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복음서(97) 예수님의 세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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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복음서(97) 예수님의 세례 이야기
  • 승인 2006.08.16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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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교수<백석대 기독신학대학원>




누가복음의 주님의 세례 이야기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또 한 가지 사실은 성령의 강림이다. 물론 이것은 공관복음 모두에 언급되어 있으나, 영(靈; pneuma) 앞에 거룩(聖; hagion)을 추가하여, 문자 그대로 ‘성령’으로 기록하고 있으며, 또한 “형체로”란 어구를 삽입함으로써 특별히 누가복음에서 더욱 강조되어 나타난다.


형체로 성령이 강림하였다는 것은 성령의 강림이 환상적이거나 상징적인 것이 아니라 실제적이었음을 가리킨다. 성령의 형체적 강림은 누가복음의 속편이 되는 사도행전에 기록된 오순절 성령 강림 때의 특이한 현상을 상기시킨다: “홀연히 하늘로부터 급하고 강한 바람 같은 소리가 있어 저희 앉은 온 집에 가득하며, 불의 혀 같이 갈라지는 것이 저희에게 보여 각 사람 위에임하여 있더니.” (행 2:2-3) 주님 세례 시 발생하였던 현상적 특징이 성령이 초대교회에 강림하실 때 다시 발생하였다는 것은 두 사건 사이에 긴밀한 유사성을 잘 드러내준다.


그리하여 이 점을 진지하게 고려하는 학자들은 예수님이 성령을 받으심으로써 메시야로서의 사역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처럼, 초대교회 역시 오순절 성령 강림으로 말미암아 비로소 진정한 교회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고, 공식적으로 교회로서의 사역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물론 주님은 성령 받기 전부터 이미 메시야였고, 또한 열두 사도들을 중심으로 한 초대 교회 역시 이미 그 전부터 그리스도께서 머리가 되시는 교회였지만, 그러나 이 두 사건의 현상적 유사성이 제시하는 의미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달리 말하면, 성령의 강림과 함께 메시야 사역이 시작되었듯이, 오순절 성령 강림과 함께 교회의 사역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는 말이다. 이 두 사건의 병행적 특징은 주님의 사역과 교회의 사역을 병치시킴으로써, 교회가 주님이 행하신 구원 및 선교사역을 동일한 성령의 도우심을 입어 계속 진행시켰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 두 사건이 갖는 이런 의미는 오늘날 우리에게도 그대로 유효하게 전달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메시야의 사역에 성령이 함께 하심으로써 성공적 성취를 인도하였고, 성령이 또한 사도 및 제자들의 사역에 직접 간여하여 그들을 성공적 복음 전파와 교회의 확장을 이루게 하셨다는 사실은 오늘날 우리가 하나님의 일을 추진할 때 기억하여야 할 중요한 교훈을 지적하여준다.


즉 주님과 사도들 및 초대교회에 성령이 함께 했던 것처럼, 오늘날 우리들의 사역에도 반드시 간여하셔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들에게 던지는 의미는 오늘날 교회의 모든 사역을 수행함에 있어서 성령의 인도하심을 반드시 추구해야 함을 뜻하는 것이다.


오순절 성령 강림은 사도 및 제자들의 삶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이전까지는 유대 관헌들을 두려워하여 도피하고 은신하였던 그들이, 이제 양지(陽地)로 나와서 담대하게 주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을 증거하였던 것이다.


한 때 비겁했던 그들이 이토록 달라지게 된 근본적 배경 중 하나는 바로 성령의 충만함이었다. 바로 이 점 역시 오늘날 우리에게 동일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성령의 충만함 없이는 하나님의 일을 올바르게 수행할 수 없다는 진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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