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에 빵을 달라는 외침을 교회는 듣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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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에 빵을 달라는 외침을 교회는 듣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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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12.19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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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성탄절 한국교회에 바란다]- 손인웅목사

해마다 성탄절은 돌아오지만 성탄의 의미는 점차 퇴색되어져 가고 있다. 세상 사람들에게 성탄은 우리를 구원하신 아기 예수님이 태어난 날이기보다 산타클로스가 선물을 뿌리는 날이며 흥청망청 연말을 즐기는 날로 인식되고 있다. 진정한 성탄의 의미가 아쉬운 지금,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대표회장인 손인웅목사는 올 성탄을 맞아 신뢰를 회복하는 교회가 될 것을 권고했다. 각처에서 어렵고 힘들다는 소리를 낼 때 교회는 소망을 전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조건없이 베푸신 아가페의 사랑으로 나눔을 실천하며 겸손히 섬기는 은총의 성탄을 보낼 것을 당부했다.

손인웅목사<한목협 대표회장>  

성탄을 맞이하는 한국교회

참된 사랑 실천하기 위해

강도높은 영성훈련 실시해야

지난 11월에 기윤실에서 전국 성인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교회의 신뢰도 조사’에서 우리나라 국민 절반에 가까운 48.3%가 교회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했으며, ‘신뢰한다’가 18.4%로 조사돼 한국교회 신뢰 회복에 대한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같은 조사에서 한국교회의 낮은 신뢰도를 회복하기 위해 교회가 해야 하는 사회적 활동으로는 ‘봉사 및 구제활동’(47.6%), ‘윤리와 도덕 실천운동’(29.1%), ‘환경, 인권 등 사회운동’(12.5%)으로 나타났다.

굳이 이번 조사를 예로 들지 않더라도 한국교회는 이미 사회와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각종 언론 매체를 통해 체감하고 있다. 그리고 그 대안으로서 한국교회는 섬김을 통한 연합과 일치라는 기치를 내걸고 부활절연합예배를 시작으로, 2005년 기독교 사회복지 엑스포, 2008년 기독교 사회복지 부산엑스포와 서해안 살리기 운동, 고시원 화재사건으로 피해를 당한 해외 동포들을 돕는 일 등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었다.

여기에 해마다 크리스마스 때가 되면 가난한 이웃과 함께 드리는 성탄 예배를 10년 간 꾸준히 계속해 오며 이웃을 섬기는 교회의 아름다운 모범을 계속 보여 왔다. 그런데 이러한 계속적인 한국교회의 봉사와 섬김에도 불구하고 사회의 한국교회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지 않고 있음에 때로는 낙담하거나 포기하고자 하는 유혹이 들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때일수록 한국교회가 기억해야 할 것은 지금이 한밤중이라는 사실이다. 도덕적인 밤중, 사회질서의 밤중, 교육의 밤중, 생명존중의 밤중 등 모든 면에서 한밤중이요 오리무중인 것이다.

지금 전 세계는 금융계의 위기 속에 믿음의 빵이 고갈되었다. 또한 인도를 비롯한 세계 각처에서 끊이지 않는 테러리즘으로 인한 소망의 빵이 고갈되었다. 여기에 심각한 개인주의와 물질만능주의와 과학주의에 함몰되어 인간성을 상실함으로써 풍요 속에서도 점점 더 우울과 고독 속에서 사랑의 빵을 애타게 구하고 있다. 한국교회는 이러한 빵을 달라는 세상의 외침을 들어야만 한다.

누가복음 11장에 나오는 한밤중에 굶주린 나그네의 친구처럼 세상은 끊임없이 빵을 달라고 외치고 있는 것이다. 비록 사회적인 신뢰회복이 우리의 기대만큼 빠르게 이뤄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한국교회는 믿음의 빵, 소망의 빵, 사랑의 빵을 세상을 향해 공급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모든 교회가 예수 그리스도께서 주신 생명력을 회복해야 할 것이다. 사람이 사용하는 에너지도, 사랑의 능력도 어느 정도 사용하면 바닥이 나서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거나 재생이 불가능하게 된다. 그러나 재생 가능하며 쓰면 쓸수록 더욱 풍성해지는 것이 바로 아가페 사랑을 통한 나눔의 에너지이다.

그러므로 이번 성탄을 맞이하는 한국교회는 이 사랑 안에서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더욱 강도 높은 영성훈련을 실시해야 할 것이다. 자기를 비우신 예수 그리스도의 비움과 겸손을 묵상으로 체득하며 십자가의 길을 걸어갈 것을 다짐하는 시간이 되어야 하겠다.

또한 이제까지 각 교회가 해왔던 이웃 사랑의 실천들을 세심히 점검하여 도움의 사각지대에 있는 이웃들을 찾아야 하고, 섬김의 프로그램과 분야들을 창조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성탄의 선물을 기다리는 많은 이웃들을 실망시키지 말고 더 많은 나눔과 도움으로 이웃들에게 기쁨과 구원의 은총을 전해주는 한국교회의 2008년 성탄절이 되기를 기원하는 바이다.

● 손인웅목사는 경북대학교와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을 거쳐 미국 맥코믹신대원을 졸업했으며, 1977년부터 덕수교회에서 시무하고 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교회일치위원장을 거쳐, 현재 학교법인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이사장, 한국기독교사회복지협의회 공동대표,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대표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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