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개할 기회를 놓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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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개할 기회를 놓치다
  • 승인 2005.10.13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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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승교수<서울신대 구약학>
 
가나안 정복의 첫 관문이었던 여리고성을 무너뜨린 것은 이스라엘에게 너무도 큰 감격이었다. 그러나 승리의 기쁨 뒤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있었다. 아간의 범죄였다. 그의 잘못은 가족 전체의 비참한 죽음을 가져왔을 뿐 아니라 여리고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작은 규모의 아이성에서 패배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아간이 범한 죄는 여리고성을 점령하면서 하나님께 바쳐야 할 전리품 중에서 세 가지를 감추어 자신의 것을 삼은 것이다. 시날산 아름다운 외투 한 벌, 은 이백 세겔, 오십 세겔의 금 덩어리였다(수 7:21). 여기에서 그의 잘못은 세 단계를 밟고 있다.


첫째 단계는 물건들을 보는 것에서 출발했다. 그것은 전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일일 수 있다. 문제는 눈으로 보는 것에 머물지 않고 마음의 탐심으로 연결되는 둘째 단계가 있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탐심에 사로잡힌 아간은 돌이킬 수 없는 마지막 실행 단계에 빠지고 말았다. 그러한 세 단계의 범죄 과정은 하와가 뱀의 꼬임에 빠져 죄를 짓는 과정이나 다윗이 밧세바를 범하는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창 3:6, 삼하 11:2-4).


아간이 범한 죄의 본질은 탐심이었다. 금과 은을 보는 순간 그것이 자신을 평생 걱정없이 행복하게 살게 해 줄 것 같은 물질만능주의에 빠진 것이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은 하나님을 떠난 인간이 추구하는 잘못된 세속적 방향일 뿐이다. 예레미야가 지적한 것처럼, 생수의 근원되시는 하나님을 떠난 인간의 노력은 터진 웅덩이에 물을 모으려는 것에 불과하다(렘 2:13).


신약성경은 잘못된 탐심을 우상숭배에 해당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엡 5:5, 골 3:5). 지나친 욕심이나 탐심은 세속적인 관심을 하나님보다 앞세우는 것이기에 눈에 보이지 않는 우상숭배다. 욕심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은 세상이 주는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하나님의 평강과 기쁨으로 만족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이간의 일차적 잘못은 하나님의 물건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범한 것에 있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잘못된 것은 회개할 기회를 스스로 놓쳤다는 점이다. 아이성 전투에서 패배한 여호수아는 하나님 앞에 나아가 기도하는 중에 실패의 원인이 이스라엘 내부에 있음을 알게 됐다. 그는 범죄자가 누구인지를 색출하기 위해 이스라엘 전체 지파를 모아놓고 해당 지파와 족속과 가족을 차례대로 선별했다.


긴 선별 과정을 거쳐 마침내 아간이 뽑히게 됐다. 그러나 아간이 스스로 자신이 범한 죄를 고백한 것은 그런 과정을 모두 거치고 난 후였다. 너무 늦게 자신의 잘못을 밝힌 것이다. 그것은 참된 회개라고 할 수 없다. 더 이상 피할 길이 없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몰려 자신의 잘못을 실토한 것에 불과했다.

참된 회개가 없이는 하나님과의 관계 회복이 불가능하다. 온 가족과 함께 돌에 맞아 죽을 수밖에 없었던 아간의 잘못에는 탐심에 이끌려 하나님의 것을 범한 잘못과 함께 제 때에 회개하지 못했던 실수도 포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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