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 세상 모두 하나님 주권 아래 있음을 인식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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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세상 모두 하나님 주권 아래 있음을 인식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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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6.1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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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천목사<기장 신학연구소 소장>


한국교회는 일반적으로 교회의 영역과 세상의 영역을 구별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교회는 개인적이고 영적인 구원의 문제를 본분으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회와 세상의 관계에서 보면, 개혁교회와 루터파 사이의 신앙적 차이가 드러난다.

루터의 개혁은 세속 통치권이 상대적으로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던 상황에서 진행되었기 때문에, 교회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체계를 구축하는 문제가 시급하지 않았다. 그리고 당연히 기존의 질서에 대한 비판과 저항의 문제에 소극적이었다.

칼빈은 궁극적으로 교회의 영역과 세상의 영역이 모두 하나님의 주권 안에 있음을 강조했다. 그렇다고 칼빈이 국가에 대한 교회의 지배를 생각한 것은 아니다. 칼빈은 교회의 통치가 아니라 하나님의 통치를 믿었다. 교회와 국가는 서로를 지배하지 않는다. 교회와 국가는 서로 지원적인 관계이지만, 서로 독립적이다. 통치하시는 분은 오직 하나님 뿐이시다. 교회의지도자나 세속 통치자나 모두 그들의 행위에 있어서 하나님 앞에서 직접 책임을 져야 하는 존재이다. 하나님의 주권 사상에 기초해서, 칼빈은 교회가 국가에 대해서 해야 할 역할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 교회는 국가와 그 기능에 대해서 성서적 가르침을 제시해주어야 할 책임이 있는 것이다.

칼빈은 국가가 영적인 문제에 개입하려고 할 때, 교회는 불복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는데 동의했다. 자신의 조국 프랑스의 개신교 박해 상황에 대해서 늘 안타까워하던 칼빈은 하나님의 주권의 관점에서 세속 권력의 남용의 문제를 이해하고자 했다. 그는 사회를 전복하는 반란에 대해서는 반대했지만, 점차 폭군에 대해서 저항할 수 있다는 생각을 지지하게 되었다. 그러한 저항이 일반 시민들에 의해서가 아니라, 통치자에게 저항할 권리를 갖고 있는 공적 지위를 갖고 있는 사람에 의해서 가능하다고 보았다.

이러한 견해는 ‘강요’ 첫 판에 표현되었고, 마지막 판에서도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 베자는 칼빈의 생각을 좀 더 발전시켜 타락한 세속 권력에 대한 신적 거부 사상을 분명하게 밝혔다. ‘바돌로메 축일의 학살’(1572)을 목도한 베자는 “낮은 지위를 갖고 있는 이들도 세속 권력에 대항할 수 있다”는 적극적인 주장을 펴게 되었다.

한국교회 현실에서 사회복지에 관한 관심이 급속히 증대하고 있다. 개혁신앙의 관점에서 보면 긍정적인 변화라고 하겠다. 교회를 섬기는 일과 세상을 섬기는 일을 통합해 낸 개혁교회의 발전은 제네바 사회에 실질적인 변화를 초래했다. 예를 들어, 빈곤 계층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던 것이다. 칼빈의 경제 사상에 대한 최근의 관심은 주목할 만한다.

칼빈은 교회를 통해서 함께 나누는 친교 공동체를 이루고자 했다. 교회는 사회적으로 특권을 지닌 사람이나 소외된 사람, 그 누구도 동등하게 인정받는 공동체가 되어야 했다. 특히 칼빈은 사회적으로 소외된 약자와 함께하는 교회의 모습을 강조했다. 칼빈의 의지를 반영하여 제네바 교회는 사회 복지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며, 나아가 제네바 시로 하여금 복지체계를 갖추는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내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칼빈은 죽기 5년 전까지 제네바의 시민권을 받지 않았다. 생애의 대부분을 망명자의 신분으로 살아야 했던 칼빈은 이방인으로써 겪는 인생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한국사회에도 외국인 이주민들이 급증하고 있다. 오래지 않아 사회적으로 정체성에 대한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화, 인종적 차이가 사회적 갈등의 또 다른 요인이 되지 않도록 지역 사회를 기반으로 한 교회 공동체의 적극적인 활동이 필요하다.

한국교회가 새로워지려면 새로운 목회적 리더십이 필요하다. 새로운 목회적 리더십은 과거를 부정함으로써 얻어지는 리더십이 아닐 것이다. 그것은 전통의 어깨를 딛고 서서 역사적 지혜를 바탕으로 더 멀리 내어다 볼 수 있는 넓은 시야를 갖춘 리더십이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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