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C-WEA 둘러싼 정치적 갈등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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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CC-WEA 둘러싼 정치적 갈등 우려
  • 최창민
  • 승인 2009.11.09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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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50년 전 분열 극복 못해 미숙하다"

2013년 세계교회협의회(WCC) 총회 개최지가 한국 부산으로 확정된 이후 교계에 국제 기독교 연합기구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유치 과정에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주도적인 역할을 한 점을 의식한 듯,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2014년 세계복음주의연맹(WEA) 총회 개최를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유치위원회까지 꾸리면서 보수와 진보 교계의 국제기구 유치전이 벌어지는 양상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한기총보다 앞서 WEA 가맹 회원으로 활동해온 한국복음주의협의회 회장 김명혁목사는 “WCC와 대결해서 유치한다는 맥락으로 논의되는 것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기총이 WCC에 대한 연구나 논의 없이 성급하게 반대하면서 WEA 유치를 추진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목사는 “나도 WCC를 한국에서 어느 누구보다 비판한 사람”이라며 “WCC에 대해 비판할 것은 비판해야 하지만 유치한 것을 반대하고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최근 예장합동 서정배총회장이 WCC 총회 유치 반대 담화문을 발표한 것에 대해서도 “한국 교회가 아직 미숙하다”고 말하고 “너무 분열과 양극화를 조장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WEA는 WCC와 대결하면서도 협력을 추구하고 있는 기관”이라고 설명하고 “대결 양상으로 WEA를 논하는 것을 WEA 자체도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WEA와 로잔연맹 등의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서울신대 최형근교수는 “WCC가 교회 간의 연합을 강조한다면 WEA는 복음주의 운동 경향을 띄고 있다. 교리적으로는 많이 다르고 추구하는 것도 다르지만 복음주의자들도 WCC에 참여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대립보다는 비공식적으로는 상호간에 관심 있는 분야에서 교류가 이뤄지고 있다”고 세계적인 추세를 설명했다. 최근에는 WEA도 복음주의권도 교회 일치 운동에 나서면서 WCC와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WEA 김상복 회장도 지난해 11월 취임사에서 “복음주의적 전통을 따르는 WEA가 기독교 일치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 노력할 것”이라며 “WCC 내에도 많은 복음주의자들이 있어 역사적 복음주의의 영향력을 더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 회장은 특히 천주교, WCC 등을 언급하며 “다문화 환경에서 세 개의 기독교 전통이 세상을 향해 하나의 증거를 하기 위해 현재 진행 중인 새로운 일치운동인 Global Christian Forum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말해 연합과 일치 운동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한국 교회는 1959년 WCC 가입 문제로 장로교단이 통합과 합동으로 분열되는 아픔을 맛봤다. 50년이 지난 지금, 분열 상황이 극복되지 못한 채 WCC 총회 유치를 두고 또 다시에 논란에 휩싸였다. 합동총회는 “종교올림픽이라는 말에 현혹되지 말라”며 단호한 반대 입장을 표했고, WCC 총회 유치를 추진했던 인사들은 “WCC를 오해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는 WCC에 대한 정보의 부족이라기보다는 WCC를 바라보는 시각의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번 WCC 총회 유치와 WEA 총회 추진을 한국 교회가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세계복음주의연맹(WEA)이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회장:엄신형)의 WEA 총회 유치 추진 발표 이후 WEA에 대한 교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WEA(World Evangelical Alliance)는 1846년 영국에서 미국과 유럽 등 10개국 교회 지도자들이 모인 가운데 시작됐다. 163년 역사를 가진 WEA는 공산주의 혁명, 다윈 진화론 등으로 전통적 기독교가 위협받던 19세기 중반, 기독교의 일치와 협력을 도모하기 위해 시작됐다. 이 시기 신학적으로는 성경적 기독교를 부정하는 자유주의 신학이 유럽 기독교를 위협했으며, 이때 복음주의 교회들은 사상적 격변기에 성경적 기독교 신앙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했다.

WEA는 창립 당시의 목적대로 복음의 핵심 가치 선포하는데 힘을 모으고 있다. 존 스토트 목사, 빌리 그레이엄 목사 등이 지도자로 활동했다. 또 WEA는 천주교, WCC와 함께 세계 3대 기독교 기구로 꼽힌다. 지난 두 차례 총회는 2001년 말레이시아와 2008년 태국에서 각각 열렸다. 지난 2008년 11월 아시아에서 최초로 김상복 목사가 회장으로 선출됐으며, 2011년까지 3년 임기로 활동하고 있다. 다음 총회는 2014년에 개최되며 개최지는 2011년 확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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