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복음서(96) 예수님의 세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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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복음서(96) 예수님의 세례 이야기
  • 승인 2006.08.16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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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교수<백석대 기독신학대학원>





예수님의 세례 사건은 공관복음 모두에 기록되어 있으나, 요한복음에서는 나타나고 있지 않다(막 1:9-11; 마 3:13-17; 눅 3:21-22).



공관복음 세 이야기의 공통점은 주님이 갈릴리 나사렛으로부터 요단 강에 이르러 세례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셨고, 그 후 물에서 올라올 때 하늘이 열리며 성령이 비둘기 같이 그 위에 내려오고, 이어서 하늘로부터 하나님의 아들 예수님을 인정하시는 말씀이 선포되는 것이다.


비록 모두 같은 사건을 말하고 있지만, 복음서 저자들에 의한 사건의 해석은 각기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마가복음에서 수세(受洗) 이야기는 복음서 서두에 위치하면서 복음서의 마지막 부분과 긴밀하게 연결되면서 소위 수미쌍관법(首尾雙關法; inclusio)이라는 독특한 구조를 구성하는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첫째로, 세례란 단어가 마가복음의 뒷 부분인 막 10:38에서 야고보와 요한이 책망 받는 장면에서 다시 사용되고 있는데, 그 때의 의미는 그리스도의 죽음을 가리키는 것이다; “예수께서 가라사대 너희 구하는 것을 너희가 알지 못하는도다 너희가 나의 마시는 잔을 마시며 나의 받는 세례를 받을 수 있느냐?”

둘째로, 막 1:10의 ‘갈라짐’(schizo)은 막 15:38(“이에 성소 휘장이 위로부터 아래까지 찢어져 둘이 되니라.”)의 ‘찢어져’와 같은 단어로서, 오직 마가복음에만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히 10:20에서는 그 휘장이 곧 예수님의 육체라고 기록하고 있다. 그렇다면 하늘과 성소 휘장이 갈라지고 찢어지는 데 같은 단어가 사용된 것은 곧 예수님의 죽음이 이미 수세 때부터 암시된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셋째로, 수세 후 물에서 올라올 때 하늘로부터 들려진 음성은 예수님을 하나님의 아들로 인정하는 선포인데, 이것은 막 15:39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을 직접 목격한 이방인 백부장의 고백을 통하여 다시 선포되고 있다; “이 사람은 진실로 하나님의 아들이었도다.” 이 고백은 주님의 죽음을 전제로 한 것으로써, 그렇다면 위의 세 요소, 즉 세례, 갈라짐, 선포는 모두 예수님의 죽음을 일정하게 가리킨다.

그리하여 마가복음에서 예수님의 세례 이야기는 주님의 십자가 죽음이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핵심임을 잘 드러내주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마가복음의 신학적 특징이 고난을 강조하는 ‘십자가 신학’(theologia crucis)이란 사실과 매우 적절하게 부합한다.


그렇다면 누가복음 수세 사건의 특징은 무엇일까? 우선 첫 번째로 눈에 띠는 것은 주님의 기도하는 모습이다(눅 3:21). 세례 받고 기도하실 때 비로소 하늘이 열리며 성령이 형체로 비둘기 같이 강림하고 이어서 하늘의 음성이 선포된 것이다.

즉 성령의 강림과 하늘의 음성이 주님의 세례 받을 때 발생한 것이 아니라, 세례 후 기도하실 때 발생하였다는 것은 주님이 하신 기도의 의의를 잘 드러내주는 것이다. 이러한 기도에 대한 누가의 강조는 누가복음 도처에서 발견되고 있다.


누가복음에는 모두 9번에 걸쳐 주님의 기도가 소개되고 있는데, 그 중 오직 2번만(눅 22:44; 23:34) 다른 복음서에 기록되었을 뿐이다(눅 3:21; 5:15; 6:12; 9:18, 29; 11:1; 22:39, 44; 23:34). 복음서 서두에서부터, 다시 말하면 주님의 공식적인 사역의 시작에서부터 누가는 기도의 중요성을 강조함으로써, 기도의 복음서로서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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