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을 계승할 아이들 울음소리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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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을 계승할 아이들 울음소리 그친다
  • 최창민
  • 승인 2009.12.0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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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문제에 대한 한국교회 역할 모색 ① 무기력한 한국 교회

저출산 문제가 한국 사회를 강타했다. OECD 국가 중 최저 출산율(2006년 기준 1.13명)이라는 소식은 더 이상 놀랄 일이 아니다. 이대로 가면 큰 재앙이 될 것이라는 일부 전문가들의 전망도 이젠 억측으로 치부되지 않는다. 십수년 전부터 저출산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각종 대책을 마련했던 일본도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을 보면, 사실상 손 놓고 시간을 보낸 한국으로서는 여간 곤혹스럽지 않다. 최근 정부가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뾰족수가 없는 상황이다. 이에 본지는 ① ‘저출산 재앙, 지켜보는 한국교회’를 통해 한국교회의 현주소와 신학적 대응을 살펴본 후 ② ‘저출산 시대를 교회가 사는 법’을 통해 개 교회의 역할과 대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편집자주>

한국 사회의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 여성의 육아에 대한 배려가 없는 사회적 구조, 주택구입비나 사교육비 증가 등 경제적인 요인이 저출산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2050년에 인구 4백만명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도 있다. 정부와 기업, 복지기관 등이 앞다퉈 저출산 재앙을 막기 위한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저출산 문제는 교회에서도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이미 많은 교회에서 주일학교 학생들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저출산으로 인해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이는 조직의 고령화로 직결된다. 머지않아 한국교회에 고령층이 주를 이루고, 이들의 사망이 교인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신앙을 계승할 아이들이 줄어들고 유럽교회의 전철을 밟아 교회 공동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종교사회학 정재영 교수(실천신대)는 “저출산이 한국교회에 미치는 가장 큰 영향은 고령화를 촉진한다는 것”이라며 “시골교회는 이미 젊은이들이 없고, 농촌은 노령인구가 사망하면 지역 자체가 없어질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에 교회의 위기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남성 중심의 교회 조직이 저출산으로 인한 교회 인구 감소에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정 교수는 “여성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남성 중심의 사회일수록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며 “한국교회도 기본적으로 가부장적 구조여서 교회 안의 여성에 대한 역할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회가 나서서 육아를 여성에게만 떠맡기는 사회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고, 육아의 대안을 적극적으로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 한국 교회는 저출산 문제를 지켜보지 말고 신학적 대응 등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 선언적 대응뿐 대안 없어
현재 저출산 재앙에 대처하는 한국교회의 모습은 한마디로 무기력하다. 교회가 공적 책임을 감당해야하지만 대응은 이제 걸음마 수준이다. 출산 장려에 대한 목소리는 있지만 행동은 없다. 앞장서는 단체도 전문적인 연구기관이나 정책 세미나도 찾아보기 힘들다. 저출산과 연계돼 진행되고 있는 교회의 고령화 현상에 대해서도 교계 일각의 우려나 선언적 대응만 있을 뿐, 정책과 대안은 부재한 상황이다. 최근 연합기관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정부 부처인 보건복지가족부와 연계해 (사)다세움을 통해 출산 장려 운동에 발을 내딛었다. 하지만, 예산이나 인력 투여 없이 정부 주도에 기댄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한국교회가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지난 2006년 교계 주요 인사들이 참여한 가운데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목적으로 ‘생명과 희망의 네트워크’(대표회장:김삼환목사)가 발족했다. 당시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된 상황이어서 교계의 문제제기와 대응에 사회도 주목했다. 정부 유관 부처와 만나 저출산 문제에 대한 종교계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등 힘 있게 출발했다. 네트워크 실무를 담당했던 이의수 목사(사랑의교회)는 “당시 저출산을 사회적 문제로 환기시키는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까지 지속성 있는 활동은 없다. 앞장섰던 대형교회들도 한발 물러섰다. 관련 업무는 CTS 영유아문화원으로 이관됐고, 교회 어린이집 활성화 등과 관련한 일을 진행하고 있을 뿐이다. 네트워크의 저출산 문제 관련 활동은 사실상 중단됐다. 정부가 바뀌고 이슈가 변하면서 저출산 문제는 사실상 개교회의 대응에 맡겨진 것이다.

그나마 개교회 차원의 저출산에 대한 대응이 세번째 자녀에 대한 양육비 지원이다. 일부 지자체에서 실시하는 정책과 맥을 같이 한다. 이에 대해 가정사역자 송길원 목사(하이패밀리 대표)는 “실효성 없는 대책”이라고 일갈했다. 양육비를 벌자고 아이를 낳는 부모는 없다는 것. 그는 “한국교회의 저출산 대응은 무능력하게 보여 안타깝다”며 “강단에서 출산이나 생명운동에 대한 힘 있는 설교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현실을 개탄했다. 일각의 `교회가 사회에 비해 출산율이 높다`는 주장에 대해 송 목사는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지금과 같이 한국교회가 손 놓고 있다면 저출산 문제에서 교회는 더 이상 대안이 될 수 없다.”며 “지금이 오히려 기독교인의 삶이 어떤 것인지 보여줄 기회”라고 말했다.

# 신학적 해답 선행돼야
이런 가운데 저출산 문제에 대해 근본적인 교회적 응답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 박상진 소장(장신대 교수)은 “사교육 의존적 교육방식이 자녀 교육비 부담으로 나타나고 있다. 세속적 가치관에 의한 영유아 교육이 팽배해 교육 자체가 왜곡돼 있다”고 지적하고 “교회도 예외가 아니다. 성도들의 입맛에 맞는 설교를 하다 보니 자녀 교육관도 왜곡돼 있다”고 꼬집었다. 박 소장은 “교육에서도 하나님을 믿어야 한다”며 “이미 초등학교부터 경쟁적 교육열에 매몰되는 풍토 속에서, 영유아 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성경적 양육이 가르쳐져야 한다”고 말했다.

저출산 문제 해법을 경제주의적 관점에서만 찾아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정재영 교수는 “현 정부가 저출산 문제를 풀기 위한 대책을 경제주의 시각으로만 보고 재정적 지원이나 재생산, 노동력 확보 등 경제적 요인만을 고려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하고 “교회가 나서서 생명과 창조의 섭리에 대한 부분을 적극적으로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신학적 의미 부여가 중요하다며 “출산이 성서 안에서 갖는 의미를 성찰하고 인간 존재 자체에 대한 존엄성을 이야기 할 수 있는 기관은 교회 뿐”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사회의 저출산 재앙을 지켜보지만 말고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목소리, 낙태의 죄악성 등 교회가 할 수 있는 신학적 대응에 눈을 돌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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