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내 자정능력 상실…교회법의 권위회복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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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내 자정능력 상실…교회법의 권위회복 시급
  • 이현주
  • 승인 2008.10.09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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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법에 의존하는 교회, 대안은 없나
▲ 감독회장 선거에 혼선을 빚고 있는 감리교는 실행위 파행까지 내부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최근 교계 언론에 가장 많이 언급되는 단어는 ‘가처분’이다. 가처분은 사법상의 권리를 침해받을 염려가 있는 경우에 이를 미리 예방하기 위해 권리를 보존해 놓는 절차라고 볼 수 있다.

즉, 법적 다툼이나 분쟁의 소지가 있는 경우, 본안소송의 확정판결까지 긴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짧은 시간 안에 사법부의 판결을 얻어 잠정적인 법률관계를 임시로 형성시키기 위해 많이 사용하는 사회법 절차 중 하나다.

최근 몇 년 사이 한국교회는 교회법이 아닌 사회법을 통해 시시비비를 가리는 일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이번 총회에서는 선거와 관련한 가처분 신청들이 줄을 이었고, 이미 그 이전에도 교단 내 재산 분쟁이나 정통성 시비 등이 일어날 때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냄으로써 일단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려는 모습들을 보이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교회 안에는 엄연히 교회법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교회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찾기 힘들다는 점이다.

각 교단마다 교단의 신학과 신앙노선에 맞는 헌법들을 갖추고 있지만 교단 재판부의 판결을 불신하는 경향이 늘어나면서 사회법에 또다시 유권해석을 의뢰하는 일들이 비일비재 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교계 일각에서는 “교회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되찾아야 하며 하루빨리 교회가 자정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교회 내 분쟁을 사회법에 의뢰하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부정적인 교회의 모습이 외부로 노출되면서 사회적 지탄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최근 일어난 교회 내 분쟁과 사회법 판결을 통해 교회가 시급히 회복해야할 과제가 무엇인지 알아보았다.                                                               
<편집자 주> 


감리교, 통합 등 주요교단 총회 앞두고 사회법 소송 줄이어

총회 재판결과 불신…“사회법도 최상의 판결 아니다” 우려


지난달 23일 서울중앙지법 제50민사부는 감리교 감독회장 후보 3인이 제기한 ‘김국도목사 후보등록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에 대해 “교단이 후보자격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가 후보 자격 정지의 근거로 본 것은 감리교 교리장정 제8편 제13조 4항과 6항이다.

감리교는 감독 및 감독회장 선거법 안에 “교회법이나 사회재판법에 의해 처벌받은 사실이 없는 이”라는 자격규정을 명시해 놓고 있다. 대다수의 교단에서 목사의 직무나 임원 입후보자에 대해 ‘무흠’이라는 표현만 사용하는 것과 달리 상세한 자격 조항을 기록해 놓은 것이다.

재판부는 이러한 감리교 교회법을 바탕으로 “감독회장은 감리교의 대표이자 행정수반으로 영적 지도자일뿐 아니라 감리교 유지재단 이사장이 되어 대규모 자산과 자금을 관리하는 바 신앙심과 행정력은 물론, 윤리적 도덕적 법률적으로 ‘고도의 엄결성’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지도자의 자질에 대한 해석도 내린 것이다.

교단장이라는 자리는 예로부터 교단의 ‘어른’으로 여겨져 흠이 없는 목회자 가운데 경륜이 높은 선배들을 모시는 자리로 인식되어져 왔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교단에서는 교단장의 위치가 정치적 자리로 전락하면서 ‘무흠’에 대한 해석이 완화되고 후보자의 연령과 자격도 점차 낮아지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사회법에 대한 예외조항이 따로 적시되지 않은  장로교의 경우 ‘무흠’에 대한 자체적인 해석이 우선하지만 감리교는 교리와 장정, 즉 교회법에 상치하느냐가 사법부의 판단 기준이 됐다.  문제는 교단 안에서 충분히 유권해석을 내릴 수 있었던 사안이 사회법의 도움을 받고도 아직까지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초 감리교 내 몇몇 목사들은 총회특별재판위원회에 감독회장 후보 자격 심사와 관련, 선거관리위원회가 후보자 심사를 적절하게 하지 않는 등 직무를 유기했다며 재판을 요구했다. 선관위가 후보자의 무흠을 교회법에 맞게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내포되어 있었다.

하지만 특별재판위는 위원 투표를 통해 유권해석을 내렸고 감독회장 후보자의 자격에 대해 자체적인 교회법과 다른 결론을 도출했다. 만일 특별재판위원회가 원고측의 고소내용을 바탕으로 정확한 유권해석을 내렸다면 이 문제는 사회법까지 가지 않았을 수도 있다.

가처분 신청 첫 심리에서도 원고측 변호인은 “교회 내에서 제대로 판단이 이뤄지지 않아 부득이 사회법으로 나온 것이고 교리나 신앙의 문제가 아닌 지도자의 자격에 대한 문제이므로 사회법의 판단을 받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예장 통합에서도 일어났다. 예장 통합 역시 선거를 앞두고 3명의 부총회장 후보가 다른 한 명의 후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선관위에 고발했고, 고발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사회법에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한 3명의 후보는 다른 한 명에 대해 학력위조와 금품수수의 혐의를 제기했다. 그리고 총회 당일, 선거를 거부하면서 총회에서 퇴장해 선거자체가 파행적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총대들은 3명의 후보와 달리 피고소인에 해당되는 지용수후보의 손을 들어 주었고, 단독으로 치러진 선거에서 지목사는 부총회장에 당선되는 영광을 얻었다.

총회 후 지용수목사는 검찰로부터 무혐의를 통보 받았고 선관위 직무정지 가처분도 기각됐다. 총회 직후 지용수목사의 당선무효소송을 진행하겠다던 3명의 후보가 어떠한 대응을 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감리교와 통합 등 최근 많은 교단들이 교회법으로는 판단이 불가능한 상황을 사회법에 호소하는 이러한 분쟁들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왜 교회는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을까.

현 상황을 지켜보는 많은 목회자들은 “교회법의 권위가 실종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기독교화해중재원 사무처장 유재수장로는 “교단마다 헌법과 치리권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교단의 재판을 신뢰하지 못하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교회 안에서 서로를 불신하는 일들이 많아지면서 교단 재판부의 법적 권위가 힘을 잃어 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즉, 교회 내 정치적 힘이 커지면서 몇몇 위원들로 구성된 교단 재판부가 외부의 영향력에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공정한 판단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또 장로교나 성결교 모두 3심제가 명시되어 있지만 절차나 과정이 어그러지는 모습들이 많이 발견되고 공정하지 못한 사례들이 늘어나면서 차라리 사회법에서 권리를 보호받자는 생각들이 팽배해 지고 있다고 유장로는 설명했다.

교회가 자정능력과 정확한 재판능력을 잃어 사회법에 의지한다고 할 때 과연 사회법의 판결은 모두 정확하다고 볼 수 있을까. 기독법조인들은 이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최근 재판 경향을 볼 때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의 능력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뒤바뀔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재판결과를 유도하는 것이 변호사의 몫이다 보니 교회 정서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이것 역시 공정성이 결여될 우려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또 가처분의 경우, 소송의 형식이나 단어, 유권해석의 잣대를 달리할 경우 판결이 뒤바뀌는 결과가 나올 수 있어 사법부의 판단만이 완전한 대안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지난 5월 또다시 3개의 교단으로 갈라진 기독교대한하나님의 성회의 경우, 교단 유지재단이 소유하고 있는 총회 회관 및 부동산의 처분을 서대문측이 할 수 없도록 해달라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에 대해 재판부는 첫 판결에서 ‘매각 금지’를 결정했다. 하지만 서대문측에서 즉각  이의신청을 하자, 통합총회측의 가처분신청은 타당치 않다며 다시 ‘각하’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의 판결을 받아 든 통합총회측은 명의신탁 해지를 주골자로 했던 처음의 가처분 신청 내용을 바꿔 교단 총유 개념을 적용해 교단 총회회관 매각금지 가처분 취소결정에 대한 효력정지를 또다시 이끌어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본안소송이 끝날 때까지 ‘공탁금’을 거는 조건을 걸었지만 같은 서울중앙지법에서조차 기하성 총회회관을 두고 각각 다른 3번의 결정이 나온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단 안에서 혹은 교회 안에서 분쟁이 일어날 때 교회법의 1차적 판결을 따르기 보다 사회법을 의지하는 추세는 확산될 전망이다.

감리교나 통합, 기하성과 찬송가공회 등 교단과 단체에서 진행하는 법적 싸움은 한두건이 아니다.

기하성 역시 총회회관 매각의 권한으로 교단의 정통성을 입증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본안소송까지 준비하고 있고, 찬송가 출판권을 놓고 가처분을 신청했던 서회·예장과 찬송가공회의 갈등 역시 재판부의 1차 판결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이의신청과 본안소송 등이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두명의 감독회장을 배출하며 혼란에 빠진 감리교도 예외는 아니다.

성경에는 ‘송사를 하지 말라’는 말씀이 기록되어 있다. 따라서 교회법 안에도 ‘사회법에 고소 고발하는 행위’를 교단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십자가 상에서 강도를 구원하신 예수 그리스도처럼 사회적인 죄를 지었다 할지라도 회개하고 용서받았다는 신앙적 기준이 우선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부분 교회법에는 구체적인 사례나 조항을 마련하지 못한 채 ‘무흠’ 만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교회법의 가장 큰 맹점이 여기에 있다고 분석했다. 신앙 테두리 안에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에 교회법의 유권해석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 9월 총회에서 예장 고신총회는 모든 분쟁과 갈등의 해결에 있어서 사회법보다 교회법의 판단이 우선한다는 결의를 내놓았다. 신앙의 양심이 우선적인 판단 근거임을 확인했다.

하지만 고신과 달리 교계를 대표하는 보수교단 중 하나인 예장 합동의 경우, 선거관리위원회 규약 개정을 통해 ‘형법상 징역형을 받은 사람에 대해서는 형이 종료된 후 3년간은 임원에 출마할 수 없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선관위 서기 박무용목사는 “총회 지도자의 도덕적 기준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따라 이같은 조항을 신설했으며 벌금형은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고신의 총회 결정과 합동의 선관위 규약 개정의 초점은 각각 다르지만 두 교단이 이 같은 기준을 마련한 것에 대해 기독법조인들은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유권해석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한 것으로도 진일보했다고 보고있다. 나아가 교단의 헌법이 보다 구체적으로 바뀔 때, 교회법의 권위가 서고 세밀한 판단 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재수장로는 “교단 재판부의 개혁이 우선과제이며 각 교단의 헌법과 재판관련 법조항이 전문적이고 구체적인가를 먼저 검토해 교단 재판부의 유권해석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도록 사례 중심의 원칙들을 세워 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헌법이 권위를 잃어가고 있다면 헌법의 기초를 다시 세우는 것도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또한 교회법으로 해결되지 않아 사회법으로 시시비비를 가려야할 정도의 억울하고 민감한 사안이라할지라도 그리스도의 품성으로 대화할 때 충분히 화해의 소지가 있다며 사법부의 판단 이전에 ‘기독교화해중재원’을 통해 용서와 화해의 기초를 마련하는 교회가 되길 바란다고 유장로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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