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의 대상 아닌 하나님의 동등한 자녀로 인식해야
한국교회 특성상 목회자 의식변화가 성도에게도 영향
현재 한국교회 장애인 선교 비율은 3~5%로 추정된다. 2005년 기준으로 장애인수가 180만 명 가까이 되는 것으로 볼 때 장애인 성도를 모두 합쳐야 10만 명이 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왜 교회에 장애인이 없는 것일까.
지난 11일 방송된 CBS 시사프로그램 크리스천 큐에 출연한 안산장애인교회 이장선목사는 “일반교회에 장애인이 접근하는 것은 어려움을 넘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약한 자를 돌아보라는 주님의 말씀에도 불구하고 우리 교회에 장애인 성도가 없다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 성도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아예 장애인에 대한 관심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중요성을 모두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회의 시각이 바뀌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함께 하기 불편하다’는 것과 고질적인 편견 때문이다. 이로 인해 장애인선교와 장애인 구원 문제는 특수목회에 떠넘긴다. 장애인들의 공동체 속에서 하나님을 만나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특수목회자들 역시 장애-비장애인 통합목회를 최선의 대안으로 제시한다. 출발은 장애인그룹이었더라도 비장애인과 편견 없는 교회를 만드는 것이 꿈이라는 설명이다.
물론 장애인들이 특수목회 현장으로 모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영락농아인교회 안일남장로는 “청각장애인들에게 수화통역이 없는 일반교회에 다니라고 말하는 것은 종교개혁 이전에 라틴어 성경을 읽으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은 일반교회에 장애인이 먼저 찾아가는 것은 무리라는 점을 강조했다.
밀알선교단장 이민우장로는 “원가절감에 익숙한 시대에 살고 있는 교회가 장애인을 위해 경사로와 주차구역, 점자보도를 갖추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비용대비 효율이 낮더라도 한 명의 장애인을 위해 과감히 교회시설을 변화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교회의 장애인 의식 전환을 요청했다.
교회의 장애인 선교가 변화하려면 먼저 장애인 스스로의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밀알선교단 조병성간사는 장애인들이 있는 교회는 반드시 변화된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한 예로 3년 전 휠체어에 의지해 이동하는 중증장애인이 장애인복지가 잘 되어 있는 인근의 교회를 마다하고 일원동의 한 교회를 출석교회로 정했다. 본당에 올라가기 위해서는 계단밖에 이동수단이 없었지만 불편을 감수하고 도전을 시작했다. 3년 후 교회의 모습은 많이 변화됐다. 처음, 중증 장애인성도를 맞이한 청년들은 당황했지만 곧 이동을 위한 팔과 다리가 되어 주었고 매주 차량봉사를 맡아했다.
종로에 위치한 초동교회 역시 장애인모임을 유치한 후 변화를 체험한 곳이다. 담임인 강석찬목사는 장애인사역에 적극적이었지만 당초 성도들의 자세는 미온적이었다. 하지만 밀알선교단 지부모임을 위해 교회 공간을 내어주는 것을 시작으로 서서히 내부에서 변화가 감지됐다. 4년 만에 ‘청년 밀알’이 생긴 것이다.
교회가 장애인 차별을 넘는데 필요한 또 하나의 노력은 과잉친절 타파와 목회자들의 의식변화다. 성도들이 무관심한 것도 문제지만 장애인을 특별하게 취급하며 지나친 배려를 하는 것도 장애인들에게는 부담이라는 설명이다. 배려가 지나쳐 자칫 장애인들의 활동을 제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교회로 출발했던 새울림교회 김주환목사는 “장애인이나 비장애인이나 섬기는 일에는 동등하다”고 말했다. 제자훈련으로 변화된 성도들이 나눔에 함께 참여하며 서로의 손과 발이 되어 반찬봉사와 차량봉사, 야학 등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장애인사역연구소 김해용목사는 “예수님이 부르시는 부름에는 차별과 구별이 없으며 오히려 하나님 나라는 이 세상에서 소망 없이 살아가는 장애인들에게 더욱 간절히 필요하다”고 사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목사는 “장애인들은 누구보다 소망의 복음을 필요로 한다”며 “교회도 예수 그리스도처럼 섬김과 사랑이 필요한 자들을 먼저 찾아가 이웃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