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복음서(95) 누가복음의 사회복음 성격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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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복음서(95) 누가복음의 사회복음 성격 시사
  • 승인 2006.07.27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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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교수<백석대 기독신학대학원>




누가복음에는 다른 복음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세례 요한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것은 세례 요한의 불같은 종말론적 설교를 듣고(눅 3:8-9) 세 그룹이 나타내 보인 반응이다(눅 3:10-14).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그 내용이 전혀 종말론적이지 않고, 오히려 현세에서의 바람직한 삶의 태도에 관한 윤리적 교훈이라는 점이다.


먼저 무리가 세례 요한에게 나아와 ‘이미 도끼가 나무뿌리에 놓여있는 듯한 상황’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는 질문을 던지자 세례 요한은 궁핍한 사람들과 갖고 있는 것을 함께 나누라는 구제(救濟)의 명령을 권면하고 있다(눅 3:10-11).


두 번째로 주님 당대에 부정한 인물로 낙인찍혔던 세리들이 나아와 동일한 질문을 던지자(“우리가 무엇을 하리이까?”) 정해진 세금 외에는 착취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눅 3:12-13). 끝으로 군병들이 나아와 역시 같은 질문을 던지자 무력을 행사하지 말고 주어진 급료에 만족할 것을 권면한다(눅 3:13-14).


그 답변의 내용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 불특정 다수인 무리에게 제시한, 있는 것을 없는 이들과 함께 나누라는 구제의 권면이 세례 요한의 교훈의 기본적 원리로서 제시되고 있고, 구체적 그룹인 세리와 군병에게 주어진 답변은 그 기본 원리가 그들의 형편에 따라 적절하게 적용되어 제시되고 있음을 보게 된다.


다시 말하면, 없는 이들과 함께 나누라는 구제의 원리를 세리에게 적용할 때 나타나는 구체적 행동강령은 정한 세금 외에 늑징치 않는 것이며, 군병에게 적용할 때 나타나는 구체적 행동강령은 강포 혹은 무소하지 말고 받는 급료에 만족하는 것이란 의미이다.


불같은 종말론적 심판의 설교를 듣고 찾아온 사람들에게 회개의 합당한 열매로서 주위의 어려운 이웃들을 괴롭히지 말고 오히려 소유한 재물을 그들과 함께 나누라는 구제의 권면은 다른 복음서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매우 독특한 메시지이다. 구제를 독려하는 세례 요한의 이 교훈은 앞에서 이미 언급한 바 있는 마리아의 찬가에서도 발견되는 사회복음적 특징으로서(눅 1:51-53), 누가신학의 사회적 성격을 시사해 주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그리고 이런 특징은 포로 된 자, 눈먼 자, 눌린 자를 포함하여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기름부음을 받았다고 선언하시는 주님의 취임설교에서 다시금 확인되고 있다(눅 4:18). 그렇다면 마리아 → 세례 요한 → 예수님으로 이어지는 교훈의 연속성은 가난한 자들에 대한 구제를 중시하는 누가신학의 단면을 잘 드러내 주고 있는 것이다.


요한은 물로 세례를 베풀지만 그 뒤에 오실 그리스도는 성령과 불로 세례를 베푸신다는 말씀은(눅 3:16) 결국 오순절 성령 강림을 가리키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행 2:1-4).


왜냐하면 주님은 지상 사역 중 그 누구에게도 세례를 준 적이 없고, 또한 오순절 날 발생한 성령의 강림은 주님이 아버지께 받아서 사람들에게 부어주신 것이기 때문이다(행 2:33).


결국 요한의 회개의 세례는 주님의 성령세례를 위한 준비단계로서 주님이 가져오시는 하나님 나라의 온전한 통치의 시작을 가리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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