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뱅크 10년] 더불어 사는 사회의 첫걸음 '푸드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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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뱅크 10년] 더불어 사는 사회의 첫걸음 '푸드뱅크'
  • 정재용
  • 승인 2008.05.28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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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서기 10년 성공회푸드뱅크


전 세계적으로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들이 계속 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국내에서는 푸드뱅크(Food Bank)에 대한 중요성이 재고되고 있다.

생산과 유통, 소비과정에서 발생하는 잉여음식자원을 나누자는 취지에서 생겨난 푸드뱅크(Food Bank)는 1967년 미국에서 ‘제2의 수확’(Second Harvest)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시작됐다. 이후 1981년 캐나다, 1984년 프랑스, 1986년 독일과 유럽연합 등 복지선진국들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1998년 IMF로 사회의 위기가 찾아왔을 때 대한성공회에서 민간단체로서는 최초로 성공회푸드뱅크를 시작해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뿐만 아니라 현재는 기업들과 복지단체, 지방자치단체들의 관심 속에 288개의 푸드뱅크가 운영 중이며 매일 68만 명에게 기탁품이 전달되고 있다.

 

# 한국형 푸드뱅크

음식을 나누는데 뱅크(은행)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에는 굉장히 큰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수요과 공급이 만나는 수급창구로서 은행의 기능을 냉동창고나 후원하는 제조업체나 유통업체 등이 대신하며 그 안에 있는 재화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나 복지단체에 공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푸드뱅크가 먹거리를 확보하는 일 뿐만 아니라 수요자들을 직접 찾는 일까지 모두 수행해야 한다면 아마도 매우 방만하고 비효율적인 고비용 구조의 운동이 될 수도 있다. 즉, 사회복지 단체들이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1차 지원군이라고 한다면 푸드뱅크는 그들의 사역을 뒷받침해주는 먹거리 확보 2차 지원군으로 풀이하면 이해가 쉽다.

현재 우리나라는 민간 푸드뱅크 네트워크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기업과 개인, 정부의 후원을 받아 개인이용자와 재가센터, 무료급식소, 이용생활시설 등에 지원하는 구조의 푸드뱅크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국민들의 기부 참여도가 낮아 기업들과 대형기탁자들에 의해 이벤트적, 소모적, 비효율적인 초보수준의 푸드뱅크라는 지적도 있다. 이런 가운데 푸드뱅크를 하나의 자원절약운동, 시민사회운동, 친환경운동으로 승화시켜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국민적 나눔운동으로 펼쳐나가자는 목소리들이 높다.

 

# 결식 vs 음식 쓰레기

IMF이후 국내 결식인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결식아동이 48만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가운데 미취학 아동과 결식노인, 노숙자, 쪽방 거주자 등의 결식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대량실업과 취약계층의 결식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 북한에도 결식인구가 증가하고 세계적인 식량난이 일어나면서 대량 아사상태까지 우려해야하는 실정이다. WFP, FAO, EU 합동조사단의 보고에 따르며 7세 이하의 북한 어린이들 중 16%가 급성영양실조, 62%가 만성영양실조와 발육부진으로 고통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음식물쓰레기는 전체 쓰레기의 30%가량으로 세계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적 가치로는 15조원에 이르며, 먹을 수 있는 음식물 쓰레기가 하루에 1,600여 톤으로 80만 명의 하루 세끼 식사량이다. 또한 한해 발생량은 500만 톤 이상으로 90%이상이 매립돼 처리비용과 함께 환경복구비용에 엄청난 손실을 가져오고 있다.

 

# 국민의 참여 절실

때문에 푸드뱅크운동을 자원절약운동, 시민사회운동, 친환경운동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그 중요성이 재고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고 잉여음식을 나누면 자연스럽게 자원절약운동과 함께 친환경운동으로 이어질 것이고 그만큼 나눌 수 있는 것들도 풍족해진다는 간단한 원리이다.

하지만 현실은 간단하지 않다. 자원봉사의 천국이라 불리는 미국은 약 130만개의 NGO가 활동하고 있으며, 전체 성인인구의 절반 이상이 사회봉사와 기부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실제로 한해 자선기부금 총액이 1901억 6천만 달러(약 230조)로 국민 1인당 70만 원정도의 기부를 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전체 기부의 75.6%가량이 개인기부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연간 총 모금액이 2,600억 원으로 국민 한 사람 당 5,800원 꼴이다. 그나마 기부의 50% 이상이 기업에 의한 것들이고 개인기부는 28.9%에 그치고 있다.

성공회푸드뱅크 김한승신부(본부장)는 “푸드뱅크는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민의 것이 되어야 한다”며 “더불어 사는 사회가 행복하고 살기 좋은 사회”라고 강조한다.

아울러 “가정마다 밥을 지을 때 가난한 이웃을 위해 한 수저를 덜 수 있는 마음과 동네 어려운 이웃들의 형편을 둘러보고 그 현황을 살피는 활동, 상처받을지도 모를 아이들을 위해 가정까지 일일이 도시락을 전달해주는 정성, 판매는 어려우나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식품들을 정성껏 골라내어 푸드뱅크로 보내주는 성의, 일일이 나서지는 못해도 후원금으로나마 활동을 보태는 마음이 모아질 때 보다 훈훈한 사회, 생명을 나누는 사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홀로서기 10년 성공회푸드뱅크

매일 12,000명에 무료급식 제공
도심조리센터와 함께 재도약 다짐

시청 앞 대한성공회 서울교구 한켠에는 푸드뱅크라고 쓰인 자그마한 사무실이 있다. 사무실의 크기는 작지만 하루 12,000명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중이다. 

1998년 5월 6일 IMF로 실직자와 노숙자가 거리로 몰려나오기 시작할 때 성공회푸드뱅크는 보건복지부의 지원으로 4대의 1톤 냉동차와 최소한의 운영비로 민간단체로는 최초로 푸드뱅크를 시작했다. 컨테이너 박스에서 추위에 떨고 더위에 늘어진 컨테이너가 문도 닫히지 않을 정도로 기승을 부렸지만 어느 덧 10년이라는 세월을 지나 하루 12,000명을 돌보는 보호자가 됐다.

▲ 본부장 김한승 신부
지난 26일 창립 10주년을 맞아 기념식과 함께 열린 도심조리센터 오픈식에서 성공회푸드뱅크의 본부장 김한승신부(사진)를 만날 수 있었다. 성공회푸드뱅크의 태생부터 함께 한 김신부는 “지난 10년간 성공회푸드뱅크는 미국, 유럽과는 다른 한국적 풍토의 푸드뱅크를 만들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왔다”며 미국, 유럽의 푸드뱅크와의 다름을 전했다.

“미국은 자원이 많은 나라지만 복지의 사각이 많은 나라에요. 슬럼가와 불법체류자들이 많아서 복지단체들이 돈보다는 먹는 것으로 지원을 하기 시작했죠.” 김신부는 미국은 국가가 푸드뱅크에 관여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시민사회가 스스로 발달시켜 자력으로 운영되는 푸드뱅크만 6,000개가 넘는다고 전했다.

반면 한국의 푸드뱅크는 몇 가지 어려움들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4계절이 뚜렷해서 푸드뱅크를 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아요. 무엇보다도 음식을 조리하고 전달하고 수급조절을 하는데 있어 계절의 영향을 많이 받거든요.” 김신부는 여름이면 상하지 않는 음식과 조금이라도 시원한 것을 주고 싶고, 겨울이면 식지 않게 따뜻한 것을 제공해주고 싶은 마음은 많지만 미국처럼 몇 천 평 규모의 냉동저장고를 운영할만한 여력이 없음을 아쉬워했다.

문화적인 어려움도 있었다. “우리나라는 기부문화가 정착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어려울 때 도움을 받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이후 김신부는 ‘어떻게 대응해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해나가야 했다.

외환위기는 곧 가난으로, 가난은 결식인구의 증가라는 환경의 변화를 몰고 왔다. “IMF 이후 결식하는 취약노인들의 수는 줄어들지 않고 있어요.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추세죠. 홀로된 노인들이 증가하고 시골외각에는 버려진 외국인 여성들이 증가하고…” 김신부는 해체된 것이나 다름없는 가정들의 현실을 바라보며 성공회푸드뱅크가 도심으로 밀려오는 취약계층을 섬길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2003년 본부직영사업으로 전환되고 도심무료급식사업이 시행되면서 횟수와 규모, 지역이 확대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잉여 음식자원을 활용할 보조기금과 보조자원의 필요성이 커지기 시작했어요. 예를 들면 확보한 배추를 김치로 만들어 공급하기 위해서는 마늘과, 고춧가루 등 양념에 필요한 것들을 구입해야 했어요.”

이때부터 성공회푸드뱅크는 기금마련을 위한 수요주먹밥콘서트를 시작했다. 4년간 224명이 공연에 참여했고 34,537명의 관객의 도움으로 2억5천여만 원의 기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

이날 10주년 기념식에는 성공회푸드뱅크가 홀로서기에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던 후원자들도 함께 했다. 기념식의 사회를 맡은 본부장 김한승신부는 “누구보다 감사해야 할 분이 있다”며 하얀 백발의 노인을 무대로 모시고는 “힘든 몸을 이끌고 4년 동안 밥을 퍼준 것에 대한 감사가 가장 크다”고 전했다.

대기업 관계자들부터 김치를 제공하는 식품회사, 개인후원자와 백발의 자원봉사자까지 성공회푸드뱅크와 함께한 그들의 10년은 남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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