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정국, 기독교계는 어떻게 보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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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정국, 기독교계는 어떻게 보고 있나
  • 이현주
  • 승인 2008.06.25 1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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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와 보수, 서로를 적대시하는 이원론 넘어 화합의 시대 열어야
▲ 지난 21일 열린 보수권의 촛불시위 맞불집회. 이 집회에서는 촛불의 배후세력이 친북좌파라고 주장해 갈등을 고조시켰다. 사진=기독교사회책임

 

 

“정당정치 미숙이 시민들 거리로 불러내” 시민사회의 공공성 강화 시급

대통령에게 덕담 아닌 회개 주문했어야... 섬김의 정치 회복하도록 유도

국민의 눈높이에서 소통하고 갈등을 넘어 기도로 화합의 힘 모을 때



40일 넘게 꺼질 줄 모르는 촛불집회를 지켜보는 교계의 목소리는 천태만상이다. “새로운 민주주의의 탄생”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부터 “북한이 배후에 있다”는 주장까지 진보와 보수 이념을 오가며 다양한 의견들을 개진하고 있다. 진보권이 촛불집회에 가세한 것과 달리 보수권은 맞불집회를 주도하고 대형교회 목회자들은 음모론을 주장하며 맞서 나갔다. 그러나 촛불집회에 모인 시민들의 모습을 통해 새로운 정치적 흐름을 발견했다는데 이견이 없다. 이명박 대통령조차도 “뼈저린 반성을 하고 있다”며 국민 앞에 머리를 숙였다. 청와대 뒷산에서 촛불행렬을 지켜보며 많은 것을 느꼈다고 했다. 국민의 힘을 감지한 것이다.


교계도 촛불 정국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내놓는 상황에서 지난 23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시국토론회를 마련했다. 또 보수권은 그들 나름대로의 화합 논리를 펴나가며 지금은 촛불을 끄고 대통령에게 다시 일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촛불정국을 바라보는 교계의 다양한 시선 속에서 교회가 주도해 나가야할 화합의 힘을 찾아보았다.


# 정당정치 미숙이 거리정치 불러내


교회협 시국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연세대학교 김호기교수는 “마포대교를 건너는 1만 여명의 시민들을 바라보며 이를 어떻게 사회학적으로 이해해야할까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일단 그는 이번 촛불정국을 지켜보면서 ‘국가’ 대 ‘시민사회’의 대립 즉, 국가 대 국민의 대립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정당정치가 성숙되었다면 없었을 일이 정당정치의 미숙으로 국민을 거리로 나서게 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갈등을 중재할만한 기능을 우리 사회가 갖추고 있지 못하다는 것으로 김교수는 거버넌스 구축을 제안했다. 거버넌스는 정부와는 다소 다른 개념으로 가장 중요한 특징은 중앙정부, 지방정부, 정치적. 사회적 단체, NGO, 민간 조직 등의 다양한 구성원들로 이루어진 네트워크를 강조한다는 사실이다.


김교수는 거버넌스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예방적 갈등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갈등조정기구에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하며 사회적 합의 형성을 위한 구체적인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시민사회의 대표성 제고와 공공성 강화가 이뤄져야 한다며 정치사회 밖에서 압력을 행사하는 ‘영향의 정치’를 넘어 대표성을 가진 시민단체가 시민사회의 권한과 책임을 공유하고 공공의 이익을 고려한 생산적인 타협방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며 새로운 형태의 사회합의를 제안했다.


# 기독교의 이원론 잣대는 안 돼


촛불집회와 기독교의 소통을 다룬 감신대 유경동교수는 촛불집회의 배경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뿐만 아니라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정부의 편향적인 정책이 불러온 것이라고 정의했다. 유교수는 촛불집회를 통해 드러나는 국민들의 입장을 정부가 수용한다면 한 단계 성숙한 역사로 진입할 수 있다며 지금의 촛불시위를 지지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번 촛불집회를 통해 거리로 나선 시민들을 표현하는 말 중에는 ‘잠재적 진보’와 ‘생계형 보수’라는 표현이 있다. 생계를 위해 기득권을 유지코자 보수를 선택했던 사람들이 거리로 나왔고 이들은 잠재적으로 진보성을 안고 있었다는 것이다. 또 이제는 제도정치가 아니라 생활정치로 정치문화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유교수는 현 촛불집회를 평가하는 기독교의 이원론은 반드시 극복되어야할 과제로 꼽았다.


유교수는 “생활세계에서 고통당하는 국민들의 저항을 정치적 이원론에 근거한 색깔론이나 종교적 이원론에 근거한 마귀론으로 이해하지 말고 생활세계의 경제 논리에 직접 참여하라”고 교회에 호소했다.


경제는 있으나 철학이 없다면 공허함을 극복할 수 없다. 유경동교수는 세계화의 시대에 발전의 논리에만 빠지지 말고 인강성에 기여하는 기술, 자연과 일치하는 산업, 자유와 정의를 통해 화해하는 민주주의로 회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기독교는 대통령에게 더 엄중해야


최근 CBS가 마련한 한 프로그램에 나온 전 국사편찬위원장 이만열교수는 “앞으로 미래에 자신에게 일어날 일을 가지고 거리로 나선 젊은이들을 탓할 수 없다”며 대통령이 의미없이 던지는 말이 촛불시위에 불을 붙였다고 강하게 질책했다.


이만열교수는 대통령에게 바른 길을 제시하지 못하는 기독교의 잘못이 크다는 입장이다. 최근 원로와의 대화를 지켜보면서 “대통령과 덕담만 나눴을 뿐 국민에게 하루 빨리 용서를 빌고 무엇을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해주지 않은 것이 큰 문제”라고 말했다. 그동안 대통령이 지난 오만과 독선을 버리고 회개할 것을 원로들이 주문했어야 옳다는 것이다.


또 구국기도회 등 맞불집회를 지켜보며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힌 보수권의 의식을 안타깝게 표현했다. 문제는 보수권이 국민들의 수준을 배후가 있어야만 움직이는 정도로 폄하하는데 있다는 것이다. 직접 촛불집회를 지켜보고자 수차례 거리로 나가 보았다는 이교수는 아이들을 데리고 나오는 순수한 사람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친북좌파에 의해 집회 변질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간 기독교사회책임 서경석목사는 이번촛불집회는 정당한 측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다하게 포장되어 있다고 꼬집었다. 언론이 광우병을 과정하며 의혹을 증폭시켰고 촛불집회는 순수를 넘어 정치선동집회로 변질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목사는 광우병으로 인한 국민불안이 크더라도 재협상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주장은 옳지 않다며 모든 국제협상에서 한국이 믿을 수 없는 국가로 낙인찍히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촛불집회가 친북좌파에 의해 변질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참여자들이 전부 친북좌파라는 것이 아니라 시위대 일부가 친북좌파이며 이들이 집회를 선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더 이상의 촛불집회는 우리나라에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한 어조로 비판한 서경석목사는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추가 협상을 통해 30개월 이상의 소가 수입 금지가 된 상황에서 합리적인 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 이제는 기도가 필요한 때


한국교회언론회는 촛불시위를 그만 끝내야 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언론회는 수백만명이 움직인 촛불집회에서 그나마 폭력적인 모습이 적었던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평화와 비폭력 뒤에 자행되는 극한 언어와 온라인상의 언어폭력은 촛불집회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시위현장에서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면 우리 편이고 이를 반대하면 적으로 간주하는 식의 군중폭력은 정말 무서운 것”이라며 경계를 요청했다. 특히 대통령에 대해 정권 퇴진 내지, 공공의 적으로 몰아세우며 대통령을 ‘쥐’로 표현하며 ‘쥐 잡는 날’이라고 하는 구호는 끔찍하다는 말 외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는 대통령을 직선으로 선출한 국민의 의사에 반하는, 반 민주폭력성을 띠고 있으며, 시민 보편적 정서와도 너무나 거리가 먼 것이라며 장한 질책도 아끼지 않았다.


언론회는 “일부 정치권과 노동계, 그리고 정권 교체의 상실감에 빠진 세력들의 이용과 선동은, 국민건강을 염려하는 애국적 발로(發露)와는 거리가 먼 광경이라며 이제는 촛불을 꺼야할 때”라고 주장했다.


언론회는 또 “국민들이 위기를 기회로 바꾸길 바라며 촛불보다 강한 골방의 기도로 더 이상 촛불이 필요치 않은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자”고 촉구했다.


# 국민의 눈높이에서 소통하는 정부


한국복음주의협의회 김명혁목사는 일단 긍정적으로 판단할 때 나라를 염려하는 국민들이 자기의 의사를 평화적으로 나타내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며, 저들의 의사 표시가 정부의 뜻과 맞지 않는다고 `불순한` `빨갱이` 세력의 사주를 받은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모든 형식의 집회가 근거가 약한 내용을 지나치게 과장해서 내 세우는 정치적이고 선동적인 집회로 나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특히 쇠파이프와 각목을 사용하는 폭력적인 집회로 나타날 때 그것은 민주사회의 질서를 파괴하는 것이므로 법으로 제재와 처벌을 받아 마땅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특히 장로대통령을 맞이한 기독교계에 대해서 지나치게 친밀함을 유지한 것이 잘못이라고 말했다. 김목사는 “역사적으로 목회자들이 정치에 깊이 관여할 때 교회는 물론 나라와 사회에 얼마나 심각한 문제를 초래했는지에 대한 역사적 교훈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정치와 거리를 두는 교회가 되어줄 것을 당부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역시 이제 실마리를 찾아 문제를 들추기보다 덮어야 하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기총은 “촛불민심을 폄하해서도 안 되며 이념대결을 촉발해 정권퇴진운동을 해서도 안 된다”며 “국민들의 순수함이 담긴 촛불시위를 분열이 아닌 화합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대통령은 낮은 자세로 국민을 감동시켜야 하고 국민의 눈높이에서 희망을 나누는 소통에 전심을 쏟아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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