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 본다'와 '재단 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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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 본다'와 '재단 쌓는다'
  • 승인 2002.0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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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회가 예배 호칭에 대하여 반드시 고쳐야 할 말은 “예배 본다”라는 말과 예배 행위를“제단 쌓는다”라고 표현하는 말이다. ‘예배’라는 말의 근본적인 원리로 볼 때 ‘본다’라는 말과 결합할 수 없는 말이다. “예배 본다”라는 말은 신학적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근본적인 뜻으로도 써서는 안될 말이다.
“예배 본다”라는 말을 교회사적으로 보면 한국 교회는 1777년 가톨릭에서부터 1865년 개신교 <토마스>의 선교로 이어져 <알렌>, <언더우드>, <아펜 젤러>, <스크랜 톤> 등의 선교사들에 의하여 의료와 교육, 예배 등이 시행되면서 한국인들에게는 “경이로운 일”로 보이게 되었다.
그리고 대원군시대와 그 직후까지 종교에 대한 박해와 인명이 희생되는 사건으로 인하여 백성들은 교회 출석이나 신앙을 선뜻 가지려 하지 않고 관망하고 있을 때 먼저 교인(입교)된 신자들이 전도의 방법으로 ‘주일’ 혹은 ‘특별집회’의 “예배하는 것”이 볼만하고 재미가 있고 서양인(선교사)이 왔으니 “구경하러 가자”라는 뜻으로 “예배 보러 가자”고 한 말이, 그 후에 그렇게 전도 받은 사람들이 예배는 “보는 것”으로 알고 “예배 본다”라는 고정어를 만들게 되어 그것이 오늘에까지 관용어가 되었다. 혹자는 요 1:46에 <빌립>이 <나다나엘>을 예수님께 소개하고 인도할 마음으로 “와 보라”한 말씀이 근거가 될 수 있지 않느냐고 하는 지론(持論)을 펴기도 하나, 이는 예배에 적용될 수가 없는 억지에 불과하다. 예배는 하나님의 임재에 대한 신앙인의 영성적 반응이며 인격적 응답행위인 것으로써 “보는 것”이 될 수는 없다. 만약 “예배 본다”라는 호칭 사용을 계속 방치한다면 예배자는 ‘예배 참관자’(예배 관람자) 또는 ‘예배 구경꾼’에 지나지 않게 된다.

‘제단 쌓는다’를 ‘예배한다’로.
‘제단’이나‘쌓는다’라는 말은 구약적인 용어로서 “하나님을 만난다”는 상징성은 있으나 그리스도로부터 열려진 신약교회의 표현은 아니다. 이 “제단”이라는 말의 구약적인 의미는 “하나님의 만남의 장소”(창 25:22, 17:15)였고, 제물과 화해를 받으시던 곳이며 속죄의 장소였는데 이 말이 구약에 42회, 신약에 20여 회가 기술되고 있으나 신약에서 ‘제단’이라는 표현은 구약제단의 사상적 인용이고 실제적으로 하나님과 신약의 교인 사이에 제단이 존재하지 않았다. 원래 ‘제단’의 또 다른 의미는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달려 고귀한 희생을 치루실 것을 예표(豫表)한 곳으로서 “피 흘림이 없이는 죄사함이 없다는 사실을 선포해 주던 곳”이 제단이었다(히 9:9, 22). 그래서 예수님이 속죄의 제물이 되어 주심으로 제물도, 피흘림도, 제단도 그리스도로 완성되었다. 따라서 예수님의 십자가 속죄물이 되신 이후의 신약교회는 제단이 요구되지 않았으며, 초대 교회 교인들은 실제적으로 제단을 사용하지 않았다. 십자가상에서 완전한 제물이 되신 그리스도께서 개개인의 제단이 되셨기 때문이다(히 10:14, 18).

그러므로 오늘날 상당수의 교회가 예배 행위의 별칭으로 “제단 쌓는다”라는 말을 쓰는 것은 그리스도의 중보사상으로나 신약 교회의 예배 원리에서 보아 잘못된 것이다. 많은 교회들이 ‘바쳐야 받을 수 있다’는 이교적 발상에서 “제단 쌓는다”라는 말의 사용 사례를 보면 “신흥교단”들, “사이비 종파”, “무속풍의 기복신앙인과 지도자들”, 미신적 불건전 신비파들 등인데 이들은 가정제단, 새벽제단, 구국제단, 민족제단, 피의 제단, 불의 제단, 능력제단 등과 교회당 내의 소예배실을 ○○제단, 그리고 ○○산 제단 등의 이름을 걸고 제단이 뜻하는 바와 같이 희생을 요구하여 그 희생에 상응하는 ‘헌금’을 유인하고 여기에 복을 강조할 뿐 아니라, 성경이나 교리보다는 체험이나 개인의 은사를 더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히 10 : 18 이후에는 제단은 요구되지 않고 제물이 없으므로 “쌓는다”라는 ‘제의(祭儀)적 구조’나 ‘제물의 조성’이 전혀 요구되지 않는다. 따라서 “제단 쌓는다”라는 말이 예배적 사상을 담은 표현이라면 “예배한다”로 갱신되어야 한다.

김석한<기독신학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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