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 개척교회의 70% 자립에 실패 … 작은 교회는 힘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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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개척교회의 70% 자립에 실패 … 작은 교회는 힘겹다
  • 이현주
  • 승인 2009.02.06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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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직도 한국교회 절반은 미자립교회

<2009 연중기획 // 희망을 주는 한국교회, 낮은 곳을 돌아보자>

복음전파를 위한 개척자, 미자립교회에 희망을

2009년 한국교회는 ‘나눔과 섬김’의 기치를 강조하고 있다. 교단 총회장이 앞치마를 두르고 노숙자들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소년소녀 가장을 위해 반찬봉사대가 출정하는 등 성도들 개개인의 몫으로 돌려졌던 각종 봉사의 자리에 이제는 교단과 단체 교회들이 대거 포진하면서 힘을 얻어 가고 있다. 일회성 봉사로 그치지 않아야 한다는 우려 속에서 교회는 일단 사회에 희망을 주는 메신저가 되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가득 차 있다.

드러나지 않았을 뿐 늘 해오던 일이라고 자신하며 “교회가 희망”이라는 메시지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교회 안에서도 소외된 이웃들이 있다는 점이다.

교회 밖의 소식에 귀를 기울이는 사이 교회는 높은 성벽을 쌓아 놓고 낮은 자들의 출입을 거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크고 좋은 것만 추구하며 정작 하나님이 만들어 놓으신 작고 아름다운 것의 가치는 발견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시점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한 영혼을 구하기 위해 점심을 굶어가며 거리전도에 나선 개척교회 목회자가 있을 것이며 무거운 휠체어 바퀴를 끌고 문턱 높은 교회 계단 앞에서 다시 집으로 발걸음을 돌리는 장애우도 있을 것이다. 꼬깃꼬깃한 헌금을 들고 예배당에 앉았지만 화려한 단상에서 들려오는 말씀이 특정계층에게만 위안을 주는 것은 아닌지 되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

2009년 연중기획을 시작하며, 본지에서는 교회 안팎의 작은 이웃들을 찾아냈다. 오직 말씀 하나를 붙잡고 힘들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찾는 이들의 모습 속에서 진정한 복음의 가치를 발견하고 교회가 섬기고 지원해야할 과제들을 찾아낼 예정이다.

부흥의 시간이 조금 더디더라도, 교회의 성장이 조금 늦더라도 걸음이 서툰 이웃들과 보폭을 맞춰 함께 걸어가는 교회가 될 때 ‘희망’이 있다는 사실을 전하고자 한다.


기독교인구 증가가 멈춘 이 시대에 아직도 부흥하고 있다고 말하는 교회는 많지 않다. 그나마 성장을 자신하는 교회들은 이미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 대형교회와 신도시에서 부흥을 이뤄낸 신흥교회들. 70~80년대 교회가 한창 늘어나던 시기 개척자들에게 목회는 일종의 기회였다. 힘겹지만 성도들이 모이고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하지만 90년대 이후부터 미자립 개척교회가 자립교회로 성장하는 비율은 많지 않다.

오히려 개척교회가 미자립교회 증가에 일조하며 전체 한국교회의 50% 이상이 아직도 자립하지 못한 채 힘겨운 목회를 이어가고 있다. 각 교단이 이만교회운동, 3천교회 운동 등 교세배가운동을 진행하면서 개척을 독려하고 있지만 현실은 만족스럽지 못하다. 모 교단에서는 한 중대형교회가 미자립교회 하나를 돕자는 결연운동도 진행했지만 이 또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실패한 정책으로 남았다.

미자립교회의 성장은 불가능한 일인가. 그렇지 않다. 대형교회들도 모두 작은 골방에서 시작됐고 처음부터 부유한 교회는 거의 없었다.

미자립교회의 성장과 자립은 곧 교회의 부흥과도 직결된다. 이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교단에서는 미자립교회 지원정책들을 계속 수정하며 효율적인 대안을 찾고 있다. 자립의 길을 위해 힘겹게 고군분투하는 미자립교회 목회자들의 목소리와 이들을 품고 함께 성장하고자 하는 교단의 정책들을 통해 건강한 한국교회의 미래와 희망을 찾아보았다. <편집자 주>

 

▲ 지하상가에서 시작한 한 개척교회 전경. 개척교회 중 24%만이 자립에 성공한다는 통계가 있다.

 

아직도 한국교회 절반은 미자립교회


지난 1월 문화체육관광부(장관:유인촌)가 발표한 ‘2008 한국의 종교현황’ 통계에 나타난 교회수는 5만8,404개로 집계됐다. 통상 기독교는 5만 교회 10만 성직자 1,200만 성도라고 표현한다. 이 표현대로 문광부 통계상 교회수는 별 오차 없이 비슷하게 집계됐다고 볼 수 있다. 이 수치대로만 계산한다면 한 교회당 240명의 성도가 있다고 분류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에서 가장 큰 교회로 꼽히는 여의도순복음교회는 76만 제적교인이 있으며 은혜와진리교회가 25만 성도수를 자랑한다. 두 교회만 합쳐도 국내 성도의 10%를 점유하고 있다. 대형교회가 중심이 된 한국교회의 구조상 성도들의 고른 분포는 기대할 수 없는 일이다. 문제는 5만여 교회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미자립교회 형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요교단들이 교세확장 정책을 펼치면서 매년 천 여개의 교회들이 생겨나지만 마찬가지로 문 닫는 교회의 수도 이에 버금가는 것이 오늘날 한국교회의 현실이다. 각 교단이 미자립 개척교회 지원방안들을 앞 다퉈 마련하고 있지만 교세확장 정책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일단 키우고 보자는 식의 배가운동에는 적극적인 반면 한 교회라도 내실있고 튼튼하게 세우자는 노력은 부족한 실정이다.


아직도 복음을 접하지 못했거나 하나님을 구주로 영접하지 못한 4,000만 국민을 전도하기 위해서 교회 개척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교계에서는 기독교인이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개척교회가 매년 늘어나는 것은 한국교회의 건강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지만 미자립교회가 자립교회로 전환될 수 없는 척박한 목회현실이 지속된다면 결코 한국교회를 건강하게 평가할 수 없다는 의견도 지배적이다.


미자립교회의 분류는 통상 연간 예산 혹은 결산 기준으로 2,000에서 2,500만원 이하의 교회를 말한다. 교단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건축비 등을 제외한 경상비를 기준으로 분류한다. 교단별로 조사한 미자립교회 비율은 평균 40%를 넘어섰다.


# 교단별 미자립교회 현황


통합·감리교 등 대형교단 미자립교회 30%대로 안정적

군소교단일수록 미자립교회 비율 높고 지원 대책 미흡


건강한 중형교회가 많은 것으로 알려진 예장 통합의 경우 미자립교회가 2,500교회 정도로 파악된다. 전체 교회수를 7,600개로 보았을 때 34% 비율로 추산할 수 있다. 문제는 98년 조사한 미자립교회 통계는 1,270교회로 10년 새 미자립교회 비율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감리교는 전체 교회의 37.1%가 미자립교회로 조사됐다. 감리교는 2001년 조사에서 39.6%였던 것에 비해 미자립교회 비율이 다소 낮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대형교단의 미자립교회 현황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이보다 조금 작은 중형교단의 경우 비율이 40%대로 올라가며, 교단 규모가 작아질수록 미자립교회 비율은 점점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성의 경우를 살펴보면 전체 2,800여 교회 가운데 40% 정도는 미자립교회로 분류된다. 비교적 체계적인 미자립교회 지원체계를 갖추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율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교단 관계자는 설명했다.


국내선교위원회 김춘백목사는 “자립하지 못한 상황에서 개척하는 교회들이 늘어나다보니 그 비율만큼 미자립교회 수도 늘어난다”고 말했다. 흔히 10개 교회가 새로 개척할 경우, 대형교회의 지원을 받거나 분립형식으로 자립 출발하는 교회는 3곳 정도이며 나머지 7개 교회는 미자립 형태로 출발한다.


기성에서는 매년 50~60개 교회가 개척되며 이 가운데 미자립교회가 3~4년을 목회하고도 자립하지 못할 경우 다른 교회와 통폐합하거나 문을 닫게 된다고 말했다. 박목사는 “연간 개척교회수의 절반에 달하는 25개 정도의 교회는 다시 사라진다”고 전했다. 물론 문을 닫는 교회가 모두 개척교회는 아니다.


2015년까지 3000교회 50만 성도를 목표로 2015비전운동을 펼치고 있는 기장도 미자립교회 비율이 높기는 마찬가지. 1580개 교회 중 600여 교회가 자립하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문 닫는 교회수가 거의 없다고 자랑하는 기장은 전국 광역시와 기초단위 지역을 조사해 기장교회가 없는 곳에 중점적인 개척을 진행하고 있으며 연간 개척교회수도 많은 편이 아니어서 다소 교세확장 속도가 늦더라도 안정적인 개척에 중점을 두는 것으로 분석됐다.


고신의 상황은 조금 더 나쁘다. 전체 교회 중 50%를 미자립으로 분류한다. 예장 합신은 성도수 50명 이내의 교회가 62%에 이른다. 미자립교회 기준은 다른 교회보다 높게 잡아 놓고 있는 것이 차이점이다. 연간 예산 5천만원 이하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다.


# 개척교회의 자립은 꿈인가

교회성장연구소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개척교회 가운데 완전한 자립으로 가는 교회는 24%에 불과하다. 결국 미자립교회가 늘어나는 가장 큰 원인을 개척교회의 증가와 연결시킬 수 있다. 하지만 하나님나라 확장이라는 거시적인 선교적 사명을 위해서 교회의 개척을 막을 수는 없는 일이다. 당연히 교단들도 교회 개척을 통한 성장만이 대안이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그러나 작은 개척교회들은 열정과는 달리 더이상 홀로 버티기 힘들다고 호소한다.


그렇다면 개척교회는 왜 자립하기 힘든 것일까.


일단 개척교회는 출발부터 힘겹다. 신도시나 도심 수도권에 교회를 개척할 경우 상가교회를 얻는다고 해도 개척자금이 족히 1억원은 들어간다. 신대원 졸업 후 목회지를 찾지 못하는 사명자들은 결국 개척으로 방향을 선회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교회건물과 시설을 갖추기 위한 비용 대부분이 부채로 충당된다.


신학교를 졸업하고 부르심에 따라 신도시 지하상가에 교회를 개척했다고 밝힌 A강도사는 집 전세를 빼서 교회건물을 임대하고 문 닫는 교회를 수소문해 성구를 헐값에 구입했다. 이렇게 교회는 5,000만원의 빚을 안고 시작했지만 7개월 째 성도수는 10명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거리로 나가 노방전도를 벌이고 의욕적인 프로그램들을 마련했지만 시설부터 열악한 교회를 관심있게 지켜보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A강도사는 넉넉한 생활비는커녕 교단에서 받는 생계비 지원금도 대출이자와 교회 운영비로 사용하고 나면 남는 것이 없다고 한탄하고 있다. 그는 “연고도 없는 시골에서 목회를 시작할 수도 없어 신혼살림을 하던 곳에서 목회를 시작했는데 역시 대형교회가 많은 신도시에서의 개척은 무리가 있었던 모양”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복음을 전하고자하는 사명감은 동일한데 왜 작은 교회에는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같은 교단에 속한 이웃교회들이 관심을 갖고 개척인력과 비용에 도움을 준다면 한결 수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누구도 손을 내밀지 않는다”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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