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부 명예와 신뢰회복 과제로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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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부 명예와 신뢰회복 과제로 남아
  • 승인 2001.0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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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한기총 총회에서 가장 눈에 띠는 것은 ‘임원임기 1년’이라는 정관개정안이 통과된 것.

물론 동일직에 한해서는 중임이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결국 한기총 회장이 1년에 한번씩 바뀐다는 설명이다. 한기총은 임원임기의 조정에 대해 한국교회를 대표할만한 원로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 개정안은 통과됐지만 여기에는 몇가지 문제의 소지를 안고 있다. 우선 해마다 대표회장 선임에 아까운 시간과 정열을 소모해야 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이만신목사가 대표회장에 선임될 당시 회원교단들 사이에서는 알게 모르게 치열한 선거전이 진행됐다. 그리고 전권위원 모임에서 서운함과 고성이 오가고 나서야 한명의 대표를 선출할 수 있었다.

그런데 앞으로 1년에 한번씩 대표회장을 바꾸게 될 경우 이런 과정을 해마다 겪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NCC처럼 회원교단에 순번을 정해 차기 회장 교단을 발표하는 형식을 취하면 이같은 잡음을 막을 수 있겠지만 한기총은 회원교단만도 45개에 달하기 때문에 순번으로 대표회장을 선임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한가지는 한기총이 이제 총무중심으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대표회장은 그야말로 명예직이 되고 실무는 총무가 모두 도맡아 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대부분의 단체가 실무총무를 중심으로 운영되지만 1년에 한번씩 바뀌는 대표회장이 한기총의 수많은 업무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특성상 “총무에게 너무 막강한 권한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반문이 교계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그리고 이런 문제점은 이번 총회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총회가 끝날 무렵, 몇가지 질문을 들고 단상에 나선 예장 합동정통 파송 총대 서상기목사는 대표회장과 총무가 행사한 지나친 월권행위를 지적했다.

서목사는 먼저 한기총 실행위원은 소속 교단이 파송하고 각 위원회 장이 당연직으로 맡게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박영률총무가 자신이 속한 합동정통교단의 신임총무에게 전화를 걸어 실행위원을 교체해 줄 것을 요청한 것에 대해 해명을 요구했다.

또 서목사는 교육부 국감자료를 증거로 “이만신 대표회장이 회원교단도 아닌 그리스도의 교회 소속 신학교를 두둔하는 서한을 연합회의 직인을 찍어 대통령과 교육부 앞으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 서한에 그리스도의 교회가 회원교단으로 명시된 점을 문제로 들었다. 이만신목사가 연합기관의 대표회장이라는 점을 이용해 정치적 권한을 행사한 것이다.

이날 이만신목사는 서상기목사의 질의 내용에 “몰랐던 일”이라고 간략히 해명했다. 그리고 “죄송하다”는 말로 총대들에게 사과의 뜻을 표했다. 그러나 “회원교단이 아니어도 한국교회를 위한다는 대의적 차원에서 한 일이기 때문에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밝혔다. 이날 박영률목사도 이만신목사도 모두 “미안하다”는 말로 문제를 마무리 하려했다.

이날 총회를 끝까지 지켜본 총대들은 “연합기관을 대표하는 목사들이 문제에 대해 자세한 해명과 반성의 기색없이 그저 미안하다는 말로 때우는 것이 안타깝다”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어떤 총대는 “대표회장이 그리스도 신학대 문제를 임원회에 상의도 없이 개인적인 결정에 의해 서한을 보내며 영향을 행사한 것을 실수라고 말한다면 앞으로 더 큰 실수가 발생하지 않으란 법이 없지 않느냐”며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우여곡절 끝에 이날 총회를 무사히 마친 한기총의 남은 과제는 앞으로 어떻게 명실공히 교계로부터 폭넓게 공신력을 확보하느냐는 것. 이와관련 교계에는 한기총이 2001년도에 사업의 확장과 성과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신뢰와 명예를 곧추 세우는 단체로 거듭나야 할 것이라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이현주기자(lhj@uc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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