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에큐메니칼운동 위기 … 예언자적 소리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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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에큐메니칼운동 위기 … 예언자적 소리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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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11.2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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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에큐메니칼 운동 부흥을 위한 서울 국제협의회’를 마치고
▲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올림픽 파크텔에서 열린 국제협의회에는 WCC를 이끌고 있는 전·현직 운동가들이 참여했다.

변창배목사<서울국제협의회 코디네이터>


아래로부터의 에큐메니즘 원칙에 따라 국제 회의 일정 잡아 신속히 전개

30~40대 젊은 세력의 등장 신선, “우리가 성문밖의 소리가 되어야 한다”


올림픽 공원의 늦가을은 아름다웠다. 지난 11월 15일부터 17일까지 ‘에큐메니칼 운동 부흥을 위한 서울 국제협의회’가 올림픽 파크텔에서 개최되는 동안 노랗게 물든 은행잎이 소낙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맑은 가을 하늘과 함께 계절의 신비감을 안겨 주었다. 해외 참가자들은 아침 저녁으로 산보를 즐기며 탄성을 울렸다.

그러나 떨어지는 은행잎은 20세기 에큐메니칼 운동을 상징하는 것 같았다. 세계 에큐메니칼 운동은 위기에 봉착해 있다. 운동의 지도력은 존중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에큐메니칼 운동의 현장이 되어야할 지교회와 선교단체의 참여를 이끌어 내지 못해 운동의 기반이 바싹 말라가고 있다. 각 나라나 대륙의 에큐메니칼 단체나 기구마다 재정적인 위기로 유지에 급급한 실정이다. 위기의식이 팽배해 있다. 세계교회협의회(WCC) 총무의 사임과 임기 연장을 둘러싼 논란이 이러한 위기감에 불을 붙였다.


# 떨어지는 은행잎 20세기 에큐운동 상징

이런 위기 앞에서 행동을 취한 것은 한국의 에큐메니칼 원로들이었다. WCC 회장을 지낸 강문규회장과 아시아기독교교회협의회(CCA) 총무를 지낸 박상증목사와 안재웅박사, WCC JPIC국 총무를 지낸 오재식박사, 전 WCC 아시아 총무를 지낸 박경서박사, 전 세계개혁교회연맹(WARC) 신학부장을 지낸 김용복박사, 현 WCC 중앙위원인 박성원목사와 같은 분들이 주도해서 4월 무렵부터 논의를 시작했다.

급기야는 6월 1-2일에 서울에서 아시아 대륙의 에큐메니칼 지도자 세 분을 초대해서 12명이 소규모 협의회를 갖기에 이르렀다. WCC 회장인 인도네시아의 나바반주교, WCC 국제국 총무를 지낸 인도의 나이난 코쉬박사, 세계선교협의회(CWM) 총무를 지낸 스리랑카의 프레만 나일즈박사가 자리를 같이 하고 뜻을 모았다.

이들 12명의 아시아 에큐메니칼 운동 지도자들은 세계 에큐메니칼운동이 위기에 봉착했다는 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공식적인 에큐메니칼 기관이 협의회를 준비하기에는 시일이 촉박하기에 ‘밑으로부터의 에큐메니즘’원칙에 따라 국제회의를 소집하기로 했다. 청춘과 일생을 바친 에큐메니칼 운동에 대한 도덕적 의무감이 이들을 움직인 것이다. 날짜를 11월로 정하고 전 세계 에큐메니칼 운동 지도자들에게 초청장을 보냈다. 그들 중에서 18명이 서울 국제협의회에 참가했다.

일정관계로 참가할 수 없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해 온 이들도 적지 않았다. 그 중 7명은 참가하지 못하는 대신 원고나 지지의 편지를 보내왔다. WCC 회장인 큐바의 오펠리아 오르테가 박사, 전 WCC CCPD 총무인 독일의 볼프강 슈미츠박사, 샌프란시스코신학교 교수인 필립 위커리박사와 제임스 노엘박사, 캄펜연합개신교신학대학교 교수 볼커 퀴스터박사, 에덴신학교 교수 다마얀티 나일즈박사, CWM 선교와개발국장 영국의 필립 우드박사가 그들이었다.


# 세계 각국에서 적극적인 참여

서울 국제협의회는 해외에서 18명, 국내에서 17명이 참가했고, 그 외 국내의 40여 명의 방문자들이 모였다. WCC의 7명 회장 중에서 2명이 참가했고, 그 중에 나바반 주교는 시종일관 사회를 보면서 협의회를 이끌어갔다.

아프리카에서 온 시몬 도수 회장도 개회예배 설교를 통해 “출애굽한 이스라엘이 종의 자리를 벗어나서 새로운 하나님의 백성이 된 것처럼 새로운 에큐메니칼 운동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WARC 동북아협의회에 참가한 WARC 회장 클리프톤 컥패트릭박사도 총무 세트리 니오미박사와 함께 마지막 날에 참가해서 종일 회의장을 지켰다. 러시아정교회의 키릴대주교는 교회협력국장 이고르 비자노프 신부를 대신 보내서 정교회의 참여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루터교세계연맹(LWF) 실행위원인 인도네시아의 리디아 시아한여사도 지역에서 경험하는 새로운 에큐메니칼 운동을 향한 도전을 전했다.


# 과거 집착말고 새 비전을 제시하라

참가자의 규모는 적었어도 분위기는 불꽃이 튀는 진지한 한 판 대결의 장이었다. 공식적인 회의에서는 나눌 수 없는 대화를 솔직하고 신랄하게 교환했다. 러시아정교회와 시리아정교회 참가자들과 개신교회 대표들 사이에 만장일치 합의제에 대한 이견을 교환하기도 했다.

젊은 참가자는 원로들을 향해서 “이제는 옛날 이야기 되풀이는 그만하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 달라”고 주문했고, 원로층 중의 몇 분은 새로운 도전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스코틀랜드교회의 그라함 맥고어목사와 미국감리교회의 래리 피킨스목사는 회의 벽두에 30대와 40대의 시각에서 본 WCC 현 위기상황을 숨기지 않고 지적해서 참가자들을 긴장시켰다. 특히 그라함 맥고어목사는 “이제는 우리가 성문 밖의 소리가 되어야 한다”고 날카롭게 쓴 소리를 던졌다.

여러 발제와 응답 중에서 나이난 코쉬박사의 ‘세계화, 제국, 그리고 평화에 대한 비판적 성찰’과 울리히 두크로우박사의 응답이 단연 돋보였다. 협의회 마지막 날 아침에 던진 박상증목사의 성찰을 향한 화두는 참가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참가자들은 협의회 마지막 날 다섯 개의 분과로 나누어져서 토론한 뒤 ‘서울선언문’을 채택했다. 선언문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온 샌디 율박사와 스리랑카의 프레만 나일즈박사가 초안을 했지만, 회의장에서 대폭 수정된 뒤 채택되었다. 서울선언문은 여섯 가지 확증을 자신있게 주장하고 있다.

그것은 ▲WCC의 예언자적 사역에 대한 소명 ▲아가페 문서와 그 문서의 예언자적 저항의 사명 ▲교회의 친교로서의 WCC의 기본 사명 ▲WCC가 재정적으로 재정지원 단체로부터 독립해서 운영되어야 할 필요성 ▲새로운 에큐메니칼 교육의 필요성 ▲지역 에큐메니칼 단체의 지원과 공동 활동의 필요성 등이다. 참가자들은 서울선언문을 통해서 지구적인 금융 위기가 일어나는 상황 속에서 WCC와 세계 에큐메니칼 운동이 ‘성령의 예언자적 소리를 지속적으로 깨달아’ 이를 감당하기를 주문했다.


# 예언자적 소리내는 WCC 소망

서울 국제협의회 기간 중에 지역의 목회자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이런 방문은 첫 날 개회 예배 직후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권오성총무가 방문해서 환영인사를 하면서 시작되었다. 협의회 첫 날은 전주와 광주에서 찾아온 목회자와 신학자들은 회의장의 진지한 분위기에 큰 감명을 받았음을 고백했다.

둘째 날 조찬 교제를 나눈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목협) 총무단은 참가자들의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 대표회장 손인웅목사는 예정에 없던 인사말을 즉석에서 해야 했고, 한목협 전 대표총무 김원배목사에게 부탁해서 한국 교회의 상황에 대한 발제를 별도로 듣기까지 했다.

게다가 세계 에큐메니칼운동을 향한 한국교회의 기여에 대해서 발제한 정병준박사는 좌중을 압도해서 사회를 보던 나바반 회장으로부터 큰 격려를 받았다. 종이컵을 사용하기 않고 한국의 전통다기를 준비해서 일일이 녹차와 연차 등의 전통차를 대접한 간식시간도 협의회에 문화적인 풍미를 더했다. 에장통합 총회장 김삼환목사의 초청 오찬은 참가자들을 따뜻하게 환영하는 한국교회의 정성을 대변했다.

이번 국제협의회에서 채택된 서울선언문은 전 세계 교회와 에큐메니칼 기관에 널리 회람될 것이다. 20세기 초반에 교회 일치를 위한 회람 문서가 세계교회의 일치를 향한 새 장을 열었듯이 서울선언문이 새 역사를 열어갈 것이라고 확신한다. 홈페이지를 구축하고 선언문과 5개 분과 보고서를 인쇄하여 전 세계로 우송할 것이다. WCC를 향해서 공식적인 후속 모임을 개최하도록 요청하여 공교회가 이를 수용하도록 촉구하였다. 주제는 동일한 것으로 하더라도 젊은 세대가 중심이 되는 모임이 될 것이다.


# 한국교회 대륙별 화합에 기여할 것

이번 국제협의회를 통해서 한국교회는 그 잠재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논제를 정하고 참가자들을 초청하는 과정을 김용복박사가 주도했고, 각 지역 교회들이 십시일반으로 지원해서 회의 경비의 78%를 충당했다. 박성원목사가 준비한 개회예배와 폐회예배를 통해서 참가자들은 예배를 통한 영적 감동을 나누었다.

일곱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성심성의껏 협의회를 섬겼을 뿐 아니라 실무준비도 매끄러워서 모든 참가자들이 크게 만족했다. 몇 몇 참가자들은 “이렇게 목회자와 신학자, 평신도들이 다양하게 방문한 에큐메니칼 모임을 경험해 본 일이 없다”며 감탄을 금하지 못했다. 협의회가 개최된 올림픽 파크텔의 시설도 국제 회의를 치루기에 조금도 손색이 없었다.

참가자 중에는 한국교회가 쇠약해가는 유럽과 북미대륙의 교회와 협력하여 아시아 아프리카대륙의 참여를 이끌어 내기에 가장 적합한 위치에 있다는 평가를 내리는 이도 있었다.

세계 에큐메니칼 운동은 분명히 위기에 봉착해 있다. 그래도 젊은 참가자에게서 새 희망이 돋고 있음을 본다. WCC-CWME 의장인 시리아정교회 죠지 매튜주교는 시종일관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었으나, “이 시대는 민중이 마실 음료조차 제국이 공급한다”며 날카롭게 농담을 던졌다.

미국 감리교회의 래리 피킨스목사는 주일예배 설교를 거를 수 없다며 회의가 끝나기가 무섭게 태평양을 건너갔다. 이런 40대의 젊은 지도자들이 있기에 희망을 가져 본다. 새 술을 담을 새 부대가 준비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제 올림픽 공원의 은행나무는 헐벗은 채 겨울 바람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새 봄을 맞으면 다시금 푸른 잎을 맘껏 뽐낼 것이다. 에큐메니칼 운동도 인고의 세월을 지내고 난 뒤 그리스도를 주로 모시는 모든 기독교인들이 함께 모이는 새로운 운동으로 발전할 것이다. 그 날까지 참고 견디며 씨를 뿌리는 한국교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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