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복음서(86) 선택받은 가정의 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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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복음서(86) 선택받은 가정의 축복
  • 승인 2006.05.25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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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교수<백석대 기독신학대학원>




마태복음의 탄생 기사(infancy narrative)는 족보를 통하여 메시야를 옛 선지자들의 예언을 성취하는 적법한 왕족의 후예로서 강조한다. 누가복음에서는 메시야의 강림을 예언 은사가 표현되어 나타나는 사건으로써 강조하고 있다.

그리하여 누가복음의 탄생 기사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천사 가브리엘을 포함하여, 장래 일, 특히 구주 예수님과 그 선구자가 될 세례 요한에 관한 일을 예언하게 된다; 천사 가브리엘(눅 1:13-17[사가랴-세례 요한]; 30-33, 35-37[마리아-그리스도]; 마리아(1:46-55), 사가랴(1:68-79), 시므온(2:29-32). 이처럼 예언과 환상은 이제 시작되는 메시야 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아론의 자손들은 제사장들이었고, 그들만이 성전 제사에 참여할 수 있었다. 신약 당시 제사장들은 24반열로 나누어졌고, 각각의 반열은 1년에 두 차례 일주일 동안 성전에서 제사장의 직무를 수행하였는데, 그 기간 동안 이른 아침과 오후에 주의 성소에 들어가 분향하였다(출 30:7 이하).

사실 분향하는 제사장이 된다는 것은 모든 제사장들에게 허락된 것이 아니라 특별히 제비뽑기를 통해 선택된 제사장들만이 누리는 영예였으며, 한 사람이 두 번 이상 선택되는 것도 허락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사가랴가 이런 영예를 누린 것은 참으로 ‘가문의 영광’이 될 만한 특별한 축복이었다.

성소 밖에서 희생제물이 불태워질 때 분향하는 제사장은 성소의 제단에 타오르는 제단불에 향을 던져 넣었는데, 이 때 연기가 피어오를 때 제사장은 이스라엘을 향한 축복과 평화, 그리고 메시야의 구속을 기도하였다. 그리고 분향 후 성소에 나올 때 제사장은 모인 백성들에게 다음과 같은 축도를 함으로써 예식을 끝냈다; “여호와는 네게 복을 주시고 너를 지키시기를 원하며, 여호와는 그 얼굴로 네게 비취사 은혜 베푸시기를 원하며, 여호와는 그 얼굴을 네게로 향하여 드사 평강 주시기를 원하노라.”


사가랴가 속한 아비야 반열은 24반열 중 여덟 번째 반열이었고, 그 아홉 번째 반열은 예수아(=예수) 반열이었다. 그에게 특별한 것 중 하나는 그 아내 엘리사벳 역시 제사장 가문의 딸이라는 사실이다. 비록 사가랴가 제비뽑기의 행운을 얻어 분향하는 제사장이 되기는 하였으나 그 가정에는 남모를 슬픔이 자리하고 있었으니, 엘리사벳이 수태하지 못하여 무자(無子)한 것이었다.

그리하여 사가랴는 성소에서 분향하면서 선택받은 제사장으로서 민족을 위한 기도와 함께 개인의 슬픔을 아울러 간구하였을 것이고, 마침내 이 두 가지 기도는 응답되었다. 즉 엘리사벳이 아들을 낳을 것인데, 그가 엘리야의 심령과 능력으로 주 앞에 가서 주의 길을 예비하게 될 메시야의 전령이 될 것이란 가브리엘의 예언을 듣게 된 것이다.


당대에 많은 제사장이 있었지만, 그 가운데 특별히 사가랴는 선택되어 분향하는 제사장이 되었을 뿐 아니라, 그 영광의 시간에 동시에 그 개인의 문제까지 아울러 응답 받는 축복을 받게 되었다.

그 이유를 성경은 세례 요한의 부모인 제사장 사가랴와 엘리사벳 부부가 당대의 의인으로써 주의 모든 계명과 규례대로 흠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눅 1:6). 의인에게도 시련은 있으나 끝까지 성실히 인내할 때 주님은 마침내 그의 간구를 들어 응답하신다는 것을 확인하게 하는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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