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이해 부족으로 인한 아동권리침해 개선해나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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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이해 부족으로 인한 아동권리침해 개선해나가야”
  • 정재용
  • 승인 2009.05.13 1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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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희망을 주는 한국교회, 낮은 곳을 돌아보자 <3>

다문화 가정, 그들도 우리의 이웃이다


상 - 증가하는 다문화가정 대안 없는 우리사회

중 - 교육제도권 밖 방황하는 이주아동.청소년

하 - 행복 찾아왔다 상처안고 떠나는 여성들


세계 정치ㆍ경제의 중심에 서있는 미국, 한편으로는 다양한 피부색을 지닌 사람들이 함께 모여 살아가는 나라이기도 하다. 때문에 여느 나라들 못지않게 인종차별에 대한 심한 진통을 겪어왔다. 지난해 11월에는 피부색이 검은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는 또 다시 피부색과 인권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만들었다.

단일민족이라 불리던 우리나라에도 이제 다인종, 다민족, 다문화시대가 열렸다. 이는 단순히 상투를 틀고 비녀를 꽂던 옛 시대와 비교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가족들과 자녀들이 외국으로 이민을 가고 유학을 가듯 주위를 둘러보면 이미 수많은 외국인들이 우리의 이웃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는 사실을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한국은 세계로 뻗어나가는 한국만이 아닌 세계가 찾아오는 한국이 되었음을 받아들여야 할 시기에 이르렀다. 불법체류자 되버린 외국인노동자들, 교육의 기회를 잃고 방황하는 이주아동ㆍ청소년들, 코리안드림을 꿈꾸며 찾은 한국에서 상처만 안고 떠나는 결혼이민여성들까지 우리가 끌어안고 섬겨야 할 사람들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편집자 주>


한국말을 너무나 잘하는 검은 피부의 여자아이 하은(5세)이는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국적이 없는 국제 미아다. 엄마, 아빠가 스리랑카에서 온 이주노동자인데 불법체류자 신분이라서 출입국관리소 단속에 걸리면 언제 스리랑카로 쫓겨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하은이 스스로는 이미 다섯 살의 한국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하루하루를 불안에 떨며 한 번도 가본 적 없고 언어도 전혀 모르는 부모의 나라 스리랑카를 동경하며 살 수밖에 없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하은이와 같은 삶을 사는 이주아동ㆍ청소년들이 3만여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따르면 국내 체류 16세 미만의 이주아동ㆍ청소년들의 수가 3만 8천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나마 이중에서도 가족의 동반입국이 허용되지 않은 이주노동자 자녀들이 대부분이며, 부모가 불법체류 상태인 자녀들의 숫자는 파악도 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 급증하지만 추정 불가능한 이주아동

1989년 11월 20일 UN총회에서 채택된 UN아동권리협약은 아동의 생존, 보호, 발달, 참여의 권리 등 어린이 인권과 관련된 모든 권리를 규정해 놓고 있으며, 특히 아동을 권리의 대상에서 권리의 주체로 인정하고 있다. 1991년 우리나라도 비준한 이 UN아동권리협약에는 이주아동들도 그들의 신분과 관계없이 자국의 청소년들과 동등하게 보살핌을 받고 교육받아야 할 권리가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아동권리의 현실이 UN아동권리협약과 거리가 멀다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현실이다.

교육과학기술부의 2008년 조사자료에 의하면 국내 결혼이민자 자녀 중 1만8천778명이 초ㆍ중ㆍ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이 중 불법체류자를 포함한 이주노동자 자녀들의 숫자는 1천402명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이것도 믿을만한 통계는 못 된다. 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이주아동ㆍ청소년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다문화가정에 대한 분류 체계와 이주노동자 자녀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시급한 것이 현실이다.

전북대 사회학과 설동훈교수는 “불법체류 상태로 교육 받고 있는 아동ㆍ청소년들은 거의 대부분 이주노동자의 자녀로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는 이주노동자 자녀의 수를 파악하는 것이 어려워 취학률을 계산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2006년 학교에 가지 못하는 이주아동ㆍ청소년들의 숫자를 9천5백여명으로 추정했었다. 2003년과 2005년에는 불법체류자 자녀 중 교육을 받는 학생이 각각 205명과 148명으로 집계됐던 통계로 미뤄볼 때도 이주노동자 자녀들의 취학률은 매우 낮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게다가 현재는 이주아동ㆍ청소년들의 숫자가 3만여명이 훌쩍 넘었다는 사실은 관련법의 개선과 개정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 진학해도 적응하기 어려운 학교생활

관련법이 표면상으로는 학교에 진학하는 것을 전부 다 불허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주아동ㆍ청소년들이 부모가 불법체류상태라고 하더라도 거주지의 관청 또는 교육청의 인가를 통해 고등학교 교육까지는 받을 수 있도록 허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영주권 또는 고등학교 이후 한국에 체류하기 위한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또 행여나 부모들이 출입국관리소의 단속에 걸려서 추방이라도 당하는 날에는 연고도 없는 아이들은 부모의 나라이지만 문화도 언어도 낯설기만 한 그곳으로 부모와 함께 쫓겨나야 하는 신세가 된다.

또 학교에 갈 수 있는 자격을 얻는다고 하더라도 학교들이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을 거부하거나 근처 학교로 갈 것을 권하는 등 뺑뺑이를 돌린다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어려움을 겪어야만 한다.

뿐만 아니라 이런 과정을 이겨내고 제도권 학교에 들어간다고 해서 학습권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맞벌이를 하는 외국인 부모와 함께 가사일을 분담하는 것은 물론 심지어는 부모들의 직장일까지 도와야하는 경우도 있어 또래들에 비해 부족한 언어능력과 학습능력으로 학교생활을 출발한다.

학교들이 ‘아동권리협약’에 근거해 이주아동ㆍ청소년들을 위한 기본적인 언어교육 프로그램 등을 마련해 나가야함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상태 그대로 방치해 놀림과 따돌림의 대상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 부모도 법도 보호해줄 수 없는 아이들

하은이 엄마 이노카씨는 딸을 낳을 때 출석교회 집사님의 도움으로 병원에서 안전하게 출산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하은이가 세 살이 된 이후에는 병원에 다니는 일이 막막하기만 하다. 두 살 까지는 지역 보건소에서 예방주사를 무료로 놔주고 간단한 진료까지 볼 수 있었지만 세 살 부터는 의료보험 없이 병원에 다녀야 하기 때문에 경제적 부담이 커지고 말았다.

교육비도 걱정을 해야 한다. 이노카씨는 “하은이를 초등학교에 보내기 어려울 것 같고 한국말을 엄마 아빠가 가르칠 수 없기 때문에 어린이집이라도 보내야 하는 형편”이라며 저소득층 자녀들이 받는 혜택도 없이 교육을 시켜야 하는 아쉬움도 토로했다.

폭행을 당하고도 경찰의 도움을 요청할 수 없는 일도 있다. 수진(가명)이는 늦은 시간까지 친구들과 놀다가 집에 귀가하는 길에 성추행을 당했다. 위험한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소리를 지르며 대항했기에 더 큰 화를 면할 수 있었지만 경찰에 신고도 할 수 없고 어두워지면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두려움에 떨어야만 했다.

이런 사례들이 점점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자 지난해 말 보건복지가족부와 교육과학기술부는 다문화가정 학생교육 지원방안을 내놓으며, 2012년까지 4년간 국가와 지방이 추진할 4대 정책과제 14개 세부 실행과제에 총 700여억원의 예상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교육의 현장에서는 개선 요구의 목소리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 한국을 잘 아는 아시아 일꾼으로 양성

성동외국인근로자센터 다문화팀 신혜영간사는 “예산은 편성됐다고 하지만 정작 도움이 필요한 이주노동자 가정의 자녀들은 배제되고 국제결혼가정 자녀에만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며 “말로는 다문화를 이해하자고 하면서 실제로는 한국국적을 취득하지 못하면 혜택을 받을 수 없는 다문화가족지원법 등은 하루 빨리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국제적인 위상이 올라갔다고 UN아동권리협약에 가입하고 해외원조사업을 한다는 한국에서 이주아동ㆍ청소년들을 외국인이라는 이유, 미등록이라는 이유로 방치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논리”라며 “신분이나 자격을 떠나 모든 아이들을 우리의 아이들로 바라보고 제도권 안에서 교육과 복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고 전했다.

이들에 대한 편견과 차별은 우리 사회 전반에 깔려있는 국민들의 의식부터 개선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예배를 드릴 수 있는 교회가 100여개 남짓 한 한국교회의 현실은 한국교회가 의식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할 주체임을 입증해준다.

설동훈교수는 “이주아동ㆍ청소년들이 따돌림을 당하는 것은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니고 겉모습이 다르고 생각하고 표현하는 방식이 다른 사람들을 용인하지 못하는 사회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이다”며 “사회 전반에 녹아있는 차별의 분위기를 철폐하고는 근본적인 치유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다문화 교육이 보다 심층적인 연구를 통해 발상을 근본적으로 전화해야 할 때”라며 “국내에서 아동기를 보낸 이주아동들을 한국을 잘 이해하는 ‘아시아 지역 일꾼’으로 양성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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