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진교수<백석대 기독신학대학원>
그리하여 누가복음의 탄생 기사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천사 가브리엘을 포함하여, 장래 일, 특히 구주 예수님과 그 선구자가 될 세례 요한에 관한 일을 예언하게 된다; 천사 가브리엘(눅 1:13-17[사가랴-세례 요한]; 30-33, 35-37[마리아-그리스도]; 마리아(1:46-55), 사가랴(1:68-79), 시므온(2:29-32). 이처럼 예언과 환상은 이제 시작되는 메시야 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아론의 자손들은 제사장들이었고, 그들만이 성전 제사에 참여할 수 있었다. 신약 당시 제사장들은 24반열로 나누어졌고, 각각의 반열은 1년에 두 차례 일주일 동안 성전에서 제사장의 직무를 수행하였는데, 그 기간 동안 이른 아침과 오후에 주의 성소에 들어가 분향하였다(출 30:7 이하).
사실 분향하는 제사장이 된다는 것은 모든 제사장들에게 허락된 것이 아니라 특별히 제비뽑기를 통해 선택된 제사장들만이 누리는 영예였으며, 한 사람이 두 번 이상 선택되는 것도 허락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사가랴가 이런 영예를 누린 것은 참으로 ‘가문의 영광’이 될 만한 특별한 축복이었다.
성소 밖에서 희생제물이 불태워질 때 분향하는 제사장은 성소의 제단에 타오르는 제단불에 향을 던져 넣었는데, 이 때 연기가 피어오를 때 제사장은 이스라엘을 향한 축복과 평화, 그리고 메시야의 구속을 기도하였다. 그리고 분향 후 성소에 나올 때 제사장은 모인 백성들에게 다음과 같은 축도를 함으로써 예식을 끝냈다; “여호와는 네게 복을 주시고 너를 지키시기를 원하며, 여호와는 그 얼굴로 네게 비취사 은혜 베푸시기를 원하며, 여호와는 그 얼굴을 네게로 향하여 드사 평강 주시기를 원하노라.”
사가랴가 속한 아비야 반열은 24반열 중 여덟 번째 반열이었고, 그 아홉 번째 반열은 예수아(=예수) 반열이었다. 그에게 특별한 것 중 하나는 그 아내 엘리사벳 역시 제사장 가문의 딸이라는 사실이다. 비록 사가랴가 제비뽑기의 행운을 얻어 분향하는 제사장이 되기는 하였으나 그 가정에는 남모를 슬픔이 자리하고 있었으니, 엘리사벳이 수태하지 못하여 무자(無子)한 것이었다.
그리하여 사가랴는 성소에서 분향하면서 선택받은 제사장으로서 민족을 위한 기도와 함께 개인의 슬픔을 아울러 간구하였을 것이고, 마침내 이 두 가지 기도는 응답되었다. 즉 엘리사벳이 아들을 낳을 것인데, 그가 엘리야의 심령과 능력으로 주 앞에 가서 주의 길을 예비하게 될 메시야의 전령이 될 것이란 가브리엘의 예언을 듣게 된 것이다.
당대에 많은 제사장이 있었지만, 그 가운데 특별히 사가랴는 선택되어 분향하는 제사장이 되었을 뿐 아니라, 그 영광의 시간에 동시에 그 개인의 문제까지 아울러 응답 받는 축복을 받게 되었다.
그 이유를 성경은 세례 요한의 부모인 제사장 사가랴와 엘리사벳 부부가 당대의 의인으로써 주의 모든 계명과 규례대로 흠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눅 1:6). 의인에게도 시련은 있으나 끝까지 성실히 인내할 때 주님은 마침내 그의 간구를 들어 응답하신다는 것을 확인하게 하는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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