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 그리스도인 일치운동을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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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 그리스도인 일치운동을 돌아본다
  • 이현주
  • 승인 2009.01.14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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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삶 속에서 ‘주님의 몸된 공동체’ 회복하자
지난 2006년 12월 진행한 그리스도인 일치를 위한 에큐메니칼 순례.

 

1월 18일 오후 4시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홀에서는 역사적인 예배가 열린다. 세계교회협의회 신앙직제위원회와 교황청 그리스도인일치촉진평의회가 세계교회와 함께 지키는 ‘그리스도인 일치기도주간(1월18~25일)’의 시작을 앞두고 한국교회가 연합예배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올해의 주제는 에스겔서 37장 17절로 ‘네 손안에서 하나가 되게 하여라’.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한국사회의 상황을 기도문에 담았다. 이것은 곧 한국교회가 작성한 기도문으로 세계교회가 함께 기도를 드린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아직까지 보수교단에서는 천주교를 이단으로 분류할 만큼 일치의식이 부족한 상황에서 국내 주요교단들이 동참하는 이번 일치기도회의 의미는 남다르다고 할 수 있다.


 ‘한 분의 하나님을 믿는 그리스도인’들이 주님 앞에 하나됨을 고백하는 일치기도회. 한국측 주최를 맡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교회와 일치위원회와 천주교 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 대화위원회가 지난 40년간 함께 해온 노력을 바탕으로 신구교 일치운동을 되짚어 본다.    <편집자 주>



매년 바울사도의 회개 축일 사이의 기간인 1월 18일부터 25일까지를 일치기도주간으로 지키는 세계교회는 1908년 미국의 폴 왓슨 신부의 제안으로 처음 기도주간을 지키기 시작했다. 교황의 무오류론을 주장하는 천주교에 반발해 종교개혁이 일어난 이후 신-구교는 서로를 무시하고 차별하며 살아왔다.


구교는 “하나님의 교회는 우리뿐”이라는 주장을 내세웠고 개신교 역시 ‘원죄 없는 마리아’를 따르고 교황의 절대 권위를 주장하는 구교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왔다. 오직 말씀만이 권위를 갖는다는 개신교 신앙은 개인의 성화와 구원을 강조하며 발전해왔고 한국에서는 천주교보다 큰 교세를 형성하며 독자적인 세를 확보했다.


한국교회가 신구교 일치운동을 시작한 것은 지난 1965년. 엄밀히 따지자면 천주교와 교리와 제도면에서 비슷한 성공회와 천주교가 상호 방문기도를 가진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이것은 세계교회의 일치기도 역사보다 57년 뒤진 것이다. 65년 상호방문 역시 로마 가톨릭이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개신교와 화해를 모색하기로 결정하면서 본격화 된 것으로 일단 한국의 신구교는 성서를 하나의 목소리로 번역하는 일을 시작했다. 하나의 성경을 한 목소리로 읽어 내기 위한 노력으로 1977년 개신교와 천주교 성서학자들은 공동번역 성경을 펴냄으로써 일치운동의 첫 결과물을 선보였다.


사실 세계교회의 일치운동은 우리의 것보다 훨씬 앞서가고 있다. 천주교와 개혁교회를 대표하는 루터교회가 1999년 ‘의화교리’에 합의했고 이어 지난 2006년 한국에서 열린 감리교 세계대회에서는 감리교와 천주교가 ‘의화에 관한 공동선언’에 서명했다.


루터교와 가톨릭의 의화론 합의는 세계 기독교 역사에서 10대 사건으로 꼽힐만큼 파격적인 것이었으며 이어진 감리교의 공동서명으로 “구원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자유로운 선물이며 이는 선행을 실천해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선행 속에 반영된 것”이라는 내용을 3개 교회가 공유하게 됐다.


이처럼 앞서가는 세계교회의 에큐메니칼 흐름 속에서 한국교회는 소극적인 활동만 전개했다. 우리의 일치운동이 보다 본격적으로 활성화된 계기는 지난 2006년 제네바와 로마, 이스탄불 등을 방문하며 한국교회의 상황을 알린 에큐메니칼 순례로 본격화됐다.


신구교 공동으로 조직된 에큐메니칼 순례단은 먼저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세계교회협의회 사무실을 방문, 사무엘 코비아 총무를 만나 한국교회가 2009년 그리스도인 일치주간 기도문 작성을 맡게 해달라고 청원했다. 이어 바티칸 교황청을 방문해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발터카스퍼 추기경을 만나 또 다시 기도문 작성을 제안했다.


이어 한국교회는 세계교회의 동의하에 신학자모임을 결성, 기도 자료집 작성 소위원회를 구성하고 유일한 분단국가인 한반도의 상황을 환기시키는 내용의 성구와 기도문을 만들어 허락을 얻어내기에 이르렀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신구교간 시각차가 컸던 상황에서 최근 함께 하나가 되자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긍정적인 분위기에 대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권오성총무는 “신구교는 완전히 다르다는 편협한 생각이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를 해치는 일이라는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제는 다양한 삶 속에서 천주교, 개신교, 정교회가 같은 그리스도인이라는 연대의식을 갖고 인류를 사랑하신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함께 짊어지는 순례의 여정을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점에서 올해 한국이 주도하는 그리스도인 일치기도회의 의미는 남다를 뿐 아니라 한반도의 상황을 기도문에 담아낸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분쟁이 일어나지 않고 휴전상태가 길어진다는 점에서 남북한은 세계교회의 관심에서 밀려난 지 오래였다. 80년대 중반, 글리온회의 이후 남북교회의 만남이 성사되면서 교회 간 대화가 진행될 때까지만 해도 세계교회는 한반도 분단에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신앙적인 지원과 물질적인 후원에도 불구하고 양자의 관계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자 당사자 간에 풀어야할 문제로 인식하는 경향이 짙었다. 한국이 아니어도 세계 곳곳에는 분열과 전쟁으로 고통받는 나라들이 많았으며 이를 위해 기도를 요청하는 교회가 줄을 이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무관심이 고정화된 때에 신구교가 힘을 합쳐 한반도의 분단상황을 세계에 다시 한번 환기시킨 것은 큰 의미를 갖는다. 특히 남북의 대치상황과 더불어 북한의 정치적 어려움을 알리는 계기가 됐으며 한반도의 평화가 곧 동북아의 평화로 이어진다는 너무나 중요한 사실을 전달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에스겔서를 본문으로 채택한 기도문 준비위원회는 “이스라엘이 점령당해 멸망하고 수많은 백성이 유배지로 끌려가는 절망적인 종교적 정치 상황 속에서 자기 동족들에게 희망을 일으키도록 부름받았다는 점에서 한반도의 상황과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일치기도문은 18일부터 25일까지 8일 동안 이 에스겔서 본문을 바탕으로 “하나님께서 다시 모으리라는 희망”을 전하고 있다.


2009년을 ‘그리스도인 일치기도의 해’로 정하고 1년간 신구교가 함께 하는 연합사업을 계획해놓은 교회협은 “올 한 해 동안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가족과 직장, 동료, 동아리 모임과 같은 모든 속한 곳에서 다른 신자들과 만나더라도 세상의 빛과 소금이 돼야할 그리스도인의 소명을 함께 발견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또 “그리스도인들이 마음을 합할 때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모순과 부조리의 어두운 현실을 바꾸고 참된 신앙적 표양을 드러낼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전했다.

 

◎ 일치기도주간 성경묵상과 기도 이렇게


첫째 날 (18일) - 분열에 맞서는 그리스도인 공동체

에스겔 37:15~19, 22~24 / 요한복음 17:17~21

그리스도인의 일치는 우리가 그리스도의 것, 하나님의 것이라는데 근거한 친교다.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는 하나님에 대한 우리 신뢰의 표현이고 성령께 우리 자신을 활짝 여는 것이다. 대화, 공동증언, 선교 등 그리스도인 일치를 위한 다른 노력들과 더불어, 일치기도는 그리스도께서 구원하시러 오신 이 세상에 그리스도를 통한 화해가 가시적으로 드러나게 하시는 성령의 특별한 도구다.

기도 : 저희가 하나님의 사랑으로 한 형제자매라는 것을 체험하게 하시고, 주님 손안에서 하나되게 하소서.


둘째 날 (19일) - 전쟁과 폭력에 맞서는 그리스도인

이사야 2:1~4 / 마태복음 5:38~48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인도주의를 넘어서는 비폭력을 가르치신다. 그분께서는 하나님 창조물의 재건 그리고 마지막 날 새 하늘 새 땅이 오리라는 희망과 믿음을 가르치신다. 십자가 위에서 죽음을 물리치신 예수님의 결정적인 승리 위에 세워진 이 희망은 우리가 꾸준히 그리스도인 일치를 추구하고 온갖 형태의 전쟁과 폭력에 대항하여 싸울 수 있는 용기를 북돋워 준다.

기도: 주님, 온갖 폭력과 분노와 증오로 고통받는 억눌린 이들, 그릇된 신념과 이념 대결의 희생자들을 저버리지 마소서.


셋째 날 (20일) - 경제적 불의와 가난에 맞서는 그리스도인들

레위기 25:8~14 / 누가복음 4:16~21

‘더 많은 돈’을 인생의 목표이자 최고 가치로 여기는 오늘날의 세상에서 그 돈은 오로지 죽음으로 이끌 따름이다. 교회들인 우리는 희년의 정신으로 더불어 살아가고 그리스도를 따르며 이 기쁜 소식을 선포하여 세상이 중시하는 돈에 맞서도록 부름 받았다.

기도 : 자비의 하나님 저희가 돈만으로는 살 수 없고 하나님 말씀으로 살 수 있다는 것을 깨닫도록 도와주소서.


넷째 날 (21일) - 환경위기에 맞서는 그리스도인들

창세기 1:31~2:3 / 로마서 8:18~23

그리스도인들은 창조를 보전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리스도인들은 함께라야 창조주의 작품을 보호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스도께서는 모든 씨앗 가운데 가장 작은 씨앗이라도 존중하시는 모습을 보여주신다. 성경의 창조관에 비추어, 그리스도인들은 한 목소리로 지구의 미래에 관한 성찰에 이바지할 수 있다.

기도 : 오늘날 죽음을 퍼뜨리고 환경을 파괴하고 있는 저희가 저희 욕심을 뉘우치고, 다 함께 하나님의 피조물을 보호하고자 하는 바람으로 하나님께서 만드신 모든 것을 돌보도록 도와주소서.


다섯째 날 (22일) - 사회적 편견과 차별에 맞서는 그리스도인

이사야 58:6~12 / 누가복음 18:9~14

온 인류의 일치회복은 모든 그리스도인의 공동사명이다. 모든 그리스도인은 온갖 차별에 대항하여 다 함께 싸워야 한다. 모두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이므로, 유대인도 그리스인도 없고, 종도 자유인도 없으며, 남자도 여자도 없기 때문이다. 기도 : 주님, 저희가 사회를 해치는 차별과 소외를 깨닫도록 도와주시고, 저희 눈을 밝혀 주시어 자신의 편견을 깨닫게 하소서.


여섯째 날 (23일) - 질병과 고통에 맞서는 그리스도인들

시편 22:1~11 / 마가복음 10:46~52

제자들이 눈먼 이를 예수님께 데리고 왔을 때 비로소 그들은 예수님께서 무엇을 원하시는지를 이해하게 된다. 예수님께서는 시간을 내어 그 눈먼 이를 만나 그와 이야기하며 그가 무엇을 바라고 필요로 하는지 묻고자 하신 것이다. 아픈 이들이 그리스도 안에서 그들의 형제자매와 나누는 상호관계를 통해 하나님의 현존을 체험할 때 치유공동체가 성장할 수 있다.

기도 : 하나님, 질병과 고통 속에서 주님께 부르짖는 이들의 소리를 들어 주소서.


일곱째 날 (24일) - 다양한 종교를 마주하는 그리스도인들

이사야 25:6~9 / 마가복음 7:24~30

다른 그리스도인들과 나누는 대화는 개별 그리스도인의 정체성 상실이 아니라 예수님께서 아버지와 하나이듯이 우리도 하나가 되기를 바란다고 하신 예수님의 기도를 따르는 기쁨으로 이끌어야 한다. 하루 아침에 일치가 이루어지지 않지만, 우리는 다른 종교인들과 함께 사랑과 구원의 최종 공동목적지로 나가야 한다.

기도 : 그리스도교 교파와 다른 종교의 이웃들에게 마음과 정신을 활짝 여는 용기를 주소서.


여덟째 날 (25일) - 갈라진 세상에 희망을 선포하는 그리스도인

에스겔 37:1~14 / 요한계시록 21:1~5

일치를 위한 기도의 힘은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세상을 새롭게 해주시는 데서 비롯되는 힘이고, 그 지혜는 마른 뼈들에게 새로운 생명의 숨결을 불어 넣어 살아나게 해주시는 성령의 지혜다. 또한 그리스도께서 당신 제자들에게 바라시는 일치의 도구가 되고자 우리 자신을 하나님의 뜻에 완전히 열어젖히는 것이 온전한 일치기도다.

기도 : 하나님께서 바라시는 일치를 위하여 봉사하는 희망에 가득 찬 백성이 되도록 도와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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