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복음서(91) 구약예언 성취와 사회복음 제시
상태바
사복음서(91) 구약예언 성취와 사회복음 제시
  • 승인 2006.06.28 17: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경진교수<백석대 기독신학대학원>




탄생사화의 주인공은 당연히 예수님이지만, 동시에 육신의 모친인 마리아의 역할이 중요함에 대하여는 이미 살펴본 바 있다. 이는 주님의 육신적 생명의 도구로서의 역할이 중요함을 가리킨다.


이에 대하여는 사도 바울 역시 그 서신에서 언급하고 있다: “때가 차매 하나님이 그 아들을 보내사 여자에게서 나게 하시고 율법 아래 나게 하신 것은.” (갈 4:4). 이런 견지에서의 중요함 외에 탄생사화에서 마리아를 이야기할 때 놓칠 수 없는 부분이 바로 마리아의 찬송시인 마그니피카트(Magnificat)이다(눅 2:46-55). 이 명칭은 이 찬송시의 첫 구절, “내 영혼이 주를 찬양하며”의 ‘찬양하다’의 라틴어에서 비롯되었다.


마리아 찬가는 외형적으로 천사 가브리엘의 수태고지(受胎告知)에 이어 친척인 엘리사벳의 축복송(눅 2:42-45)에 대한 화답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 까닭에 마리아에게 임할 축복에 대한 감사로써 이해되는데, 정작 그 내용은 구약의 예언에 대한 성취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비천한 시골 처녀에 불과한 자신에게 임한 은혜로 인해 하나님을 찬양한다(눅 2:46-50). 또한 동시에 아브라함과 조상들에게 주신 약속들이 성취됨으로써 이스라엘 백성에게 구원의 선물이 선사될 것에 대하여 역시 하나님을 소리높여 기쁨으로 찬양하는 것이다(눅 2:51-55).


그런데 마리아 찬가에서 특히 우리의 관심을 끄는 대목은 2:51-53에 나타난 사회복음(social gospel)적 성격이다. 여기서 비천한 자와 주리는 자를 구원하시고 반면에 교만한 자들과 권세 있는 자들, 그리고 부자들에 대해 심판을 선언하는 내용은 당시 유대사회의 정서를 고려할 때 매우 급진적인 내용으로서, 서두에서부터 누가복음의 사회적 성격을 잘 드러내주고 있는 것이다.


이 구절들에서 주목해야 할 요점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부자와 가난한 자, 권세 있는 자와 없는 자 사이에 발생할 운명의 역전(reversal of fortune)이라는 주제와, 다른 하나는 재물 및 빈부(貧富) 주제로서, 부자들에 대한 적의(敵意)와 가난한 자들에 대한 호의(好意)가 드러나는 부분이다.


이와 같이 우리는 마리아의 찬가에서 사회 질서 및 인간적 가치와 운명이 완전히 역전되어 나타나는 것을 보게 되는데, 이는 가히 ‘혁명’이라고 부를 만하다고 하겠다. 이는 하나님의 나라의 도래로 인하여 기존의 일상적 삶이 하나님의 뜻과 연결되면서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커다란 변화를 겪게 됨을 뜻하는 것이다.


이 주제는 구약, 특히 시편에서 자주 등장하고 있는데, 거기에서는 새로운 시대 혹은 종말의 때에 발생할 운명의 역전이 분명하게 묘사되어 나타난다. 누가복음에 나타난 ‘가난’이란 단어의 용례를 고려할 때, 그것이 영적이고 윤리적인 의미가 아니라 문자적이고 실제적인 것을 우리는 알게 된다.


그렇다면 여기서 비천한 자는 위압적인 관원들에 의해 압제 당하는 자들을 가리키는 것이 옳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마리아의 찬가에서 누가의 가난한 자들과 압제 당하는 자들에 대한 관심과 부자와 권세 있는 자들에 대한 반감은 운명의 역전이란 모티프를 통하여 여실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하겠다.


세상에서 버림받고 소외된 가난한 자들을 찾아오신 주님의 사역이 그 모친의 마리아의 찬가에서 이토록 아름답게 예언적으로 선언되고 있는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