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도문에 ‘아버지’ 호칭 반복 구성이 옳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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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도문에 ‘아버지’ 호칭 반복 구성이 옳은가?
  • 승인 2005.10.12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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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한교수<천안대신대원 실천신학>

 


최근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공동으로 새로 번역한 주기도문의 초안을 보면 단적으로, 기도문에 내재된 정신보다는 지나치게 문체론적 이해 중심의 억지스러움이 있고 신학적인 요소를 소홀히 한 감이 없지 않다. 번역문의 몇 군데 문제점 중에 ‘아버지’라는 칭호를 여자(如字)적 해석으로 기원 대목마다 5회나 반복 구성 한 것은 문체가 만연(蔓延)스럽다.


이미 ‘아버지’라는 호칭이 첫머리에 설정되어 이하 ‘아버지의 이름, 나라, 뜻, 등은 모두 첫머리의 ‘아버지여’라는 호칭에 소유된 관련 문맥인데 같은 칭호를 거듭 배열한 것은 문자주의에 얽매인 문맥적 중언부언(마 6:7)이 될 수 있고 주기도문에 담긴 영적 요소와 기원 정신에 관계없는 수사적 나열서로 기도자의 영성적 긴장감을 이완시킬 수도 있다.


물론 그것이 하나님의 칭호 2인칭 대명사 ‘당신’이라는 말의 원어상의 중복된 어휘를 아버지로 번역 구성했겠으나, 우리말 문장구성 체계로 보면 앞 문장에 주어나 그 주어를 대명사로 다음 문장에 반복이 요구될 때 그 주어에 관련된 여러 목적어가 유형적으로 같으면 앞 문장에 한 번만 제시하여 아래 문맥에는 같은 대명사를 잠재하고 관계어를 배열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예컨대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는 이하의 기도문 안에 있는 기원의 전내용을 들으시고 이루어주실 행위의 주체이시기 때문에 소원대목마다 첫 문맥 앞에 소유격 명사 ‘아버지의’라는 표현을 잠재하고 ‘이름이...’,  ‘나라가...’,  ‘뜻이...’ 로 연결하여 문맥의 선명도를 높이는 것이 번역의 개념이 아닌가 한다. 물론 ‘아버지’로 번역한 원문에 ‘당신’은 문맥의 형태 요소로 구성되어 있으나 우리의 문장 어순이 순치법인 점에서 의미 구조로 보면 매 문장마다 ‘아버지’나 ‘당신’을 설정하지 않아도 기도문의 정신이 보전되는 것이다.


다른 한 가지는 ‘아버지의 이름을 거룩하게 하시며’에서 하나님의 ‘이름을’ 목적어로 하여 그 이름을 거룩하게 할 주체가 또한 하나님으로 진술된 것은 큰 오류이다. 하나님의 이름은 인간의 작용과 관계없이 영원히 거룩하심으로 그 거룩함에 대한 신앙적 동의와 여김과 기림을 받으실 뿐이지 그 거룩을 위해 신적 작용을 구하게 한 것은 착오이다. 주기도문 번역은 주님이 친히 가르쳐주신 기도의 정신이 훼손되지 말아야 함은 물론, 문체론적 채색과 사람의 음보(音步)적 호흡단위에 맞추려는 문맥 구성은 삼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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