리에서, 백성은 백성의 자리에서, 그리고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인의 자리에서 자기의 몫을 하고 철학을 펼쳐가며 살아가야 한다. 신학자 존 네이스빗은 “사람이 삶에서 우선순위를 잘못 선택하면 삶의 목표에서 멀어진다”고 했다. 그리고 찰스 휴멜은 “우리들이 삶에서 만나는 수많은 딜레마는 시간과 물질의 부족해서 오는 것이 아니고 일의 우선순위를 잘못 선택해서 오는 것”이라고 했다. 오늘 우리가 겪고 있는 이같은 미숙한 삶의 태도는 우선순위를 혼돈하는데서 오는 것이다.

이정익목사(신촌성결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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