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교회연합운동 ‘달라진 게 없다’(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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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교회연합운동 ‘달라진 게 없다’(중)
  • 승인 2001.1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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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장 선거 앞둔 ‘편가르기’연합정신 파괴

‘합의’와 ‘양보’두축으로 굴러가는 교회연합과 일치운동은, 그것이 비정치적이고 이타주의적인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로부터 호응을 받고 있다. 분열과 갈등을 청산하고 하나님과 인간이 화목·화해하는 거룩한 구속사역이 교회 사이에도 실현돼야 한다는 책임의식이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세계교회협의회가 공산주의권과 대화를 시도했을 때 ‘용공단체’라고 비난한 부류는 현재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침묵을 지키고 있다. 시대의 흐름을 바라보지 못한 ‘근시안적인 판단’의 결과였다.

여하튼 교회일치와 연합에 참여하거나 바라보는 시각은, 적어도 비정치적인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충고다. 비정치단체인 교회가 정치적인 관점에서 ‘대화상대를 선택’하는 것은 이율배반이란 지적이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교회 연합·일치운동은 상당한 정치성향을 드러내고 있다. 정치는 편가르기부터 시작된다. 내편과 네편이 공존하길 꺼려하고 오직 내편만 생존하길 기대한다. 그래서 내편이 유리하도록 네편을 이용한다.

교회의 정치성향이 가장 강하게 드러나는 시기는 요즘, 즉 기관장 선출이 진행되는 연말이 그 때다. 내편과 네편으로 갈린 상황을 충분히 이용해야 만 선거에서 이길수 있기에 소위 이같은 패가름은 이 때 최고 절정을 이룬다.
올 말에 치러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직을 놓고 ‘장외선거전’이 치열하다. 현재 물망에 오른 인물은 예장 대신측 양용주목사와 예장 고신측 최해일목사. 이들은 교단이 주최하는 ‘한기총 대표회장 추대 후원의 밤’이란 제목으로 모임을 갖는 등 기관장 선출에 적극적이다. 양목사측은 후원의 밤 행사를 성대히 치루면서 ‘상당한 후원금’까지 모금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고신측은 후원의 밤 자체를 아예 무기연기했다고 발표했다.

기독교방송 사장 선출도 대동소이하다. 각 교단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현 사장인 권호경목사와 예장 통합측 고무송목사, 교회협의회 총무 김동완목사가 물망에 오른 세 인물인데 권사장은 지난해 계속된 노조파업을 장기간 방치했다는 점이 약점. 반면 고무송목사는 예장 통합총회가 끈질기게 밀어올려 아직까지 향방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기장측과 통합측 그리고 감리교가 한 자리를 놓고 지분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연합기관 중 사업을 담당하는 대한기독교서회도 예외는 아니다. 성경과 신앙서적을 출판해온 기독교서회 사장자리가 문제의 핵심. 다른 기관장 자리가 치열한 접전을 보이는 가운데 서회 사장자리 역시 관심을 끄는 것인데 현 사장인 김상근목사에 대해 일부인사가 ‘김상근목사 이중직’을 들고 나와 결과적으로 최근 열린 실행위원회를 통해 김상근목사가 “연임포기”를 발표하도록 했다. 한 소식통은 “서회 사장자리에 감리교가 지분을 확보할 것 같다”며 정치적 영향을 배제하지 않았다. 김상근목사는 정부가 주도하는 제2건국위원회 상임집행위원장을 겸해와 기독교서회 일부 인사가 “위원장은 월급을 받으면 이중직”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교회연합·일치운동은, 과거에 비해 정치성향이 더 두드러진 것만은 사실이다. 특히 기관장 선출시기와 관련돼 치러지는 담합과 밀실합의는 우리나라 일치운동을 점점 퇴보시키는 악요인이다. 개인적인 명예욕과 정치적 야심 혹은 교단의 집단이기주의가 연합기관의 본질을 흐리고 질서를 파괴하는 위험신호가 벌써 만연하다. 따라서 한국교회는 개인적 명예욕과 집단이기주의의 옷을 입고 교회일치를 저해하는 각종 활동에 주목해야 한다.

윤영호차장(yyho@uc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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