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하] 교회 밖 세상에서도 ‘하나님의 역사’를 실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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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하] 교회 밖 세상에서도 ‘하나님의 역사’를 실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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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6.30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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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빈 탄생 500주년, 한국교회의 오늘과 내일(하)

칼빈탄생500주년기념사업회가 지난달 22일 ‘칼빈과 한국교회’란 주제로 학술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칼빈의 신학과 신앙을 연구해 온 70여 명의 신학자들이 구원론 및 교회론 등 칼빈의 신학사상을 비롯해 성경해석, 목회, 교육, 윤리 등 그의 사역 전반에 나타난 신앙실천의 모습을 통해 한국교회를 진단했다. 특히 칼빈의 정치, 경제, 복지관을 통해 국가와 사회, 문화 속에서의 교회의 역할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된 다양한 주제로 발표한 신학자들의 주장을 통해 교회 밖 한국교회의 위치와 역할을 점검해본다.<편집자 주>


교회와 국가와의 관계에 있어 칼빈의 중요한 특성은 교회의 독립된 치리권을 확보하고자 지속적으로 노력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칼빈의 사역은 국가로부터 교회의 자유를 확보하려는 활동이었다. 동시에 그는 기독교인의 자유에 근거해 양심의 자유를 주장했을 뿐만 아니라 장로치리회(consistory)를 설치해 제네바 교인들의 삶을 거룩하게 성화된 모습으로 개혁하고자 했다.

▲ 손봉호박사는 "최근 한국 장로교회는 칼빈주의를 표방하면서도 인간의 전적부패에 대한 칼빈의 주장을 무시하고 장로교의 전통을 파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영적 자유와 국가 질서의 관계 조명

‘칼빈의 교회와 국가의 관계’를 주제로 발표한 이은선교수(안양대)는 “칼빈의 교회와 국가와의 관계 개념이 형성되는 데는 당시 종교개혁의 정황이 중요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칼빈은 종교개혁의 원리에 따른 새로운 교회를 세우고, 그 교회와 국가와의 관계를 올바르게 설정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당시 종교개혁은 로마 가톨릭교회의 지배에서 벗어나면서 새롭게 의존해야 할 권력이 필요한 실정이었다. 이은선교수는 “로마 가톨릭세력은 신성로마제국과 연결된 정치권력으로서 종교개혁을 추진하는 세력들을 박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새롭게 탄생하는 종교개혁 진영의 교회들은 의지해야 할 보호세력이 필요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칼빈은 기독교강요 초판에서 기독교인의 자유 및 교회와 국가와의 관계에 대한 이해를 제시하고 있다. 칼빈에 의하면 기독교인의 자유는 율법의 저주, 율법의 멍에, 아디아포라(adiaphora)로부터의 자유다. 이 자유는 율법의 저주로부터 해방돼 자발적으로 율법을 준수하는 내면적인 자유와 아디아포라에서 벗어나는 외면적인 자유를 포함한다.


칼빈은 교회 직제를 논의할때도 루터가 만인제사장직에 의거해 신분상의 차이가 아닌 직분상의 차이라고 주장한 것을 수용하면서도 직분의 차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즉 신분의 동일성을 인정하면서도 하나님이 주신 소명에 근거한 직분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또한 칼빈은 기독교인의 자유를 내세워 로마가톨릭이 성경에 근거하지 않고 제정한 인간의 양심을 얽어매는 법으로부터 그리스도인들을 해방시켰다. 그는 교회의 질서 유지와 선한 일치를 위해 성경에 근거한 법률제정의 권한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교수에 따르면 칼빈은 ‘세속적 정의와 외면적 도덕의 확립에 관계되는’ 세상 정치를 다뤘다. 그는 기독교인의 자유가 가져다주는 영적인 자유와 국가 질서의 올바른 관계를 밝히면서 재세례파를 비판하고 기독교의 올바른 국가 윤리를 제시했다는 것이다. 기독교인들은 영적인 자유를 누리면서도 인간의 마음에 새겨진 자연법에 따라 국가 권력에 순종하게 되고, 구원과 관련해 율법에서 해방됐지만 자발적으로 하나님의 뜻인 율법에 순종하게 된다는 것이 칼빈의 주장이었다.


이런 사상을 가지고 칼빈은 제네바에서 두 차례에 걸친 종교개혁을 진행했다. 하지만 1541년 제네바로 귀환한 후에 1555년 지배권을 확보할 때까지 칼빈은 제네바의 정치세력들과 계속해서 충돌했다. 그러나 칼빈은 이러한 정치세력에 맞서 교회의 독립적인 치리권의 확보와 설교와 치리를 통한 제네바의 전반적인 도덕적인 개혁을 추진했다.


# 장로교 정치제도 개선해야 한다

‘칼빈과 민주주의’를 주제로 발표한 손봉호박사(서울대 명예교수)는 “칼빈의 모든 사상과 활동을 꿰뚫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사상은 하나님의 절대주권과 인간의 전적부패”라고 설명했다.


민주주의에 대한 칼빈의 입장에 대해 학자들 간에 의견이 갈라져 있다고 설명한 손봉호박사는 “칼빈은 귀족주의 혹은 귀족주의와 민주주의가 혼합된 제도가 다른 제도보다 훨씬 낫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겠다는 발언을 통해 민주주의에 대한 자신의 주장을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즉, 칼빈은 군주제도보다는 귀족주의 혹은 민주주의를 선호했다는 것이다. 칼빈이 민주주의를 선호한 것은 정치권력이 시민들에게서 나오는 것이 옳기 때문이 아니라 민주주의라야 그 권력의 남용과 오용을 막을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손박사는 “칼빈은 자신이 살던 시대에 이미 권력과 특권이 남용되는 것을 목격한 것 같다”며 칼빈은 시민들의 권리 행사가 아니라 정치권력이 시민들에게 저지를 수 있는 해악에 주 관심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칼빈은 민주주의와 함께 법치주의를 중요시했다. 이것도 역시 인간의 부패 때문이다. 칼빈은 법률은 인간 속에 있는 부패를 막는 하나의 치유방법이라고 봤다. 일반 시민들의 부패 때문에 필요한 것이기도 했지만 우선적으로 절대군주가 자의적으로 시민들을 다스리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다.


손박사는 “인간의 전적부패에 대한 칼빈의 신념은 장로교 정치제도에도 반영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교회의 모든 치리와 중요한 결정을 목사 혼자서 결정하지 못하도록 당회를 두고, 개별 목사를 징계하기 위해 노회를 두며, 총회에는 회의 사회자만 있을 뿐 총회를 대표하는 장을 두지 않고 총무로 하여금 총회의 결정사항을 집행하도록 하는 것은 교회의 중요한 권한이 한 사람에게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손박사는 “최근 한국 장로교회는 칼빈주의를 표방하면서도 인간의 전적부패에 대한 칼빈의 주장을 무시하고 장로교의 전통을 파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당회를 두지 않는 목사가 모든 중요한 결정을 하는 교회가 있는 교회가 있는가 하면 총회 때 사회하는 것으로 임무가 끝나야 할 총회장이 1년 동안 문자 그대로 총회의 장 노릇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손박사는 “칼빈은 장로의 임기를 1년으로 제한했고, 네덜란드 개혁교회에서도 2년으로 제한할 뿐 아니라 연임도 불가능하도록 해 놨는데 한국 장로교회에서는 장로가 70세까지 계속해서 시무하도록 했다”며 “한국 장로교회가 킬빈의 신념과 장로교의 전통에 충실해서 장로의 임기를 제한하고 총회장은 총회 때 사회하는 것으로 그 임무를 제한했다면 지금처럼 장로가 되고 총회장이 되려고 돈을 쓰고 선거운동을 하는 추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쓴소리를 내뱉기도 했다.


# ‘문화변혁’은 그리스도인의 사명

한국교회의 사회문화적 영향력도 여전히 미약하다는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에 대한 목소리로 나왔다. ‘칼빈주의가 한국사회와 문화에 미친 영향’을 주제로 발표한 신국원교수(총신대)는 “한국 장로교회 역사에서 개혁주의의 적극적인 사회적 행동이나 문화적 관심의 전통의 장점을 결여된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며 “최근 반기독교적인 정서가 사회에 확산된 점을 계기로 해 방어적인 된 상태에서 보수적 이데올로기에 동참해 스스로의 입지를 더욱 좁히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생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교회가 사회문화적 책임을 소홀히 하는 가운데 모든 능력을 성장에 쏟아 부으면서 경쟁이 유발되어 개교회주의에 빠져 보편성과 연합정신을 잃은 점을 큰 문제로 지적했다. 손교수는 “보수적인 교회는 사회문화로부터 고립되었을 뿐 아니라 교회 간 협력과 소통을 통한 유익도 상실했다”고 비판했다.


한국교회는 전반적으로 변화된 환경 속에서 새로운 도전과 위기를 직면하고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전한 신교수는 “칼빈주의 교회는 지금 새롭게 직면하고 있는 문제와 씨름하는 수고를 통해 바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오늘날 기독교가 상실한 문화적 영향력을 회복하기 위한 조건인 지성의 회복을 위해 세계와 삶을 넓고 포괄적으로 이해하고 보편적인 진리를 추구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또한 문화개혁에도 기여해야 한다. 개혁주의는 문화가 근본적으로 종교적 뿌리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만큼 문화의 변혁은 전도와 마찬가지로 포기될 수 없는 그리스도인의 사명이기 때문이다. 특히 분열과 대립이 있는 곳에서는 복음의 초월적 관점에 선 화해자의 모습을 가져야 한다. 하나님나라를 현실에서 구현하는 기독교문화는 고급스럽고 화려한 문화이기 보다 치유하고 화해를 가져오는 문화여야 한다.


기독교문화는 의와 화평과 희락을 구현하는 문화, 즉 샬롬의 문화를 지향해야 한다. 사랑과 소망과 믿음에 기초한 문화, 분열을 극복하고 소외를 넘어서는 문화여야 하는 것이다.


특히 칼빈은 새로운 사회공동체에 대한 비전도 가졌다. 그것이 정치 공동체든, 경제 공동체든, 신앙 공동체든 이 땅에서 하나님 나라를 이루는 것이었다. ‘칼빈의 경제 공동체 사상과 새로운 사회건설의 의미’를 주제로 발표한 양참삼목사(한양대 명예교수)는 “칼빈과 그의 추종자들은 사회경제 면에서 크게 영향을 주었다”며 “기독교인의 생활은 신앙과 하나님에 대한 지식에 의해서만 기쁘게 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직무와 모든 시간, 모든 삶이 하나님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선악 간에 하나님의 형상을 가진 이웃을 사랑하고 봉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교회 직분은 ‘봉사’를 위한 것

‘칼빈의 제네바 교회의 사회복지’를 주제로 발표한 안인섭교수(총신대)는 “칼빈은 당시 ‘구제’를 교회의 본질적 사역으로 봤으며, ‘집사’ 직은 교회의 사회 복지의 담지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제네바의 복지개혁을 위한 움직임을 확산시켰다”고 설명했다.


사실 칼빈은 전쟁과 가난, 질병이 풍미하던 종교개혁 시대를 살면서 교회를 섬겼다. 그는 제네바에서 ‘종합 구빈원’과 ‘프랑스 구호 기금’ 등을 통해 빈민과 병자를 도왔으며, 다른 나라로부터 이주해 온 종교적 난민들을 지속적으로 돕는 사역을 펼쳤다.


안교수는 “칼빈은 교회의 예배와 교회가 가난한 사람들을 돌보는 자선 활동을 이분법적으로 보지 않았으며, 오히려 자선을 교회의 본질적인 사역 중에 하나로 봤다”며 “한국교회도 신앙과 삶, 예배와 윤리가 불일치해 사회 속에서 그 영향력을 상실하지 않도록 통전적인 목회관을 가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칼빈이 말하는 집사라는 직분은 가난한 사람들과 병자들을 위해서 행정적으로 구호 기금을 모으고 또 실제로 방문해 위로하는 것”이었다며 “한국교회의 집사라는 직책, 더 나아가 한국교회의 직분론은 과연 칼빈의 신학위에 서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칼빈의 집사직은 단순히 교회 안의 행정 및 회계 관리에 그치는 항존직이 아니었으며 오히려 사회복지 개혁의 중추적인 역할을 감당한 사회개혁자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안교수는 “칼빈은 교회의 목사직을 사회 복지적인 차원에만 제한한 것은 절대 아니라는 것을 환기해야 한다”며 교회의 목회적 활동은 말씀과 기도와 성찬, 그리고 자선(혹은 사회복지)라는 네 가지의 요소가 잘 균형이 잡혀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칼빈 신학에 있어서 교회의 사회 정치적 책임’을 주제로 발표한 신현수교수(평택대)도 “교회는 경제적으로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을 돌보고 돕는 사회복지의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교회는 시민정부와 바른 관계를 가질 의무가 있다. 이 시민정부는 죄로 인한 악한 결과를 막으려고 하나님이 섭리적으로 제정하신 질서다. 시민정부가 하나님이 제정한 것이기 때문에 그것에 저항하는 것은 하나님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교회는 하나되는 공동체, 정의로운 공동체, 사랑의 공동체, 평화의 공동체, 서로 섬기는 공동체,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공동체, 늘 새롭게 되는 공동체가 형성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사회정치 영역에서 공동체의 원리가 실천되도록 헌신하고 봉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한국교회가 개혁주의의 진정한 가치를 되살려 교회 안에만 갇혀있지 말고 교회 밖으로 나가 하나님의 역사를 실현시켜 나가는 역사의 주인공이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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