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전도 섬 찾아 떠다니는 ‘복음의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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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전도 섬 찾아 떠다니는 ‘복음의 배’
  • 정재용
  • 승인 2008.05.24 1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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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 유일의 선교선 한나호 단장 박 수 진 목사
20년간 의료사역 미전도종족사역 감당
창의적 접근과 현지인 양육의 비전 제시


간절한 기도로 얻은 아들 사무엘의 평생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드렸던 기도의 어머니 한나. 그 마음으로 태평양을 가로지르며 복음을 전하는 배가 있다. 하나님이 선장되신 동양 유일의 선교선인 한나선교회(단장:박수진목사)의 한나호다.

창세기에 등장하는 구원의 배 노아의 방주. 사명을 깨닫게 했던 요나의 배. 제자들을 훈련시키며 풍랑을 잠재웠던 그리스도가 탄 배. 세계선교의 장을 열었던 바울의 배. 하나님께서 바다를 지으실 때 이미 예비하셨을지 모를 이 배들의 뒤를 한나호가 의료사역과 함께 미전도 종족에게 복음을 전하며 따르고 있다.

지난 8일 오후 경기도 분당에 위치한 한나선교회에서 오전 사역을 마치고 들어서는 박수진단장을 만날 수 있었다. 10여명 다국적 선교사들과 함께 사무실로 들어서는 박단장은 오전 일찍 시작된 사역으로 피곤했는지 “아이고! 운전하는데 졸려서 사고 날 뻔 했어요”라며 조금은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50대 중반의 목사가 가진 그런 모습은 ‘다양한 나라에서 온 다양한 문화와 가치관을 지닌 사람들과 어렵지 않게 동역 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들게 했다.

▲ 선교선 한나호

# 한나1호의 탄생

지난해 11월 통영에 입항해 국내사역을 감당하고 있는 한나호의 나이는 이제 20년의 세월을 훌쩍 지나버렸다. 하지만 오랜 세월을 기도로 준비하며 하나님의 예비하심을 체험한 박수진단장은 지금도 갈 길이 멀기만 하다. “10년을 기도로 준비했어요. 하나님께서는 1978년 기도모임을 통해 선교사들을 준비시키시고 임마누엘이라는 작은 선교단체로 미자립 교회, 무교회 지역 사역과 4년간의 OM선교단 둘로스호 사역을 통해 훈련을 시키셨죠.” 이후 하나님께서는 한나 성경공부팀의 구체적인 기도에 응답해주셨고 한나호를 통해 큰일을 행하시는 하나님의 사역을 감당하며 복음을 증거하고 있다.

“1988년 8월 한 집사님의 헌신으로 한나1호가 태어나게 됐어요. 하나님께서는 선교사와 후원자, 중보자들이 모두 준비된 다음 가장 나중에 배를 허락하셨지요.” 언제 어디서 어떤 사역을 하더라도 기도보다 우선 된 것은 없다고 강조하는 박단장.

하나님께서 배를 허락하시는 과정을 경험하면서 기도하고 준비하면 하나님께서는 때가 이르러 가장 좋은 것으로 허락하실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한나호의 첫 출항을 하게 됐다.

‘복음의 배가 들어가지 못한 땅들을 찾아 복음을 전하고 그 땅의 영적 전쟁을 이끌어갈 지도자를 양성하자’고 다짐하며 출발한 한나1호는 10여 년 동안 19개국의 약 200명의 선교사들의 헌신을 통해 12개국 77개 항구를 찾아 전도, 교회개척, 의료, 제자훈련, 구제사역을 감당했다.

하지만 다국적, 다문화권의 선교사들에게는 태풍과 해적의 위험, 공동생활 속 의견대립과 갈등, 배 기관의 고장 등 이루다 말할 수 없는 문제들도 도사리고 있었다.

“좁은 배 안에서 사역을 하다보면 크고 작은 문제들이 많이 생겨요. 하지만 한나호에 승선하기 전에 ‘죽음을 넘어 순교할지라도 주님께 영광’이라는 헌신을 하기에 그런 문제들은 곧 하나님의 방법대로 모두 해결해 주시는 것 같아요”

가족과 친지, 친구들과 후원자들마저도 잊고 사역에 임했기에 죽음을 넘어선 감격의 사역에 잠시 나타난 인간적인 모습들은 오래 버티기 힘들었다.


# 영혼을 구하는 구급선

한나호의 사역자들은 배에 오르기 전 모든 것을 내려놓지만 배에 올라서는 더 많은 것들을 내려놓게 된다. “사역하는 중에 끊임없이 낮아지고 기다리며 양보하고 포기하는 훈련을 반복하지 않는다면 하나님 기뻐하시는 사역으로 이끌어내기 힘들어요. 그래서 한나호는 몇 가지 생활규칙을 반드시 지키도록 하고 있어요.” 중보기도, 묵상, 전도, 검소한 생활, 찬양과 예배, 섬김의 삶, 제자 훈련 등의 일곱 가지는 선상 생활의 중심이 된다.

“중보기도는 한나호 뿐만 아니라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누리는 특권”이라고 전한 박수진단장은 “중보기도를 통해 항상 감사하며 회개하고, 다른 사람을 용서하고, 기다림과 열정의 회복을 통해 영적인 싸움까지도 함께 이겨나가고 있기에 중보기도는한나호의 가장 우선된 것”이라고 강조한다. 또 “한나호에서는 ‘성경과 물과 노트와 펜을 가지고 하루 종일 조용한 곳을 찾아서 하나님과만 온전히 교제하고 묵상하며 생각하라’고 권면한다”며 “모든 사역자들이 매순간 말씀을 묵상하며 생각과 비전을 가꾸어 나가고 있다”고 전한다.

뿐만 아니라 3명 전도를 위해 60명이 이틀 동안 항해를 했던 경험을 전한 박단장은 ‘한 영혼이 천하보다 귀하다’는 예수님의 말씀은 전도가 시급하다는 것을 체험하기 전에는 알기 힘들다”며 “한나호는 영혼구원의 긴급 구급선”이라고 표현했다. 이런 훈련이 지속적으로 될 때 모든 사역자들이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복음을 전하는 일에 갈증을 느끼고 열정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적인 생활에 있어서도 경건함과 낮아짐, 검소함을 권면한다. “한나호에는 찬양과 기도의 소리가 끊이지 않아요. 예배자로서의 모습을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죠. 이런 가운에 더 낮아질 수 있게 해달라고 은혜를 구하며 서로를 섬기고, 검소한 생활을 통해 감사의 훈련과 자족의 훈련을 하게 됩니다.”

박수진단장은 이렇듯 실천하는 삶의 모습들을 통해 하나님께서 선원들의 사역에 말씀의 힘을 더하신다고 확신했다. “우리가 먼저 주님을 따르고 배우는 제자가 아니고서 어떻게 다른 사람을 제자로 만들 수 있겠어요. 제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훈련으로 되는 것이기에 제자훈련도 게을리 하지 않습니다.”


# 연단 그리고 한나2호

이처럼 끊임없는 기도와 회개를 통해 만난 하나님의 전할 수 있게 된 것에도 계기가 있었다. “지금도 좋은 목사는 아니지만 예전에는 고집대로 일을 밀어붙이는 성격 때문에 어려움을 자처했었어요. 결국 하나님께서 저에게 변화되라고 징계를 한번 내리셨죠.” 혈압으로 배에서 쓰러져 4시간 동안 생사를 넘나들었던 그는 자신의 장례식 환상을 보며 지난 날 사역의 잘못들을 깨달을 수 있었다. “환상 중에 나이가 많으셨던 선장님께서 ‘박목사 내가 당신을 단장으로서는 인정하는데 좋은 목사는 아니었어’라고 하시는 거에요. 하나님께서 인간적인 사역을 하고 있음을 경고하신 사건이었죠.”

깨어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전한 박단장은 “복음보다는 제가 만든 메시지를 사랑하고 선원선교사들 보다 배를 더 사랑했었다”며 “사랑을 전한다고 하지만 계산하며 인간의 힘으로 했던 사역을 ‘사랑으로 하라’고 하나님께서 한 번 더 기회를 주셨다”고 했다.

이후 2002년는 하나님의 은혜가운데 지금의 한나2호를 구입할 수 있게 됐다. “좋은 배가 경매시장에 나와 일본인을 통해 대리경매를 했는데 경매가보다 너무 높은 가격을 제시해 구입을 안했어요. 그랬더니 배가 필리핀 사람에게 넘어가서는 우여곡절 끝에 더 싼 가격으로 다시 시장에 나와 아주 저렴한 가격에 구입을 할 수 있었죠.” 이렇듯 치밀한 하나님의 계획하심 가운데 한나2호는 지난 7년간 15,000명을 회심시키고 5만 명 이상을 치료했으며, 10개국에서 선교훈련을 통해 2,000명의 전도특공대를 양성했다. 뿐만 아니라 사역을 하기 어려운 제한지역에 들어가서 무슬림에게 3만 명의 복음을 전하는 일도 감당할 수 있었다.

“때로는 특수해양경찰을 보내주셔서 해적으로부터 보호하시고, 때로는 정박비와 수리비를 감당하시는 후원자가 되시고, 때로는 산호초에 부딪혀 침몰 위기에 처했을 때도 하나님께서는 함께 하셨어요.” 하나님께서 동행하시기에 한나호가 가지 못할 곳은 없다고 전하는 박수진단장. “바다를 통해 열방으로 나가 복음을 전하는 일에 한국교회가 중보자로 함께 동역하며 승선해줄 것”을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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