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특집] 사방에서 쏟아진 기도응원 "순종하는 자에게 기적을 주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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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특집] 사방에서 쏟아진 기도응원 "순종하는 자에게 기적을 주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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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12.24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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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인숙 교장의 송년 에세이 - 주님과 함께하는 2008년

선교사가 세운 최초의 기독교학교 … 신앙의 맥 잇자 놀라운 결실 체험 

모처럼 일찍 퇴근한 어느 날 문득 올려다 본 내가 사는 아파트가 너무 생소해 보였다. 이사 온지 일 년이 지났는데 ‘아파트 벽면의 색이 이랬었나’ 의혹이 가다니 그동안 내 처소에 대해 무심하게 살았던 것 같다. 그야 아침 일찍 출근하여 늘 어두워진 10시나 되어서 퇴근하는 일이 다반사였으니 그럴 법도 하다.

지난 해 9월, 하나님의 크신 손에 밀려 나는 선교사들이 세웠다는 우리나라 최초의 학교 교장이 되었다. 최초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부임당시 이 곳은 전교생 76명의 폐교 직전의 학교였다.

내가 영화학교 교장에 응한 것은 단지 한 가지 이유에서였다. 만약 선교사가 세운 기독교 학교가 문을 닫게 된다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라는 생각과 순종해야 한다는 생각이 떨쳐 버릴 수 없이 강하게 나를 사로잡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순종의 어려움을 실감하며 낯선 인천으로 오게 되었고 지난 일 년 간 치열하게 살았다.

첫 출근 날, 학교버스 기사들이 몰려와 험상궂은 얼굴로 그동안 동결했던 통학 버스비를 올려주지 않으면 운행하지 않겠노라는 협박에 가까운 시위를 시작으로 별별 일을 다 겪었다.

교회 성도들의 헌금으로 겨우 지탱하는 학교에서 학교 실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교사가 육아휴직비 안 준다고 인권위에 학교를 고발하는 일들까지, 나는 너덜너덜 헤어진 교장실 쇼파 덕분에 진드기 알러지가 생겨 온 몸에 빨갛게 돋은 발진으로 고생을 하며 모든 일을 견뎌내야 했다.

그 와중에도 하나님의 도우시는 손길은 놀라웠다. 부랴부랴 짜놓은 학교 교육시스템에 대해 열 두 신문사와 잡지들, 방송사들을 동원하셔서 홍보해 주셨고 나쁜 소문들로 가득했던 학교에 대해 좋은 소문으로 덮어 버리시는 작전을 펴셨다.

전 교직원이 아홉 밖에 안 되는 학교에서 교사들은 아이들을 가르치고 업무처리 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연수를 받아야 했다. 교사의 자질에 따라 교육의 질이 좌우된다는 나의 생각에 교사들은 그동안 없었던 연수시간을 감당하느라 힘들어 했고 나는 가르치느라 힘이 들었다.

이리 뛰고 저리 뛰며 학교를 새롭게 하려고 안간힘을 쓰는데 교육청에서 공문이 날아들었다. 그동안 학교 운영이 힘들다는 핑계로 감사를 미뤄 왔는데 더 이상 미룰 수 없으니 올 해는 꼭 감사를 받아야 한다는 거였다. 2003년부터 모든 장부를 다 갖춰 놓으라는 통보였다. 그 동안 눈에 보이는 일부터 처리 하느라 정신없다가 감사준비를 하려 하니 제대로 정리 된 장부 하나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감사 받을 준비를 하려는데 주무자인 행정실장이 학교를 그만 두겠다고 하여 극구 말렸지만 사표를 내고 말더니, 어느 날 출근해 보니 또 한 장의 사표가 놓여 있었다. 교감이 사표를 낸 것이다. 기가 막혔다. 행정 쪽과 학사 쪽의 감사를 받아야할 사람들이 사표를 내 버린 것이다. 더욱이 교감은 연락을 끊고 사라져 버렸다.

사정을 교육청에 말해 보았지만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으니 그냥 감사를 받으라고 했다. 긍정적인 면에서 과거를 정리하고 새로운 기틀을 마련한다는 생각으로 감사 준비를 시작했다.

몇 명 안 되고 일에 훈련도 되지 않은 선생님들이 밤늦도록 매달려 일했다.

매일 열시가 넘어 퇴근하면서 교사들의 서로 건네는 인사말은 “집에 다녀오겠습니다” 였다. 집과 학교가 바뀌어 “학교에 다녀오겠습니다”가 아니라 집에 다녀 오겠습니다가 인사가 된 것이다.

어려움은 일로 끝나지 않았다. 제 발로 걸어 나가 퇴직한 사람들이 교장이 어렵게 해서 나왔다는 둥 하지도 않은 소리를 했다고 소문을 내 그 식구들은 교회에서 만나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나를 보아 주일조차 마음을 힘들게 하기 일쑤였다.

도대체 내가 왜 이런 곳에 와서 교회에서까지 힘들어야만 하는가를 생각하며 성전에 들어 선 어느 주일날 그동안 참았던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이 흘러나왔다. 열심히 일한다고 욕먹은 사람도 별로 많지는 않을 것 같다.

“도대체 무슨 일을 한다고 매일 저렇게 늦게 까지 일을 하느냐” “교장이 완벽주의 자라서 선생님들을 못살게 한다” 별별 소리를 다 들으며 감사 준비를 하는데 종합장학 지도까지 겹쳤다.

연일 힘들게 준비하던 중 선생님 한 사람이 간염으로 입원을 하게 되었고 장학지도 받는 날 아침, 또 한 교사가 쓰러져 학교를 나올 수 없다고 했다.

일곱 명의 교사 중 두 사람이 없이 장학지도를 받아야 했다. 그동안 좋지 않은 소문과 정상적으로 움직이지 못하는 학교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서도 학교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어쩌나 싶었고 나이 어린 교사 하나는 “교장선생님 어떡해요?” 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나는 장학사들에게 그동안 우리 학교의 변한 모습과 교육과정을 보여 주었고 그 날 장학사들은 “교장선생님 감동했습니다”는 말을 남기고 돌아갔다.

감사일을 몇 주 남겨놓고 몸을 가눌 수 없이 힘들고 오른쪽 옆구리가 쑤셔 병원에 갔더니 신우신염이라 이 주 동안 병원에 입원해야 한다고 했다. 교감도 교무도 없는 학교에서 총지휘자인 교장이 병원에 입원한다면 일이 정지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열 때문에 온몸이 떨리고 몸이 오그라들 것 같은 고통 속에서도 나는 매일 출근했고 밤늦도록 일을 했다.

그러자 그동안 학교일에 무관심했던 학부모들이 눈물로 교장과 학교를 위해 기도하기 시작했고, 교회 분들과 평소 나를 사랑해 주셨던 많은 분들이 동서 사방에서 기도로 돕기 시작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소리가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감사원들이 며칠 동안 감사를 끝내고 돌아가던 날, “너무 애쓴 모습이 눈에 보이고 학교의 급속한 발전에 감동했다”며 허물을 덮어주고 갔다. 미국인 선교사들이 세운 최초의 학교를 하나님께서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함께 일하고 기도한 선생님들은 몸과 마음으로 느낄 수 있었다.

사립학교는 신입생 유치에 힘써야 하는데 우리 선생님들은 감사와 일에 허덕이느라 유치원을 방문할 시간이 없자 학부모들이 팔을 걷고 나섰다. 학부모들은 학교홍보용 책자를 들고 흩어져 홍보요원이 되어 일했고 학부모들과 선생님들은 2009년도에는 재학생이 200명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교실이 부족하여 시교육청에 서류를 제출했었는데 “언제 문을 닫을지 모르는 학교를 무얼 보고 증축해 주느냐? 애 쓰지 말고 공립학교로 만들어라”라고 했다. 학교가 공립학교가 되면 기독교교육은 끝이 나는 거였다.

교육청 관계자는 또 “올 해는 인천시만 취학 아동수가 만 명이 줄고 경제 불황이 극심한데 어떻게 아이들을 모집하겠느냐? 우선 아이들을 얼마나 모을지 두고 보겠다”고 했다.

나는 무너진 성벽을 붙잡고 야유하는 적들 앞에서 하나님께 기도한 느헤미야의 심정으로 “제가 이곳에 오고 싶어서 온 것이 아닙니다. 저는 단지 순종했을 뿐입니다. 보내신 분이 하나님이시니 주님께서 책임지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고 매달려 기도했다. 그런데 입학시기가 되자 놀라운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신입생들이 몰려들었고 우리가 기도한대로 하나님께서 200명을 채워주셨다.

2008년, 어렵고 힘든 한 해였지만 주님께서 함께 달음질하시며 순종하는 자가 볼 수 있는 기적을 보여주셨던 한 해였다.

새로운 한 해가 다시 내 앞에 백지로 펼쳐져있다. 주님께서 또 어떤 그림을 그리실지…. 나는 새해에도 그 분의 손에 들려진 한 자루의 붓이 될 것이고 주님께서는 내 입에 승리자의 찬송을 담으실 것을 믿는다. 새해가 모든 이들에게 복되기를….


● 오인숙 교장은

미국 선교사가 세운 기독교 최초의 사립학교인 영화초등학교 교장을 맡고 있으며, 지하철 ‘사랑의 편지’를 통해 감성깊은 따뜻한 글을 쓰는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현재 한국 스트레스학회 이사, 기독교치유상담교육연구원 교수로 활동중이며 극단 우물가 이사로 문학과 교육, 문화 등 전반에 걸쳐 활약하고 있다. 저서로는 ‘너희 자녀를 위해 울라’와 ‘생각을 바꾸시는 하나님’외 다수가 있으며 안정적인 자리를 마다하고 지난해 폐교위기에 놓인 인천영화초등학교 교장을 맡아 학교를 신앙 안에서 바로 세우는 일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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