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사는 다문화시대, 올바른 정착문화 만들어 나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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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사는 다문화시대, 올바른 정착문화 만들어 나가야”
  • 정재용
  • 승인 2009.04.29 14: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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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 연중기획 - 희망을 주는 한국교회, 낮은 곳을 돌아보자 <3>
▲ 2007년 여수 출입국관리소 화재로 감금됐던 외국인노동자 9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외국인노동자들이 늘어나면서 다문화가정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다문화 가정, 그들도 우리의 이웃이다


상 - 증가하는 다문화가정 대안 없는 우리사회

중 - 교육제도권 밖 방황하는 이주아동.청소년

하 - 행복 찾아왔다 상처안고 떠나는 여성들


세계 정치ㆍ경제의 중심에 서있는 미국, 한편으로는 다양한 피부색을 지닌 사람들이 함께 모여 살아가는 나라이기도 하다. 때문에 여느 나라들 못지않게 인종차별에 대한 심한 진통을 겪어왔다. 지난해 11월에는 피부색이 검은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는 또 다시 피부색과 인권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만들었다. 단일민족이라 불리던 우리나라에도 이제 다인종, 다민족, 다문화시대가 열렸다.

이는 단순히 상투를 틀고 비녀를 꼽던 옛 시대와 비교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가족들과 자녀들이 외국으로 이민을 가고 유학을 가듯 주위를 둘러보면 이미 수많은 외국인들이 우리의 이웃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는 사실을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한국은 세계로 뻗어나가는 한국만이 아닌 세계가 찾아오는 한국이 되었음을 받아들여야 할 시기에 이르렀다. 불법체류자 되버린 외국인노동자들, 교육의 기회를 잃고 방황하는 이주아동ㆍ청소년들, 코리안드림을 꿈꾸며 찾은 한국에서 상처만 안고 떠나는 결혼이민여성들까지 우리가 끌어안고 섬겨야 할 사람들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편집자 주>


국내 체류 외국인 120만…전체 주민등록인구의 2.5%

8쌍 중 1쌍 국제결혼, 교육의 기회 잃은 이주아동 급증


2007년 8월 24일 국내 체류 외국인은 100만 명을 돌파했다. 그리고 2009년 5월 현재 국내 체류 외국인의 수는 불법체류 외국인들을 포함해 120만 명을 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는 주민등록인구 4천913만여명의 약 2.5%를 차지하는 수치로 우리나라도 다문화시대에 도래했음을 입증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사회는 급증하고 있는 외국인들로 인해 다문화가정이 생겨나고 그 가정들이 또 그 자녀들이 우리 이웃으로 정착하고 있음을 받아들이고 준비하지 못해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에 처해있다.


# 고용허가제와 다문화가정의 증가

1997년까지만 해도 38만6천972명이던 국내 체류 외국인의 수가 12년 동안 120여만 명으로 세배가 넘게 증가했다. 또한 통계청은 외국인의 증가와 함께 우리나라의 저출산으로 인해 오는 2100년에는 남한 인구가 2천310만 명으로 줄어들고 외국인의 수는 500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외국인의 증가에 가장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은 바로 외국인노동자들을 국내로 불러들이고 있는 외국인 고용허가제다. 현재 우리나라와 고용허가제 MOU를 체결한 국가는 15개국으로 통계상으로는 전체 외국인 체류자의 3분의 1정도인 40여만 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산업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노동자는 60여만 명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이 중 30여만명은 비자가 만료됐음에도 불구하고 출국을 하지 않은 사람들이거나, 관광비자, 유학비자, 비즈니스비자 등으로 입국해 취업을 하거나 화물선 등을 타고 밀입국한 사람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를 이를 보완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3년이던 고용허가제의 체류기간을 비자만료 후 3년 더 연장할 수 있는 법을 마련해 불법체류자들의 증가를 막고 출입국관리소의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그다지 크게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불법체류자들이 줄어들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이렇게 한국에서 장기간 체류하던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만난 자국인 또는 한국 사람과 가정을 이루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면 다문화가정이 증가하게 되는 것인데, 외국인노동자법은 이들을 전혀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는 대목은 큰 아쉬움으로 남고 있다.


# 이혼율 높은 이주여성의 결혼

외국인노동자들이 이룬 가정 이외에 다문화가정의 대다수가 농촌총각과 결혼한 외국인 여성들의 가정이다. 2007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외국인과의 결혼 비율이 13.6%로 8쌍 중 1쌍 이상이 국제결혼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95년 한해 발생한 국제결혼이 1만3천494건이었지만 10년 뒤인 2005년에는 4만3천121건으로 3만건 가량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성비율에서도 여성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2007년 발생한 국제결혼은 3만8천491건으로 그 중 2만9천140건이 외국인부인과의 결혼이었으며, 9천351건은 외국인남편과의 결혼인 것으로 확인됐다. 코리안드림을 꿈꾸며 한국을 찾고 있는 외국인 여성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2005년 4만건을 넘었던 국제결혼이 2006년 3만9천690건, 2007년 3만8천491건으로 다시 줄어들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2006년부터 중국동포들의 ‘방문취업제’로 국내입국과 취업이 쉬워지자 결혼이민보다 방문취업을 선택하게 된 것에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또 2007년에는 결혼알선업체들이 난립하고 비자를 얻기 위한 불법적인 결혼, 비인격적인 알선방식들이 난무하자 베트남 등의 국가에서 국제결혼에 대한 통제를 하기 시작해 점차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우리사회의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국제결혼은 끔찍한 사건들로 뉴스를 장식하는 일들이 적지 않다. 이와 관련 지구촌사랑나눔 대표 김해성목사는 “우리의 이웃이 된 외국인들을 사회를 구성하는 공동체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고 더불어 살아가려는 노력이 시급하다”며 “현실을 방관하고 외국인노동자, 중국동포, 결혼이주자나 그들의 자녀들을 차별하고 방치한다면 잠재적 사회불안요인으로 작용해 미국 LA 흑인폭동과 같은 국가적 재앙을 맞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 관련법 개선·보호장치 마련 시급

김목사의 주장대로 우리나라는 다문화가정과 관련된 관련법들의 개정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선 외국인노동자 관련법이 시급하다. 현행법은 외국인노동자들에게 3년간 세 번에 걸쳐 직장을 옮길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지만 이직기간도 2개월밖에 안되고 산업재해와 경기침체 등으로 인해 3년간 세 번을 더 옮기게 되면 불법체류자로 전락하게 된다. 때문에 외국인노동자들에게 직장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을 넓혀주고 고용주들의 횡포와 허술한 안전관리로부터도 보호받을 수 있는 법만이 불법체류를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외국인노동자들은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결혼이주여성들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도 마련돼야 한다. 지난해 한국인과 외국인과의 이혼건수는 1만1천255건으로 총 이혼건수의 9.7%를 차지했다. 특히 한국인 남자와 외국인 여자의 이혼건수는 7천962건으로 전년 대비 39.5% 증가했으며, 지난해 이혼한 한국인 남편과 외국인 아내와의 평균 동거기간은 2.7년으로 나타나 국제결혼이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음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이주여성긴급전화 인미란팀장은 “한국인 남편과 의사소통의 어려움으로 기본적인 생활에 대한 어려움은 물론 남편으로부터 인격적 모욕과 구타까지 당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전하고 “상담전화를 받고 있는 외국인 여성 인력도 부족해 정부차원에서 관련법이 개선되고 이주여성들에 대한 보호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을 위한 관련법 개선도 필요하다.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가 초·중·고 학생 중 다문화가정의 자녀를 조사한 결과 1만8천778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지난해 국내에 체류 중인 이주아동·청소년은 5만8천여명으로 집계됐으며, 불법체류 등을 이유로 통계에 잡히지 않은 숫자까지 감안한다며 훨씬 더 많은 아이들이 교육의 제도권 밖에 방치되고 있는 것이 우리사회의 현실인 것이다.

안산이주민센터 대표 박천응목사는 “유엔 아동인권협약안 비준국가인 우리정부는 적극적으로 이주아동의 권리를 보장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다문화가정이 우리사회에 크게 자리 잡은 만큼 이주노동자의 자녀에게도 한국인 자녀와 동등한 교육권을 보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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