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복음서 (93) 복음은 역사적 사실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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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복음서 (93) 복음은 역사적 사실의 기록
  • 승인 2006.07.13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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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교수<백석대 기독신학대학원>




누가가 선포하고 있는 복음은 인류 구원의 복음이다. 그러나 누가는 대표적 수신인인 데오빌로와 같은 교양 있는 로마인들을 위하여 그 복음서를 저술하였다(눅 1:1-4).



그러나 누가는 로마인들이 멸시하는 유대민족의 사람으로서, 로마제국의 변방에 속한 나라에서 로마 총독의 명에 의해 범죄 혐의로 처형당한 바로 그 사람에게서 인류의 운명에 관한 궁극적 진리를 찾아야 한다는 것을 로마인들이 믿는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란 사실을 익히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하여 누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강구해야만 했는데, 그 하나로써, 그가 지금 기술하려는 사건들이 세계 역사 가운데 일부였음을 언급하게 되었던 것이다.


베스도 앞에 선 사도 바울처럼 누가는 그 청중 및 독자들에게 “이 일은 한편 구석에서 행한 것이 아님”(행 26:26)을 말하고자 하였다. 이런 맥락에서 누가는 복음서 저자들 가운데 유일하게 역사적 기록을 많이 남긴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우선 서문에서 누가는 주님의 관한 일들을 “근원부터 자세히 미루어 살폈다”(눅 1:3)고 말한다.


특별히 그보다 먼저 “우리 중에 이루어진 사실”, 즉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에 대하여 많은 사람들이 붓을 들었다는 사실을 언급한 것을 참작할 때(눅 1:1-2), 근원부터 자세히 미루어 살폈다는 그의 말에는 이전의 글들에 대한 충분한 이해 및 검토가 있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이것은 전형적인 역사학자의 태도이다.

이러한 역사학자의 자세로서, 누가는 복음서 도처에서 역사적 기록을 남기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우선 주님 탄생 사건을 소개하면서 당시 로마제국의 황제인 아구스도와 수리아 총독인 구레뇨의 이름을 기록하고 있다(눅 2:1-2).


또한 세례 요한의 공적 사역을 소개하기에 앞서 먼저 로마 황제(디베료 가이사)를 포함하여 당시 로마 총독인 본디오 빌라도, 헤롯 안디바, 헤롯 빌립, 루사니아와 같은 유대 분봉왕들의 이름도 소개하고 있다(눅 3:1-2). 같은 맥락에서 누가는 그의 두 번째 책인 사도행전에서도 여러 차례에 걸쳐 역사적 사실들을 기록하고 있다(행 11:28; 18:2)


이렇게 볼 때 그의 두 권의 책에는 당대 로마제국을 지배하였던 세 명의 황제들의 이름과 네 명의 유대 총독들의 이름(본디오 빌라도, 베스도, 벨릭스, 아그립바), 그리고 세 명의 이스라엘의 분봉왕들의 이름이 상세하게 소개되어 있는 것이다.


이러한 황제들과 유대 총독 및 분봉왕들의 이름이 다른 복음서에서는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은 누가가 예수님이나 세례 요한의 사역이 그리스도인들에 의해서 의도적으로 조작된 이야기가 아니라, 역사 한 가운데서 실제로 발생한 사실(史實)임을 밝히 지적하고자 한 것이었음을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누가의 역사 기록은 비록 많은 분량은 아니지만, 꼭 필요한 사실들을 기록하여 줌으로써, 기독교가 마치 낙하산처럼 하늘에서 떨어진 종교가 아니라, 이 땅에 뿌리를 둔 역사적 종교로서 신뢰할만한 증거가 충분하다는 것을 당대의 독자들에게만 아니라 동서고금의 모든 인류에게 선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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