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잃고 허덕이는 젊은이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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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잃고 허덕이는 젊은이들에게
  • 승인 2001.1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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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금년은 디지털세상이다, 글로벌시대다 해서 자못 편리하고 자유로운 세상을 기대했던 21세기의 첫해였다. 그러나 뜻하지 않게 발생한 미국의 9·11 테러 참사는 세계의 정치와 경제질서를 뒤엎어 놓고 말았다. 그 후유증은 일파만파로 각국에 퍼져 IMF상황을 채 극복하지 못한 우리나라 경제는 더욱 침체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수출업계에 적신호가 켜졌고 매년 다수의 대졸 신입사원들을 채용했던 대기업들은 올해는 그 규모가 극소수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외국에서 힘들게 따온 석박사 학위와 만점에 가까운 토익점수를 소지한 사람들도 도대체 오라는 회사가 없다. 어떤 젊은이는 입사원서를 40여 장째 보내고도 아직 소식이 없다고 깊은 한숨이다. 젊은이들의 사회 진출이 첫 관문부터 이렇게 험난한 것은 세계적 경기침체 여파도 있겠지만 우리 기성세대들의 책임도 크지 않나 생각된다.

작금의 보도를 접하다보면 우리 사회가 전반적으로 안일하고 해이해진 풍조에 빠진 것이 분명하다. 국가의 근간을 책임지고 있는 정치인들이나 경제인들, 심지어는 법과 질서를 수호하는 마지막 보루인 사법기관들까지도 각종 비리에 연루되어 말이 아니다. 상층부가 이렇게 곪아있다는 것은 그 하단부를 형성하고 있는 일반 사회도 똑같은 영향력 아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쩌면 반대로 일반 다수가 부정과 부패에 젖어있기 때문에 상층부가 그 영향을 받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면 그런 사회가 건강할리가 없고 왕성한 생명력을 가질 수가 없다. 건강한 생명력을 상실한 사회는 또한 건강한 인적·물적 자원을 재생산해 내기가 어렵고 그런 자원들의 효용가치를 제대로 수용하거나 활용하지도 못할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매년 그 어려운 관문을 뚫고 대학에 들어가 공부해서 학문과 기술을 익힌 졸업생들이 사회로 진출하려 하지만 그 길은 도처에서 심한 체증을 빚고 있고 앞길이 보이지 않을 만큼 캄캄한 절망뿐이지 않은가.

그렇지만 좀 깊이 생각해보면 이 어려운 취업난의 문제를 오로지 이 사회와 기성세대의 책임만으로 돌릴 수는 없는 일이다. 그들 자신, 즉 젊은이들 스스로의 의식과 삶의 자세에서도 그 문제점을 찾아보아야 한다. 현재 각종 제조업 분야는 이미 이 땅을 떠나서 동남아와 중국에서 그 활로를 찾고 있다. 그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저임금의 육체적 노동을 꺼리기 때문이다. 현지 생산을 통하여 기업은 생산단가의 절감과 수출증가라는 두가지의 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그것은 곧 국내 일자리의 감소를 뜻한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힘들고 위험하고 더러운 일은 피하고 더 적게 일하고도 더 많은 임금을 받기를 원할 것이다. 그리고 가능하면 잘 나가는 직업을 가지고 남들보다 더 높은 위치에서 일하는 것을 성공이나 출세의 척도로 생각하게 된다. 그런 가치관 때문에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헤메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이 세상에서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고 그 일에 행복을 느끼며 그로 인하여 다른 사람이 유익을 얻을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바람직한 삶의 모습이 아니겠는가. 거기서 우리가 삶의 에너지를 얻고 의미를 발견하며 사는 것이 행복이지, 먹고 사는 문제에 지나치게 집착할 때는 지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취업을 준비하는 젊은이들에게서 “꿈같은 소리 그만하라”고 오히려 원망을 듣는 소리인지는 모르지만 우리가 그런 사고방식을 가지고 살아가는 한은 이 문제는 풀리지 않을 것이다.

사철 언제나 그렇지만 특히 늦가을을 보내면서 느끼는 것이 있다면 만물이 참 조화롭게 배치되어 그 결실마다 제각기 아름답다는 생각이다. 모든 것이 크든 작든, 많건 적건 간에 각자의 역할이 있고 그 역할을 충실히 해 줌으로써 균형과 질서를 유지하며 자연이 오묘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세상을 조화롭게 만드시고 주관하시는 하나님이 그 창조의 걸작품이라 할 수 있는 인간을 창조하실 때 어찌 적재적소에 필요한 인원만큼, 필요한 재능을 주어 보내시지 않으셨겠는가.

각 개인의 재능을 발휘하여 삶의 목적과 직업으로 연결시켜 살아갈 수 있다면 더없이 행복한 삶이 될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당장 취업난에 지쳐있는 오늘 젊은이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가지고 있던 꿈과 기대를 너무 쉽게 포기하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정익목사(신촌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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