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복음서(98) 예수님의 족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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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복음서(98) 예수님의 족보
  • 승인 2006.08.23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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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교수<백석대 기독신학대학원>




누가가 제시하는 예수님의 족보는 주님이 하나님의 아들로 선포되신 세례 사건에 대한 일종의 주석으로 볼 수도 있다(눅 3:23~38).


즉 주님의 족보를 제시함으로써, 누가는 하늘로부터의 음성을 통하여 하나님의 아들로 선포되신 주님이 이방 신화에 나오는 반신반인(半神半人) 같은 존재가 아니라 여느 사람처럼 족보를 가진 참 사람임을 드러내고자 한다.


아울러 누가는 다윗의 자손이라는 증거를 제시함으로써 예수님이 메시야 임을 나타내보이고자 한다(눅 3:31; 참고, 롬 1:3; 막 10:48; 행 2:30).


또한 주님의 조상을 아담으로까지 소급하여 밝힘으로써 누가는 예수님이 이스라엘 백성에게만 혈연적으로 묶여 있는 것이 아니라 온 인류하고도 혈연적으로 친족 관계에 놓여있음을 상기시켜 주고 있으며, 동시에 그의 사명이 궁극적으로 온 인류를 위한 것임을 밝히 보여주고 있다.


바로 이런 부분은 아브라함을 족보의 시발점으로 제시함으로써 다분히 유대인들의 정서를 반영하고 있는 마태복음의 족보와 확연히 구분되는 것으로써, 온 인류를 위한 구원의 복음을 강조하는 누가복음의 보편주의적 특징을 여실하게 드러내준다.


또 한 가지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 보아야 할 부분은 누가가 아담을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부르고 있다는 사실이다(눅 3:38). 물론 아담을 하나님의 아들이라 부를 때 그것은 하나님의 육체적 후손이라는 의미에서 아들이란 뜻은 아니고, 하나님에 의해 창조되었다는 의미를 가리킨다.


인류의 시조이자 대표인 아담을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부름으로써 누가는 주님의 세례와 창조 때의 하나님의 목적을 연계시키고 있다. 즉 사람은 예수님 안에서 구체화된, 그리고 주님이 그 제자들이 된 사람들과 함께 나누었던, 하나님과의 부자(父子)적 관계를 누리며 살도록 창조된 존재라는 사실이다.


이와 관련하여 여기서 우리 말 성경의 문제점 하나를 지적하고자 한다. 눅 2:23부터 ‘이상’이라는 말이 나온다; “요셉의 이상은 헬리요, 그 이상은 맛닷이요….” 한글만 보면 언뜻 이상하게 보여지는 부분이다.


그런데 여기서 표현된 한자어 이상(以上)의 원어는 남성 단수 소유격 관사로서(tou), 헬라어에서는 아들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일례를 들면, 막 1:19에서(“세베대의 아들 야고보와 그 형제 요한을 보시니 ….”) 아들이란 단어가 없는 대신에 세베대 앞에 남성 단수 소유격 관사(tou)가 덧붙여짐으로써, 아들을 가리키는 것이다.


이처럼 원문에 없는 표현을 의역하여 옮겨진 단어는 우리 말 성경에서 작은 글씨로 표기되어 있다(예; 행 21:8 - “이튿날 떠나 가이사랴에 이르러 일곱 집사 중 하나인 전도자 빌립의 집에 들어가서 유하니라.”). 따라서 성경을 고를 때에는 원문에 없는 표현이 작은 글씨로 되어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다시 누가복음으로 돌아가서, 영어번역에서는 ‘이상’에 해당하는 관사를 아들(son)로 바르게 번역하였으나, 한글번역(개정)에서는 그 의미가 제대로 표현되고 있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서 다른 한글 번역에서는 처음 이 단어가 나올 때 ‘아들’로 번역한 후 이후부터는 ‘위’(개정개역, 표준 새번역, 공동번역)로 번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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