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하> /인도적 지원 없이 북한구원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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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하> /인도적 지원 없이 북한구원 못한다
  • 정재용
  • 승인 2008.07.17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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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지원, 인격적 존중 선행돼야
▲ 북한은 아프가니스탄과 함께 아시아에서 식량안보가 가장 취약한 나라로 평가받고 있다.

대북정책을 두고 두 명의 정치인이 뜨겁게 논쟁을 벌인다. 한 명이 지난 10년간 정부의 대북지원을 향해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비난하자, 상대방은 ‘잃어버린 50년을 되찾은 10년’이라고 반박한다. 이 얘기는 단지 두 정치인의 대화에 그치지 않는다. 별반 다를 것도 없는 이념을 두고 갈라선 우리의 모습이다. 과연 우리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은 것일까. 이렇게 고민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동포들이 굶어서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한국교회로 하여금 지난 10년보다는 앞으로의 10년을 바라보게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편집자 주> 

세계선교의 중심에 서서 복음을 전하는데 힘쓰고 있는 우리나라. 하지만 정작 가장 가까운 곳에 살고 있고 언어도 같은 북한의 동포에게는 복음을 전할 수 없다는 안타까운 분단의 역사와 가슴 아픈 현실이 눈앞에 놓여있다.

독재정권 아래 희망이라고는 ‘통일’이라는 두 글자뿐일지도 모를 북한의 동포들. 그나마 지난 10년간 남한의 인도적 대북지원을 통해 목숨을 유지할 수 있었던 사람들이 많았다. 1995년 처음 시작된 인도적 대북지원은 2006년 8월까지 25,317억원이 지원됐고, 이중 36%인 6,149억원이 민간에 의해서 지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 차원의 지원은 초기에는 국제적십자를 통해 간접적인 방식으로 지원했으나, 1999년 지원창구가 다원화되면서 민간단체의 독자적인 대북지원도 가능해져 70여 민간단체가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최근 새 정부의 대북정책 변화가 대북지원 통로를 좁히는 부작용을 겪게 했지만 대규모 아사설까지 돌고 있는 북한을 위해 한국교회가 앞장서 선교적 사명으로 인도적지원을 지속하자는 목소리와 움직임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교회가 앞장서야 한다는 주장에는 독일 통일 선례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통일을 위해 서독교회가 동독을 섬겼던 것처럼 한국교회도 그런 역할을 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런 조건 없이 매년 300억에서 400억의 지원을 해왔던 독일은 1983년 동독에서 루터 500주년 기념대회를 개최하면서 개방의 폭이 넓어지고 마침내 베를린 장벽을 무너트릴 수 있게 됐다. 이를 교훈삼아 1천만의 한국교회의 성도들이 민족구원의 차원에서 북한선교의 사명을 가지고 감당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주도홍교수(기독교통일학회 회장, 백석대학교)는 “민족통일과 북한선교를 장기적 안목으로 구체화해야 한다”며 “한국교회가 화해와 협력을 바라보며 통일한국을 준비해나가는데 힘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실용시대로 나아가는데 지난 10년간의 대북지원을 좌우 이념의 잣대로만 정죄하고 있는 현 정부의 모순에 아쉬움이 남는다”며 “예수님의 사랑을 전하는 길이 아무리 좁은 길이라 할지라도 한국교회는 성경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세계선교를 외치면서 선교와 한반도의 분단이 어떤 상관관계에 있는지 한번도 묵상하지 않는 교회라면 너무 맹목적이지 않은가”라는 물음을 던진 주교수는 “남북분단을 보며 아픔을 점점 잃어가는 한국교회라면 역사의식의 부재뿐 아니라 하나님 섭리의 관점에서 무책임의 도를 넘고 있지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계를 향해 가면서 한 민족을 끌어안지 못하고 있는 것은 모순이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한반도의 통일과 북한의 복음화는 동시에 추구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관운대표(C.C.C. 젖염소보내기운동본부)는 “남북이 화해하고 협력하는 길은 마음의 장벽부터 허무는 일이기에 떡과 복음을 함께 나눌 준비를 해야 한다”며 “북한의 경제난, 식량난 등을 해결하기 위한 인도적 지원 사업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대표는 한국교회의 북한선교에 대한 아쉬운 부분도 전했다. “세계선교를 위해 정기적으로 후원하는 교회가 95%를 상회하고 있지만 북한선교단체와 관련단체를 후원하는 교회는 10% 내외”라며 “북한 선교를 목회의 중요한 부분으로 여기고 남북인적교류를 통해, 해외동포를 통해, 탈북자를 통해, 인터넷과 방송 등 미디어 사역을 통해 다양한 선교적 접근을 시도해 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국교회가 북한을 구원에 나서기 전 먼저 자성의 모습으로 하나님 앞에 바로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손봉호교수(동덕여자대학교 총장)는 “선교적 사명으로 북한을 돕겠다고 하는 한국교회가 돈을 가지고 기독교의 대표가 되려는 이런 현실 속에 정말 정의로운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며 “지금 우리의 모습을 가지고 북한 동포들에게 우리처럼 되라고 말하기에는 부끄럽지 않겠느냐”고 우려를 나타냈다. 현 한국교회의 질과 도덕성으로는 북한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도움을 줄 수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을 받았다는 것만큼 중요한 사실은 없다”며 “북한인들의 인권을 회복하고 기본적인 삶을 보장하기 위해서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예수님께서 주신 사랑처럼 조건 없는 사랑을 하자”는 제안도 있다. 김진경박사(평양과기대 설립총장)는 “대북지원은 인도주의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주의적으로 해야 한다”며 “지원을 할 때 조건을 달고 성립되지 않았다고 지원을 안 한다는 것은 성경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헌법의 대한민국은 북한도 포함하고 있다”고 전한 김박사는 “한국교회는 북한을 돌보고 살려야 할 책임이 있다”며 “절대로 인도적 지원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북한 사람들은 지난 10년간 한국교회를 통해 전해진 하나님의 사랑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있다”며 “북한이 핵을 포기할 의사가 없다고 해도 한민족이기에 굶어죽게 해서는 안 된다”고 선교적 사명을 잊지 말 것을 당부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자세와 인도적 지원을 촉구하는 목소리들도 높다. 조명숙교감(여명학교)은 “가끔씩 이벤트를 펼치고 물량공세를 벌여 갈라진 한반도가 하나가 되고 변화된다면 얼마나 좋겠냐”며 정부가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는 조직을 구성해 주기를 소망했다. 조교감은 “행정과 집행은 ‘어디서 하는가’ 보다 ‘어떻게 하는가’가 더 중요하다”며 방법론보다는 실천에 무게를 둔 철학을 가진 정부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인도적 지원이 중단돼서는 안 되지만 일시적인 물량공세보다는 정부차원에서 효과적인 지원과 투명한 관리를 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최근 주춤했던 대북지원도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지난 2일 북한결핵어린이돕기범국민운동본부(총재:이윤구 박사, 본부장:양병희 목사)가 4억 원 상당의 결핵약과 영양제를 북한에 전달했으며, 지난 9일에는 대한성공회(관구장:박경조주교)가 사실상 중단됐던 쌀 지원 사업을 재개해 20kg 1370포, 약 28톤을 북한에 전달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11일에는 한 기독교단체를 중심으로 긴급지원 임시 대책위원회가 구성돼 7월 중 20억 원 상당의 옥수수 1,200톤과 비료 1,200톤을 지원한다는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돼 있는 한반도의 통일. 이제 우리들만의 과제가 아닌 동북아시아와 나아가 전 세계의 과제로 여겨지고 있는 이 때 한국교회가 하나님 앞에 바로서 기도하며 섬겨야 할 대상이 북한이라는 것이 틀림없음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남북평화재단 김영주목사는 “북한지원에 있어서 무엇보다 인격적인 존중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한국교회가 북한이 가난하기 때문에 돕는 것이 아니라 같은 민족이고 형제로서 그들의 아픔을 나눈다는 생각이 통일의 밑거름”이라며 “우리의 인도적 지원이 복음의 씨앗, 통일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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