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성도’가 있어야 교회도 변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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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성도’가 있어야 교회도 변화된다
  • 이현주
  • 승인 2008.04.21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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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애인의 달 특집] 장애인 구제의 대상 아닌 전도의 대상

봉사의 대상 아닌 하나님의 동등한 자녀로 인식해야

한국교회 특성상 목회자 의식변화가 성도에게도 영향


현재 한국교회 장애인 선교 비율은 3~5%로 추정된다. 2005년 기준으로 장애인수가 180만 명 가까이 되는 것으로 볼 때 장애인 성도를 모두 합쳐야 10만 명이 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왜 교회에 장애인이 없는 것일까.

 
장애인사역자들은 이에 대한 이유를 두 가지로 꼽는다. 하나는 교회가 장애인 성도를 맞이할 준비를 갖추지 못한 것이고 또 하나는 장애인이 교회 찾아가기 꺼린다는 것이다.
 

지난 11일 방송된 CBS 시사프로그램 크리스천 큐에 출연한 안산장애인교회 이장선목사는 “일반교회에 장애인이 접근하는 것은 어려움을 넘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약한 자를 돌아보라는 주님의 말씀에도 불구하고 우리 교회에 장애인 성도가 없다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 성도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아예 장애인에 대한 관심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장애인 선교단체 실무자들은 “장애인을 교회의 한 지체로 전도하려는 교회를 찾아보긴 힘들다”고 이구동성으로 이야기 한다. 장애인을 구제의 대상으로 보기만할 뿐 동등한 전도의 대상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이장선목사 역시 “장애인을 봉사의 대상으로 만나지 말고 하나님의 자녀로 동등하게 만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요성을 모두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회의 시각이 바뀌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함께 하기 불편하다’는 것과 고질적인 편견 때문이다. 이로 인해 장애인선교와 장애인 구원 문제는 특수목회에 떠넘긴다. 장애인들의 공동체 속에서 하나님을 만나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특수목회자들 역시 장애-비장애인 통합목회를 최선의 대안으로 제시한다. 출발은 장애인그룹이었더라도 비장애인과 편견 없는 교회를 만드는 것이 꿈이라는 설명이다.

 
대구 둥지교회는 장애인들의 모임으로 시작했다가 지난 94년 선교회 중심으로 교회를 개척한 사례다. 이 교회 역시 비장애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신앙공동체를 꿈꾸며 통합목회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청장년 성도를 기준으로 150명의 성도가 출석하고 있지만 250명으로 성장하게 되면 60명의 성도를 중심으로 통합교회를 개척하는 것이 둥지교회의 목표다.
 

물론 장애인들이 특수목회 현장으로 모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영락농아인교회 안일남장로는 “청각장애인들에게 수화통역이 없는 일반교회에 다니라고 말하는 것은 종교개혁 이전에 라틴어 성경을 읽으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은 일반교회에 장애인이 먼저 찾아가는 것은 무리라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문제는 언젠가 찾아올 한명의 장애인 성도를 위해 미리미리 시스템을 갖추는 교회를 찾기란 어렵다는 점이다.
 

밀알선교단장 이민우장로는 “원가절감에 익숙한 시대에 살고 있는 교회가 장애인을 위해 경사로와 주차구역, 점자보도를 갖추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비용대비 효율이 낮더라도 한 명의 장애인을 위해 과감히 교회시설을 변화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교회의 장애인 의식 전환을 요청했다.

 
둥지교회 신경희목사 역시 “교회가 지역 사회 속에서 소외계층을 담보하지 않으면 교회의 역할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며 “소외된 이웃을 생각하지 않고 영혼구원만 외치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행동”이라고 말하며 장애인선교는 교회가 해야 할 당연한 일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교회의 장애인 선교가 변화하려면 먼저 장애인 스스로의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인터넷에 까페에 글을 올린 한 장애인성도는 “우리 같은 사람들이 교회에 나가야만 교회가 변화된다”고 언급했다. 이 성도는 “은혜는 구성하는 것이 아니며 은혜를 사모하는 마음으로 일단 장애인들이 먼저 교회에 나간다면 늦더라도 교회의 변화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애인 성도가 생기면 목회자의 시각이 바뀌고 설교가 바뀌며 목회 전반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평신도들이 변화되며 장애인이 다녀야 하는 시설이 바뀔 것이라며 교회와 세상을 ‘급진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교회를 찾아가는 성도들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밀알선교단 조병성간사는 장애인들이 있는 교회는 반드시 변화된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한 예로 3년 전 휠체어에 의지해 이동하는 중증장애인이 장애인복지가 잘 되어 있는 인근의 교회를 마다하고 일원동의 한 교회를 출석교회로 정했다. 본당에 올라가기 위해서는 계단밖에 이동수단이 없었지만 불편을 감수하고 도전을 시작했다. 3년 후 교회의 모습은 많이 변화됐다. 처음, 중증 장애인성도를 맞이한 청년들은 당황했지만 곧 이동을 위한 팔과 다리가 되어 주었고 매주 차량봉사를 맡아했다.

 
일원동교회의 한 청년은 “시설이 갖추어지지 않은 교회에서 장애인이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 염려됐지만 그의 얼굴을 보는 순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며 똑같은 성도라는 것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청년들은 곧 두려움을 극복하고 ‘함께 하는 법’을 익혀갔다.
 

종로에 위치한 초동교회 역시 장애인모임을 유치한 후 변화를 체험한 곳이다. 담임인 강석찬목사는 장애인사역에 적극적이었지만 당초 성도들의 자세는 미온적이었다. 하지만 밀알선교단 지부모임을 위해 교회 공간을 내어주는 것을 시작으로 서서히 내부에서 변화가 감지됐다. 4년 만에 ‘청년 밀알’이 생긴 것이다.

 
조병성간사는 “장애인과 접할 기회가 생기면 교회는 자연스레 변화되는 것을 목격했다”며 “더디더라도 한 걸음 한 걸음 장애인의 친구로 변화되는 교회들이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교회가 장애인 차별을 넘는데 필요한 또 하나의 노력은 과잉친절 타파와 목회자들의 의식변화다. 성도들이 무관심한 것도 문제지만 장애인을 특별하게 취급하며 지나친 배려를 하는 것도 장애인들에게는 부담이라는 설명이다. 배려가 지나쳐 자칫 장애인들의 활동을 제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간사는 “장애인들이 가장 못 견뎌 하는 부분은 편견의 시선이라며 봉사를 하고 싶어도 장애인이니까 하지 않아도 된다고 단정 짓는 것도 차별의 일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장애인 성도를 맞이했다면 비장애인 성도와 똑같은 여건과 기회를 주어야 한다. 즉, 하나님 앞에 동등한 인격적 존재로 보아주는 것이 필요하다.
 

장애인교회로 출발했던 새울림교회 김주환목사는 “장애인이나 비장애인이나 섬기는 일에는 동등하다”고 말했다. 제자훈련으로 변화된 성도들이 나눔에 함께 참여하며 서로의 손과 발이 되어 반찬봉사와 차량봉사, 야학 등을 운영하고 있다.

 
목회자의 의식변화 또한 장애인 선교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한국교회의 특성상 목회자의 영향력이 가장 크기 때문에 목회자가 먼저 변해야 성도들도 따라 변하게 된다고 장애인 사역자들은 이야기 한다.
 

한국장애인사역연구소 김해용목사는 “예수님이 부르시는 부름에는 차별과 구별이 없으며 오히려 하나님 나라는 이 세상에서 소망 없이 살아가는 장애인들에게 더욱 간절히 필요하다”고 사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목사는 “장애인들은 누구보다 소망의 복음을 필요로 한다”며 “교회도 예수 그리스도처럼 섬김과 사랑이 필요한 자들을 먼저 찾아가 이웃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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