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금약속은 자연채무에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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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금약속은 자연채무에 불과
  • 승인 2002.0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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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단체의 신도가 약속한 헌금을 내지 않았더라도, 종교 단체는 신도에게 헌금 지급을 강제할 수 없다’는 판결이 서울지법 민사합의 16부(재판장:하광호 부장판사)에 의해 내려졌다.
사건은 2001년 6월14일 광염교회가 이 교회 성전건축위원장이었던 이 모 씨(73)를 상대로 ‘헌금하기로 약속한 9억7천2백여만원을 달라’며 낸 약정금 청구소송(2000가합5867)으로 법원은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신도가 신앙심으로 종교 단체에 헌금할 것을 약정한 경우, 신도의 헌금 약정에 기한 의무는 자연채무에 불과하다"며 “신도의 자의적인 임의 이행이 없는 경우 법률적으로 지급을 강제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반면에 신도가 헌금 약정을 이행한 경우에는 종교단체에 귀속되었다 할 것으로 신도가 반환을 요구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광염교회는 2000년 1월 성전건축위원장이었던 이 씨가 자신 소유의 주택을 판 돈과 함께 매월 30만원∼1백만원씩 새 교회 신축을 위해 헌금할 것을 약속했는데도 교회측과 의견 대립이 생겨 교회에서 탈퇴한 뒤 헌금을 내지 않자 소송을 냈었다.
‘자연채무’(自然債務, obligatio naturalis)란 채무자가 채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에도 채권자는 소권(訴權)없고, 소권이 없다는 것은 그 이행을 소(訴)로서 청구할 수 없는 채무를 말하며, 이를 자연채무라 한다.

‘소권(訴權)이 있는 곳에 권리가 있다’라는 소권법(訴權法) 체계를 취하였던 로마법에서 그 유래를 찾는다. 소권이란 법원에 소(訴)를 제기하여 심판을 구하는 당사자의 권능이며 재판청구라고도 한다.
결론적으로 약속헌금(작정헌금)은 자의적인 임의 이행이 없는 경우 법으로 강제할 수 없고 교회에 이행한 헌금은 신도가 반환을 요구할 수 없다.

이길원목사<경인교회 담임·교회법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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