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을 마무리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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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을 마무리하면서
  • 승인 2001.1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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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21세기의 첫 해인 금년도 벌써 저물어간다. 우리의 삶이라고 하는 것이 그렇듯이 뒤돌아 서서 보면 언제나 아쉬움과 부족함을 느끼는 것은 금년이라고 해서 다를 바가 없는 것 같다. 아직도 할 일은 많고 갈 길은 먼데 벌써 이렇게 2001년을 보내야 하나 생각하니 착잡한 마음뿐이다.

한국 기독교가 선교 100주년을 넘긴지도 이미 여러 해 지났다. 선교 초기 한국 교회는 아직 여러 모로 어린 교회였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민족이 암울한 상황에 있을 때 독립운동, 문맹퇴치운동, 신문화운동 등 제반 민족운동과 사회봉사 활동으로 그리스도의 제자로서의 사명을 훌륭하게 감당해 왔다.

해방 이후 우리 사회가 산업화 과정을 겪으면서 한국 교회는 폭발적인 교세성장을 이루어 당당히 우리 민족 최대의 종교로 자리잡게 되었다. 그러나 이와 함께 한국 교회는 과거 사회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던 자리에서 밀려나 오히려 눈총과 지탄을 받는 처지가 되어버렸으니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지 모른다.

최근 몇 년 동안 한국 교회는 방송과 언론매체로부터 노골적인 비판과 공격의 대상이 되어 왔다. 'PD 수첩'이라는 프로는 일부 교회 지도자들의 치부를 들춰내어 한국 교회 선교에 치명상을 입히기도 하였다. 현대 사회에 있어 매스미디어의 영향력을 생각할 때 그런 프로 하나가 한국교회 전체에 미치는 파괴성은 실로 대단한 것이 아닐 수 없다.

비록 문제가 된 사안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극소수에 불과한 것이라 할지라도 그 파장은 당사자 개인의 차원을 넘어 결과적으로 전체 한국 교회에 심각한 피해를 입히게 되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갈수록 비판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방송과 언론에 대응하기 위해 교계의 일부 저명 인사들은 언론대책위원회를 만들고 한국 교회 보호를 위해 앞장서게 되었다고 한다.

그 누가 되었든지 간에 자기의 치부를 지적하고 비판하는 것을 달게 받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렇지만 그러한 외부의 비판과 지적을 겸허한 마음으로 수용하고 자기 개혁의 전기로 삼을 수 있는 사람은 참으로 위대하고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가진 자임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
한국 교회 역시 마찬가지이다. 교회에 대한 사회의 비판이 우리의 귀에 감내하기 어려운 쓴 소리라 할지라도 그 속에서 한국 교회가 새겨들어야 할 하나님의 심판의 음성은 없는 것인지 오히려 자성의 계기로 삼을 수 있어야 하겠다.

물론 기독교에 대해 잘못된 편견과 선입견을 가지고 왜곡과 편파보도를 일삼는다면 이에 대해서는 끝까지 시시비비를 가려야겠지만 자기보호본능이 지나쳐 객관성을 상실한다면 이는 오히려 한국교회에 더 큰 위해(危害)적 요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다윗은 자신의 충신이었던 우리야의 아내 밧세바를 빼앗고 급기야 우리야를 제거하는 죄악을 자행하게 되었다. 그 사건으로 말미암아 다윗은 나단 선지자에게서 통렬한 비판을 받게 되었다. 우리야와 같은 장군도 일거에 제거할 수 있었던 다윗으로서는 아무 힘도 없었던 나단 선지자를 처치하기란 식은 죽 먹기보다 더 쉬운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다윗은 그렇게 하지 않고 “내가 여호와께 죄를 범하였노라”(삼하 12:13)고 하면서 자신의 잘못을 나단 앞에서 인정하였다. 우리는 이 장면에서 골리앗을 무너뜨리는 장수 다윗보다 더 위대한 다윗의 모습을 보게 된다. 다윗이 바로 이런 사람이었기에 그는 한 시대를 풍미한 민족의 지도자요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종으로 평생을 살 수 있었던 것이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할 수 있는 사람은 진정 용기 있는 자요, 이러한 용기만이 되풀이 되는 죄악의 악순환을 끊어낼 수가 있다. 21세기를 맞아 한국 교회가 새로운 시대적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스스로 부족한 점을 되돌아보며 철저한 자기 갱신의 노력을 다해야만 할 것이다.

특히 하나님께서 한국 교회에 내려주신 풍성함의 축복이 교회나 기독교인들만의 것이 아니라 어려운 이웃들, 특히 가난과 굶주림에 고통 당하는 북한 동포들과 우리 사회와 민족 구성원 모두의 것이 되도록 우리의 가진 것을 나눠줄 수 있어야겠다. 희생과 나눔의 정신이 결여될 때 한국 교회는 사회로부터 많은 비난과 도전을 받게 되지만 성경의 말씀처럼 가진 것을 팔아 가난한 자를 구제할 때 비로소 교회의 권위와 명성은 회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년을 마무리하면서 한국 교회가 우리 사회의 어두운 구석을 더욱 잘 찾아볼 수 있기를 바란다.

전병금목사(강남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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