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소리와 힘있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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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소리와 힘있는 소리
  • 승인 2002.0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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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비슷하지만 분명히 구분해야 할 것들이 많다. 모조품이나 가짜가 아니라도 닮은 물건이나 사람이나 말이나 프로그램을 구분해야 함에도 대개는 ‘대충대충’, ‘적당히’ 넘기는 경우가 많다. 오늘날과 같이 편리해진 교통수단으로 인해 아이러니컬하게도 더 분주해지고 참을성이 약해진 현대인들은 갈수록 그것을 ‘그냥’ 지나치는 경향이 심하다.
예를 들어 우리말의 ‘가르치다(teaching)’와 ‘가리키다(pointing to)’를 혼돈해 그 차이를 정확히 알고 있는 듣는 이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여 스피치의 효과를 제대로 거두지 못하는 화자(speaker)가 의외로 많다. 특별히 스피치 커뮤니케이션 기법에서 비슷하지만, 확실히 구분하면 더욱 효과적인 것이 있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큰 소리와 힘찬 소리의 차이라 볼 수 있는 소리의 크기(volume)와 다양한 높이(pitch)의 적절한 활용이다.
얼룩무늬 복장의 절도 있고 늠름한 군인들이 외치는 ‘충성’, ‘이기자’, ‘단결’과 같은 구호를 그저 큰소리로 외치기만 한다면 그 구호를 외치게 한 처음 목적을 제대로 달성할 수 없다. 음절 하나 하나에 힘있는 액센트가 들어가고(volume) 음이 높아졌다가 내려오기도 하고(pitch) 잠깐동안 쉬기도 하는(pause) 기법이 도입될 때 단순히 큰 소리가 아닌 힘있고 감동적인 소리가 된다.

‘충성~’이라는 말과 ‘충! 성!’은 비슷한 소리일지라도 듣는 상대방(listener)에게 전달되는 감동은 전혀 다르다. 대중을 상대로 하는 스피치에는 이러한 기법이 훨씬더 필요하다. 가끔, 수많은 시청자를 대상으로 하는 뉴스 시간에 아나운서나 기자들조차 단조로운 억양으로 원고를 ‘그냥’ 읽는 것을 볼 때 답답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대화나 토론, 설교나 강의, 강연 등에서의 단조로운 말투나 큰 소리는 듣는 이들을 피곤하게 할 뿐 행동을 유발하는 감동을 가슴에 심기란 불가능하다. 물론 달콤하게 속삭이기만 하는 연인들 사이의 대화나 광고 속의 나지막하고 섹시한 젖은 목소리도 그 상황에 따라 효과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스피치는 열려진 공간에서 수많은 청자(listener)들과 눈빛을 마주치며(eye-contact)그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감동과 하모니가 있어야 하기에 노래를 하듯 억양이 분명하고 힘있는 목소리를 구사해야 한다.

듣는 이를 감동도 없이 지겹게만 하는 스피치는, 화자가 원고를 읽는 경우이거나 읽는 연습을 했다 해도 그 원고를 완전히 소화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교회에서 회중을 대신해 단위에서 기도하는 경우에도 원고를 써서 읽는 경우 십중팔구는 초등학교 학생들이 국어교과서를 읽는 것과 같은 분위기로 회중의 공감대를 형성하거나 감명을 주기 어렵다.
차라리 약간은 어눌하더라도 평상시의 억양을 다듬어 차분하고 짧게 하는 편이 더 낳을 것이다. 대부분의 깊은 감명을 주는 화자(speaker)는 스피치 내용을 일일이 문장으로 쓴 원고를 사용하지 않고 주제와 단락의 요점을 적은 메모형식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상황에 따라 원고 내용을 빼기도 하고 더하기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목소리의 크기와 높이를 조절하는 기법을 구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장화된 원고를 충분히 소화하지 못한 화자는 청중들 앞에서 자연스럽게 원고를 읽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오히려 자연스럽고 힘찬 스피치를 시행하기가 어렵다.

감동이 사라진 시대에, 청중들은 가슴을 스치고 지나가는 단순한 말초적인 우스개소리 보다는 가슴속에 오랫동안 메아리 칠 수 있는 힘차고 감동적인 스피치를 갈망하고 있다. 이러한 청자들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화자는 소리의 크기(volume)과 음 높이( pitch)가 적절한 조화를 이루는 스피치 연습에도 의무감을 가져야할 것이다.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모인 청중들은 감동을 받을 권리도 있기 때문이다.

박찬석<천안외대 영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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