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학교 예배의 변화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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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학교 예배의 변화 이미 시작됐다
  • 최창민
  • 승인 2009.11.23 1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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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 이끌기 위한 예배 형식의 과감한 시도 요청돼
▲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 `기독교학교 예배의 새로운 방향모색` 세미나 개최

# 기독교학교 예배의 쟁점

지난 2004년 기독교 사학인 대광고(설립자 한경직목사)에서 이른바 ‘강의석 사태’가 터졌다. 기독교학교에서 강제 배정된 예배 등 종교교육을 받지 않을 자유를 주장했던 강의석군은 당시 학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단식과 함께 1인 시위를 벌였다. 이에 학교측은 강군에게 전학을 권유하더니 급기야 퇴학조치를 내렸다. 강의석 사태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개인의 종교 자유문제와 기독교사학의 설립이념이 충돌한 사건으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5년이 흘렀다. 법원은 1심에서 강의석군의 손을 들어줬지만, 2심에서는 엇갈린 판결을 내렸다. 이에 강의석군은 “판사가 교회 장로였다”며 이의를 제기했고, 이제 대법원 판결만을 남겨놓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제기한다. 강압적인 상황에서 드려지는 예배는 과연 합당한가. 강제적이지 않으면서 기독교학교의 설립이념을 구현할 수 있는 길은 없나. 이 같은 물음에 대한 대답을 찾기 위해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소장:박상진)는 지난 17일 ‘기독교학교 예배의 새로운 방향모색’을 주제로 교목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기독교학교에서의 예배’라는 제목으로 주제발제를 맡은 장신대 김세광교수(예배설교학)는 현재 기독교 학교 예배가 처한 위기 상황에 대해 심각성을 강조했다. 학생들이 잠자기, 책 읽기, 음악듣기 등 소극적인 형태나 채플 반대 1인 시위, 순서지로 종이비행기 접어 날리기 등 적극적인 형태로 채플 반대 의사를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 이미 시작된 변화

김교수는 “시간이 갈수록 학생들이 참여하고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채플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학교예배를 다양한 형태의 변화로 예배 활성화를 시도하고 있는 연세대학교의 사례를 소개했다. 전통적 방식의 강연채플, 학생들이 만드는 창작채플 등이 그것이다. 이중 창작채플은 연합채플, 음악채플, 무용채플, 연극채플, 대화채플 등으로 분화 발전하고 있으며 창작채플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고 김교수는 덧붙였다.

평택대학교의 시도도 소개됐다. 기존에 목사 위주의 설교를 탈피 정치가, 기업인, 법률가, 연예인, 스포츠인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초청해 강연을 듣는다. 이들이 전하는 신앙에 바탕을 둔 삶의 이야기가 학생들에게 거부감 없이 전해지는 것이다. 김교수는 “예배 강사들에게 비기독교인에게 생경한 신앙적 용어, 즉 할렐루야, 아멘, 대속, 제단 등의 단어를 쓰지 말 것을 미리 주문한다”고 말했다.

신앙의 여부와 정도를 구분해 차별화를 시도하는 곳도 있다. 충남 천안에 있는 나사렛대학교는 신자와 비신자의 채플을 구분했다. 화요일과 수요일은 비신자인 채플, 목요일과 금요일은 기독교인 채플을 각각 드리고 있는 것. 비신자 채플은 문화를 접목시켜 영상매체 등을 활용한 예배로, 기존의 예배에서 변화를 추구했다.

# 무관심을 참여로 이끄는 것이 핵심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학생들의 무관심을 해소하기 위한 기독교 학교들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다원주의적 세계관의 확산, 개인의 인권과 자유가 점차 확대되는 시대적 상황에서 학생들의 삶에 기독교적 가치관을 심어주기 위한 기독교 학교 예배의 변화는 이제 당면과제가 됐다. 문제는 이 변화에 어떻게 대처하고 예배를 어떤 식으로 변화시킬 것인가에 있다.

먼저는 관심과 참여, 즐거움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예배 자체를 거부하고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학생들에게 참여와 즐거움이 없이는 어떤 변화도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예배에 영상매체 활용, 다양한 분야의 평신도 강사 초빙, 음악이나 연극 등을 결합시키는 시도가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시키는 효과가 있다. 예배의 변화를 시도한 학교에서 학생들의 관심과 참여가 증가했다는 보고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또 예배에서 사용되는 용어의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다. 신자들에게는 익숙한 신학적 용어를 자제하고 보편적인 표현으로 바꾸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학생들의 신앙 성숙도를 고려해 ‘대속’이나 ‘구속’, ‘재단’ 등의 용어 사용을 줄이고 예화나 사례 등을 통해 성경의 진리에 우회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의 메시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김세광교수는 “학교예배를 ‘채플’이란 단어로 변경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조언한다. 예배라는 단어에 갇혀 다양한 형식의 예배운용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목적에 따른 예배 형식의 과감한 변화도 주문했다. 김교수는 학교예배를 목적에 따라 ▲전통적인 예배 ▲교육적 성격의 예배 ▲교제 성격의 예배 ▲전도적 성격의 예배 네 가지로 구분했다. 이어 “목적이 분명하지 않은 학교예배는 신자와 비신자 모두에게 불만족스럽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며 “목적에 따라 최신 기법, 감동적인 분위기, 문화적 도구 활용 등의 과감한 시도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교목실에서 학교예배의 메시지를 체계적으로 계획할 필요가 있다. 매주 진행되는 예배에서 비슷한 주제의 설교가 계속되거나, 체계적인 틀 없이 진행되면 학생들의 관심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따라서 비신자를 고려해 기독교 세계관을 형성하기 위한 단계적인 주체 선정이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균형 잡힌 기독인으로 교육하기 위한 내실 있는 강사 선정을 통해 장기적이고 점진적인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기독교 학교가 예배 출석을 강제하고 있다. 졸업을 위해서는 좌석에 번호를 달거나 학생증으로 인증하는 방식으로 출석을 확인받아야 한다. 심지어 CCTV로 학생들의 참여 태도를 감시하는 학교가 있다는 이야기는 기독교 학교 예배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기독교 사학의 건립 이념을 구현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 할지라도, 예배를 드리는 것 자체를 목적으로 삼아 학생들을 강제하는 수단에 골몰하기 보다는, 예배 형식과 내용의 변화로 실질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쪽으로의 연구가 시급한 과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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