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찬의 떡과 잔에 ‘합당치 않게’라는 말에 대해
상태바
성찬의 떡과 잔에 ‘합당치 않게’라는 말에 대해
  • 승인 2005.10.12 18: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석한교수<천안대신대원 실천신학>

 


성찬예식 때 자주 인용하는 성경본문 고전 11:27에 “그러므로 주의 떡이나 잔을 ‘합당치 않게 먹고 마시는 자’는 주의 몸과 피를 범하는 죄가 있느니라”는 본문의 뜻을 새길 때 주의 떡과 잔을 ‘합당치 않게’라는 말에 직접 관계되는 말이 명사 ‘수찬(受餐)자’인지 동사 ‘먹고 마시는’ 행위를 나타낸 말인지를 잘못 구분하는 사례가 있다. 대개의 경우 ‘합당치 않게’의 대상을 ‘수찬자’로 적시하는데 이는 오해이다.


그 이유는 첫째, 성경의 문맥적 해석 기준에서 보면 본문의 내용에서 ‘합당치 않게’라는 말의 품사(品詞)기능은 동사 ‘먹고 마시는’ 말을 수식하는 부사어로, 대명사 ‘자’(사람)와는 기능적 관계가 없는 말이다. 즉, 본문 ‘합당치 않게’에서 어미(語尾) ‘치와 게’는 여기에 결합된 품사를 부사어가 되게 해 ‘먹고’와 ‘마시는’ 동사 앞에 놓여 그 동사를 ‘어찌하다’로 수식하는 말이므로 대명사 ‘자’를 꾸미지 않는 것이다.


둘째, 본문의 배경은 당시 고린도 교회가 분쟁과 파당이 있어 성찬의 의미를 왜곡 하거나 망각하여 함부로 성찬을 대하고 성찬식 거행이 통일을 유지하지 못해 먼저 온 사람은 배불리 먹고 취하고 나중 온자는 먹지 못해 시장하고 성찬을 업신여기며 다른 식사와 구별하지 못해 단순한 식사로 알고 자기 멋대로 먹고 마심으로 죄를 범했다. 그리고 교회의 거룩성을 경홀히 여기고 가난한 형제를 멸시하여 실족케 했으며 예수 그리스도의 죽으심이 곧 나를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그의 희생과 사랑의 거룩한 뜻을 기리고자 하는 정신이 없을 뿐만 아니라 허세와 탐욕이 담긴 이기적인 마음으로 만찬에 임한 교회를 책망하고 무질서한 성찬예식과 합당치 않게 성찬을 받는 것을 바로 가르치고자 한 것이 본문의 배경이며 정신이다.


셋째, 이러한 실상에 대응한 성찬의 참정신과 태도는 예수님의 대속적 죽음의 기억을 통해서 그것을 재현하고 그가 약속하신 영적 임재의 경험을 반복하는 신령한 행위이며 떡과 잔은 그의 살과 피를 말하는 십자가의 죽음을 뜻하는 것이다. 이 죽음이 새 언약이라는(마 26:28, 막 14:24) 사실과 믿음으로 떡과 잔을 받을 때 성령님의 역사로 우리는 그의 몸과 피에 진실로 연합된다는 것과 이것은 주님의 명령에 근거를 둔 것임을 깨닫는 것이 성찬에 대한 바른 지식과 믿음을 요구하는 교훈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당시 고린도 교인들은 이 성찬의 근본정신에 불합당하게 먹고 마셨으니 ‘합당치 않게’가 꾸미는 말은 먹고 마시는 태도와 행위에 연결되는 말로서 수찬자의 합당 여부를 강조한 표현이 아님을 이해할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