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상> / 집단 아사설 도는 북한 현재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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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상> / 집단 아사설 도는 북한 현재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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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7.02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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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춘궁기 들어 식량난 심각 … 피해 어린이 속출

<북한 식량난 실태와 한국교회의 북한 지원 긴급점검>


북한 1인당 107만원으로 GNI 남한의 1/17 수준에 머물러

식량ㆍ취업 미끼로 여성 인신매매 등 인권 사각지대 놓여


현재 극장가에서 상영 중인 탈북 과정과 배경을 다룬 차인표 주연의 영화 크로싱. 벌목장의 삶과 구걸을 통해 삶을 연명할 수 밖에 없는 북한의 처참한 식량난 문제를 다루고 있다. 영화는 함경북도 탄광촌에서 가족의 약과 식량을 구하기 위해 북한을 떠나야 했던 아버지와 그를 찾아 나선 열한 살 아들의 엇갈린 삶을 보여주고 있지만 실제 북한 주민들의 삶은 영화보다 더욱 비참하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발표한 2007년 북한 경제성장률 및 GNI(국민총소득) 추정 결과에 따르면 북한의 실질 GDP(국내총생산)는 전년대비 2.3% 감소하여 20조7,000억원으로 기록됐으며, 1인당 GNI는 107만원으로 남한의 17분의 1밖에 해당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농림어업은 기상여건 악화 등으로 곡물 생산이 줄어 전년대비 9.4%로 감소해 북한의 식량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이는 지난해 여름 북한 전역을 강타한 홍수 등으로 농업 부문 생산량이 10분의 1로 줄어들어 식량 부족 문제가 심화되면서 북한 경제 전반에 걸쳐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내놓은 ‘2007년 북한 식량 생산량’ 통계자료에도 북한에서 생산된 곡물의 총량이 300톤에 불과해 지난 2001년 이후 최악의 상황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올해 북한의 식량 부족량은 약 160만톤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 90년대 중후반부터 경제 악화

최근 북한의 경제 상황은 20년 전보다 더욱 악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올해 나타나고 있는 식량 부족 현상은 1990년대 중후반 북한의 전체인구 2,300만 명 가운데 300명을 아사하게 만든 당시의 상황과 맞먹는 수준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990년대 중후반, 북한에는 대기근이 몰아닥쳤고 북한 정부가 ‘고난의 행군’으로 표현하는 식량난 시대에 약 3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굶어죽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북한 지역의 논 경작지 40% 이상을 불모지로 만든 지난 1995년의 대홍수는 북한의 경직된 경제체제에서 기상악화와 식량 생산 감소라는 타격을 대처할 여력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만든 가장 큰 원인이었다.


현재 북한 지역에서 식량난이 극심한 지역은 지난해 여름 물난리 피해지역과 거의 동일하다. 그 중 함경남도는 지난해 8월 금진강 댐이 수해로 붕괴되면서 순식간에 4백여 명이 몰살당하는 대형사고가 발생했던 지역으로 아직까지도 수재 복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 곡물가격마저 급등한 여파로 이 지역 주민들은 식량난에 허덕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세계식량계획(WFP)은 2008년 한 해 동안 지구촌이 지원을 집중해야 할 ‘7대 핵심국가’로 아프가니스탄, 방글라데시, 차드, 소말리아, 수단, 짐바브웨 등을 꼽았는데 북한도 이 국가 중에 포함됐다.


세계식량계획은 지난 4월 자료를 내고 “북한의 식량난은 올해 인도적 재난으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단체 토니 밴버리 아시아 담당국장은 성명을 통해 “지난해 8월에 물난리로 북한의 식량 생산량이 급격히 떨어졌음이 확인됐다”며 “90년대 중후반에 발생한 북한의 비극이 재연되지 않도록 외부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특히 “북한지역이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600만 명이 넘는 북한 주민이 식량난에 시달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 춘궁기 들어 피해 아동 증가

춘궁기를 보내고 있는 북한의 현실은 더욱 심각하다. 북한지역에서 거래되는 곡물 가격이 계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으며 도시 노동자를 포함한 지역 주민들의 식량난이 점차 심각해지고 있다.

 

대북인권단체인 ‘좋은벗들’의 소식에 따르면 북한 지역의 쌀값은 지난 5월 말, 황해남도 지역에서 1kg당 4,500원, 여타 지역에선 4,000원까지 치솟던 쌀값이 6월 들어 3,000원대로 떨어졌다.


하지만 식량 가격이 떨어졌다고는 하나 지난 2007년의 3배 이상이기 때문에 돈이 없는 북한 주민들은 사먹기 힘든 상황이다. 현재 옥수수죽을 먹는 단계를 넘어 풀죽을 먹는 단계로까지 접어들고 있고, 특히 돈이 없는 농촌 지역에서는 아사자가 계속 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북한인권 단체 ‘좋은벗들’의 한 관계자는 “현재 북한은 영양실조가 심각하게 번지면서 서서히 굶어죽는다는 말이 나오고 있고, 영양실조로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거친 음식을 먹다보니 주로 소화불량이나 배변불량, 장파열 등으로 인해 시름시름 앓다가 죽게된다”며 “지난 1990년 중반 북한에서 굶어죽는 이들이 급격히 늘어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초에는 대북 인도적 지원을 호소하는 종교ㆍ사회지도자들도 호소문을 통해 정부와 국민들에게 북한의 실상을 알리기도 했다. 호소문에는 “2006년과 2007년 연이은 대홍수로 곡창지대인 황해남북도와 평안남도 농경지가 크게 유실되어 북한에는 심각할 정도로 식량 수확량이 감소되었으며, 올해는 매년 한국에서 지원되던 식량도 중단된 데에다 국제 식량 가격의 급등과 중국의 식량수출 금지 등이 겹쳐 식량부족 사태가 더 심각해졌다”고 밝혔다.


특히 북한의 식량부족 문제는 북한 노인과 어린이들을 죽음의 위기에 무방비로 노출시키고 있다. 고아원, 양로원, 꽃제비 보호소와 단련대 등 구금시설에는 2월 이후로 식량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죽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최근에는 전염병마저 돌아 어린이들이 고열로 쓰러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황해남도 지역의 식량난 여파는 곧바로 아이들의 교육에까지 악영향을 끼쳐 농촌지역 아이들의 약 80%가 등교를 하지 못하고 식량을 구하기 위해 산과 들로 풀뿌리를 캐거나 산나물을 뜯으러 다니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배고픔에 두꺼비를 잡아먹다가 죽어가는 아이들도 늘고 있다. 좋은벗들에서 제공한 북한소식에 따르면 량강도 대홍단 삼봉구 삼봉중학교 아이들은 잡은 두꺼비의 독을 제거하지 않고 그냥 먹는 바람에 두 달 동안에 걸쳐 10여 명의 아이들이 죽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대부분 영양실조에 걸려있어 두꺼비 독에 저항하는 면역력이 떨어진 것이 큰 원인이었다.


# 탈북자 인권 철저히 유린당하고 있어

기근으로 인해 중국과 북한 국경지대에서 탈북사태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국경수비대의 삼엄한 경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북한 주민들은 굶주림을 피하게 위해 국경을 넘고 있는 것이다. 현재 한국에 들어온 탈북자들은 1만 명을 넘어섰으며 중국을 비롯한 제3국에 체류 중인 탈북자는 4만 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탈북자 대부분은 공식적으로 불법입국자들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한다. 중국과 북한, 한국이 관심을 보이지 않은 사이에 제3국, 특히 중국에 체류 중인 탈북자들의 인권은 철저하게 유린당하고 있다.


주한미국대사관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에 밀입국한 탈북자들은 법적 지위와 재정적 기반이 열악한 상황에서 인신매매 범죄조직의 표적이 되어 주로 한국계 중국인에게 신부로 팔려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 경제적으로 열악한 상황에 있는 북한 여성이나 여아를 상대로 식량ㆍ취업ㆍ자유를 미끼로 탈북을 유도한 뒤 일단 중국에 입국하면 강제로 매춘ㆍ결혼ㆍ노동착취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인신매매를 통해 중국으로 넘어온 여성들 중 많은 수는 신부로 팔려가지만 일부는 주로 사창가 등에서 매춘을 강요받고 있으며, 특히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국가에 머물고 있는 탈북자들은 불법체류자 신분 때문에 강제 노동이나 성적 착취를 위한 인신매매의 표적이 될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다.


북한선교단체인 ‘두리하나’도 한 일간지와 공동으로 지난해 5월부터 10개월 동안 한국은 물론, 중국, 러시아, 라오스, 태국, 일본 등 세계 9개국을 이동하며 탈북자들의 인권문제를 취재했다. 이들이 조사한 ‘천국의 국경을 넘다’라는 탈북리포트 자료에 따르면 중국과 북한의 국경지대 두만강에서는 굶어 죽어가는 가족을 위해 단돈 4만 6000원 정도에 중국으로 북한여성이 팔려가고 있다고 발표해 북한여성들의 인신매매가 매우 심각한 것을 뒷받침하고 있다.


북한 탈북사태가 만든 또 하나의 비극은 무국적 아이들의 탄생이다. 현재 중국 내에만 무국적 탈북자 2세들이 2만 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은 현재 교육 및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주민등록 기록도 없어 범죄 대상이 돼도 하소연하지 못한다. 중국은 인구 증가를 막기 위해 부모의 신분이 명확하지 않으면 호구에 등록하지 않는다. 결국 불법 체류자인 탈북자의 자녀는 유령으로 태어나게 되는 것이다.


현재 중국 전역에 퍼져 있는 탈북자 2세의 숫자는 명확하지 않다. 대체로 중국내 탈북자가 10만 명으로 추산되기에 탈북 자녀의 수는 약 1만 명에서 2만 명 사이로 추정되고 있다.


# 북한 식량지원 적극 동참해야

북한이 식량난에 허덕이고 있는 가운데 미 국무부가 내년까지 북한에 식량 50만톤 지원계획을 발표한 이후 지난달 30일 첫 번째 선적분인 식량 3만 8,000톤을 실은 미국 선박이 북한 남포항에 도착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미국의 식량지원도 춘궁기를 보내고 있는 북한의 식량위기를 풀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들도 나오고 있다. 미국이 지원하는 식량도 춘궁기에 빠져 든 북한 주민들의 손에까지 가려면 7월 중순이나 말 정도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교계와 사회단체들도 이명박 정부에게 북한 동포를 살리기 위해 식량을 지원해 줄 것을 적극 요청하고 있다.


이들은 “북한의 식량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60만톤의 식량이 필요하지만 20만톤이라도 먼저 보내 최소한 대량 아사 사태를 막아야 한다”며 인도적 차원의 대북 식량지원을 위한 정부의 조속하고 과감한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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